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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훈의 ‘혼자서 지구한바퀴’
세상과 적당히 타협하고 살다가 지하철 공짜로 타는 나이가 됐다. 더 늦기 전에 젊은 날의 로망이었던 세계일주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출가하듯 비장한 각오로 한국을 떠났다. 무대뽀 정신으로 좌충우돌하며 627일간 5대양 6대주를 달팽이처럼 느리게 누비고 돌아왔다. 지금도 꿈을 꾸며 설레이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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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의 공포택시

한밤중에 '산속 납치' 전전긍긍
글쓴이 : 안정훈 날짜 : 2019-03-22 (금) 22:34:39

한국보이스톡으로 위기넘겨

안정훈의 혼자서 지구한바퀴(11)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에프에 도착해서 첫날 저녁 식사를 하러 시내로 가기 위해 길에서 택시를 잡으려 했었다.

 

내 앞에 멈춰 선 차는 택시 표시등도 없는 일반 승용차였다.

 

우크라이나는 일반 차량이 택시 영업을 하는게 일반적이라 크게 염려하지 않고 요금 흥정을 했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눈치로 협상을 해야 했다.

 

가까운 거리인데 300 흐리브냐 ( Hryven ), 우리 돈으로 13000원 정도의 가격을 불렀다.

 

어이가 없어서 그냥 보내 버렸다.

 


 

1 쿠바의 수도 아바나의 올드카 택시. 거의 60살이 넘은 차다. 겉은 화려 하지만 매연이 장난.jpg

쿠바의 수도 아바나의 올드카 택시. 거의 60살이 넘은 차다.
겉은 화려하지만 매연이 장난 아니다. CASA 요반나 앞의 가난한 서민 동네와 묘하게 잘 어울려 보였다.


 

 

 

그리고 나서 한참을 기다려도 택시는 오지 않았다.

 

택시를 잡으려고 차도로 내려가 손을 흔들고 있는데, 젊은 여성이 다가 오더니 자기가 도와 주겠다고 했다.

 

그녀는 핸드폰으로 메시지를 보내더니 5분 만 기다리면 차가 온다고 했다.

 

요금을 물어보니 운전기사에게 직접 물어 보라고 말하고, 자기는 바쁘다면서 가버렸다.

 

10분 정도 기다리니 승용차 한 대가 멈춰 섰다.

 

차를 불렀느냐? 고 묻는 것 같아 그렇다고 하면서 목적지를 적은 메모지를 보여 주었다.

 

그는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타라고 했다.

 

요금이 얼마냐? 고 물었더니 300 흐리브냐를 핸드폰에 찍어서 보여 주었다.

 

내가 200을 찍어서 보여 주자 그가 다시 250을 찍어서 보여 주었다.

 

차를 잡기도 힘들고 시간은 자꾸 가기에 그냥 고개를 끄덕여 주고 뒷 좌석에 탔다.

 

 

 

2 인도 델리에서 아침 일찍 공항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탔었다..jpg

인도 델리에서 아침 일찍 공항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탔었다. 운전 기사는 중간에 차를 세우고 가게로 가서 봉투에 무언가를 사서 들고 왔다.

'푸드' 라고 하길래 아침 식사를 산 줄 알았다. 중간에 다시 차를 세우더니 봉투를 들고 내려가 유유자적하게 비둘기 떼에게 모이를 준다.

이건 뭐지? 나 빨리 공항 가야 한다고 이 아저씨야... 하지만 쿨 하게 기다려 줬다. 여긴 인도니까 !!

 


 

        

차는 조금 달리더니 가로등만 드문 드문 서있는 인적이 없는 외곽 쪽으로 빠지는 것 같았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 이 길이 맞느냐? " 고 물었다.

 

그는 " 뜨라삑 뜨라삑" 하면서 그냥 달린다.

 

아하! 시내 길이 막혀서 돌아 간다는 말인가 보구나!

 

 

얼마를 더 가다 보니 가로등 마저 없는 깜깜한 후미진 길로 접어 들었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 내가 가려는 식당은 시내 중심지에 있는데 잘못 온 거 아니냐? "라고 몇 번을 물었다.

 

택시 기사는 뭐라 뭐라 얘기를 하는데 도무지 무슨 말 인지 알아 먹을 수가 없었다.

 

한참을 서로 알아 듣지 못하는 영어와 우크라이나 어로 떠들다가 잠시 공백이 왔다.

 

 

 

잠깐의 침묵이 흐르는 순간 갑자기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지금 악덕 택시 기사한테 납치 되고 있는거 아닌가 ?

 

뒷 머리가 써늘해지면서 모골(毛骨)이 송연(悚然)해지기 시작했다.

 

차는 어느새 깜깜한 산길을 달리고 있었다.

 

어떻게 이 위기를 벗어나지 ?

 

 

 

3 멕시코의 위험하지만 아름다운 휴양도시 아카폴코의 택시는 모두 딱정벌레 차였다.jpg

멕시코의 위험하지만 아름다운 휴양도시 아카폴코의 택시는 모두 딱정벌레 차였다.


 

 

 

그 짧은 순간에도 엉뚱한 상상을 했다.

 

" 60대 한국 노인 혼자서 세계 일주 하던 중 우크라이나에서 밤 중에 나간 후 실종"

 

" 악덕 택시기사에게 금품 빼앗기고 피살된 듯"

 

" 안전수칙 무시한 무모한 혼자 여행이 화를 부른 듯 "

 

" 한국의 가족들 애타게 소식 기다려. 현지로 가서 행방을 알아보고 있으나 아직까지 아무런 소식도 못 들어 "

 

" 최근 청춘들의 혼자 배낭 여행이 늘자 노년들도 가세하는 추세를 보이면서 예견 됐던 사고 " 등등

 

매스컴에 나올 기사의 제목이 떠올랐던 것이다.

 

그럼 무슨 망신이란 말인가? 내 안전보다도 망신살 뻗칠 일이 더 걱정이 되었다.

 

 

 

친구들의 술자리에서도 내 사고 이야기가 안주로 씹히겠지?

 

" 그 친구 내가 위험 하다고 몇 번이나 말렸는데도 듣지 않고 떠나더니 결국 사고를 당했지 뭐야 "

 

" 자기가 무슨 청춘이라고 만용을 부려 쯧쯧."

 

" 외지에 나가서 살다가도 귀향해야 할 나이에 무슨 세계일주를 한다고 .... 나이 들수록 익숙한 곳에서 살아야 해"

 

순간 별의 별 생각이 다 스쳐 지나갔다.

 

 

 

6 볼리비아 해발 4000미터의 비포장 길을 합승 택시를 타고 달렸다.  힘들기 보다는 감동적인 드라이빙 이었다.jpg

볼리비아 해발 4000미터의 비포장 길을 합승 택시를 타고 달렸다. 힘들기보다는 감동적인 드라이빙 이었다.


 

 

 

문득 오늘 키에프 공항에 내리자마자 현지 심카드를 구입해서 넣었기 때문에 와이파이가 된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핸드폰을 꺼내 와이파이가 잡히는지 확인하니 다행히 눈금이 몇 줄 뜬다.

 

보이스 톡으로 한국에 전화를 걸었다.

 

한국은 지금 새벽 시간이지만 그런 걸 따질 여유가 없었다.

 

한참 신호가 가도 받지 않아 애가 탔다.

 

두 번 째 건 전화의 신호가 길게 울리고 나서 막 잠에서 깨어난 아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이스톡을 화상으로 바꾸어 봤다. 다행히 끊기지 않고 화면을 통해 얼굴이 흐릿하게 보였다.

 

나는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하고 내가 안전지대에 도착 할 때까지 전화를 끊지 말고 계속 통화 하자고 말했다.

 

핸드폰으로 택시 안을 보여 주었다.

 

특히 운전 기사 옆 좌석 앞 면에 붙어 있는 택시 번호와 전화 번호를 근접해서 비추었다.

 

기사의 뒷모습과 옆 얼굴도 찍었다.

 

사실 택시가 산 길을 달리고 있어서 많이 흔들리는 데다가 차 안이 어두워서 피사체는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었다.

 

그래도 택시 기사에게 심리적 부담감을 주어 위험한 행동을 포기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깜깜이 촬영을 계속 했다.

 

 

 

아내는 겁 먹은 목소리로 위치가 어디냐? 고 물었지만 어두운 산 속 인지라 어디가 어딘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차가 약간 좁은 길로 들어 서더니 멈춰 섰다.

 

헤드 라이트가 비추는 곳에는 문이 굳게 닫힌 목조 폐가가 하나 보였다.

 

문에는 제법 큰 폐목 두 개가 엑스 자로 박혀 있었다.

 

건물이 많이 낡았고 주변에 잡초가 무성한 걸 보니 오래 동안 버려 둔 집 인것 같았다.

 

아마 택시 기사가 범행 장소로 점 찍어 둔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등골이 오싹 해졌다.

 

가슴이 쿵쾅 대기는 커녕 냉동 된 것처럼 얼어 붙어 버렸다.

 

 

 

심호흡을 하면서 침착해지자! 담대해지자! 라고 마음 속으로 다짐했다.

 

빛의 속도로 머리를 회전 시켰다.

 

 

" 택시 기사가 범행을 하려면 차 문을 열고 내려서 뒷 좌석 쪽으로 올 것이다.

 

그 때 그와 반대 쪽 문을 열고 뛰어 내려서 왔던 길 쪽으로 달아나면 된다.

 

인상은 험악하게 생겼지만 배가 남산 만하게 나온 그가 나를 쫓아 와도 잡지 못할 것이다.

 

도망 칠 때 큰 소리를 질러서 놀라게 만들자.

 

만약에 붙잡혀서 엉키면 덩치나 힘에서 내가 불리하니 낭심이나 눈을 기습적으로 공격하자 " 등등

 

 

 

.jpg


쿠바의 동쪽 끝 바라데로에서 아바나 까지 타고 갔던 자가용 영업 택시 ( 일명 나라시 택시 ) 기사와 조수.

휴게소에서 사진을 찍자고 하니 폼생폼사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 주었다.

버스로 24시간 걸리는 거리를 12시간에 돌파하는 공포의 총알 택시 였다. 쿠바노는 미워 할 수 없는 악동 같았다.

   

 

 

머리 속은 복잡 했지만 애써 웃는 표정을 지으면서 " 오케이, 여기는 내가 오려던 곳이 아니다. 다시 나가자 ,"

 

" 그 대신 가는 택시비를 더 주겠다 "라고 알아 듣던 말던 돈을 세는 제스츄어를 써가며 부드러운 어조로 이야기 했다.

 

 

 

다행스럽게도 택시 기사는 차를 빼더니 오던 길과는 반대 방향으로 향했다.

 

반전이 이루어지는 것 같았다.

 

내가 계속 핸드폰으로 통화하고 택시 내부를 찍자 범행을 포기한 것 같았다.

 

 

온 몸은 팽팽하게 긴장이 됐지만 아내와 화상 통화를 하고 있는게 큰 힘이 되었다.

 

 

 

아직 위기가 끝나지는 않았지만 제법 마음의 안정이 회복되었다.

 

상황이 바뀌었으니 대응 방법도 달라져야 했다.

 

일이 벌어지면 일단 차를 세울 것이다.

 

그러면 바로 뒷 좌석 문을 열고 뛰쳐 나갈 수 있게 문 옆에 바짝 붙어 앉았다.

 

입으로는 통화를 하고, 눈으로는 기사를 감시하고 , 머리로는 대응 방법을 생각하고 , 손으로는 문 손잡이를 더듬어 찾았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 한참을 가다 보니 4차선의 밝은 길이 나왔다.

 

내 평생에 가장 길게 느껴졌던 시간이 흘렀다.

 

환한 가로등불 사이로 유스 호스텔 간판과 건물이 보였다.

 

버스를 기다리는지 입구 승강장에 사람들 2명이 서있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스탑! 스탑! " 을 외쳤다.

 

" 여기야! 여기! 여기서 내려 줘 ! "

 

차가 멈추자 나는 운전기사를 주시하며 일부러 여유있는 척 하며 천천히 내렸다.

 

열린 차 창문으로 딱 250 흐리브냐를 꺼내서 던져주고 사람들이 서 있는 곳으로 재빨리 발걸음을 옮겼다.

 

운전 기사가 뭐라고 말 했지만 뒤도 돌아 보지 않았다.

 

택시가 떠나가 버리고 나자 순간적으로 맥이 탁 풀렸다.

 

 

 

여행운이 따라 준다고 자만하고 있던 나에게 처음으로 닥친 위험한 순간 이었다.

 

 

 

4.jpg

콜롬비아에서 소금 광산에 가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먼 지도 모르면서 버스에서 내려 터덜 터덜 걸어 가고 있었다
콜롬비안 부녀가 탄 차가 서더니 어디 가느냐? 고 물었다. 소금광산 간다고 하니 먼 거리라면서 차에 타라고 했다.
자신들이 가던 길과 반대 방향으로 차를 돌려 우리 일행을 목적지 까지 태워다 주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무료 택시였다.


 

 

 

사실 낮에 키에프의 보리스필 공항에서 우연히 한국 코트라 사무실에 근무한다는 우크라이나 여성을 만났었다.

 

그녀는 내게 우버를 불러 주었다.

 

차량 번호, 기사 사진과 이름, 요금이 뜬 화면을 내게 보여 주었다.

 

나는 그 때 우버앱을 어떻게 설치하는 건지? 어떻게 사용하는 건지? 전혀 몰라서 신기하기만 했었다.

 

덕분에 250 흐리브냐에 친절한 기사를 만나 편하고 안전하게 숙소까지 갈 수 있었다.

 

첫 인상이 너무 좋아서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모두가 착하고 친절하다고 믿어 버렸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녀가 " 절대 길에서 잡는 일반 택시는 타지 말고 우버를 불러야 한다"고 말했던 것 같았다.

 

우버가 뭔지도 몰랐던 나는 그냥 흘려 듣고 잊어 버렸던 것이다.

 

 

 

러시아에서 부터 북유럽 4개국 , 발트 3국을 무사하게 여행하고 발칸 반도 여행을 막 시작하자마자 험한 꼴을 당한 것이다.

 

세상의 반은 착하고, 반은 사악하다는 사실을 잠시 깜박 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는 운이 좋아서 착한 사람들만 만났지만 앞으로는 또 다른 절반의 나쁜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실망하거나 두려워 할 것 까지는 없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좋은 일이 많았으니 나쁜 일도 많을 것이다.

 

심기일전(心機一轉),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기회로 삼기로 했다.

 

안전이 최우선이다. 항상 긴장하자. 우버 사용법을 배우자. 핸드폰에 구글맵과 번역기를 설치하자고 마음 먹었다..

 

 

 

5 사진 가운데 아버지와 딸이 우리를 아무 댓가 없이 태워다 준  친절하고 고마운 분들이다.  뭔가 작은 선물이나  작은 금액이라도 감사를 표하려 했지만  절대 사양이었다.jpg

사진 가운데 아버지와 딸이 우리를 아무 댓가 없이 태워다 준 친절하고 고마운 분들이다
뭔가 작은 선물이나 적은 금액이라도 감사를 표하려 했지만 절대 사양이었다.


 

 

 

위험한 순간을 겪으면서 초보 여행자는 배운게 많았다.

 

그리고 훌쩍 성장 했으니 오히려 감사 할 일 이었다.

 

인생도 위험한 고비를 잘 넘기고 나면 크게 성장하듯 여행도 어려운 순간을 극복해야만 업그레이드 된다.

 

 

 

겁 먹지 말자.

 

나에겐 긍정의 마인드가 있지 않은가.

 

어려운 순간들을 숱하게 헤쳐온 인생 경험도 있지 않은가.

 

나는 할 수 있다. " I CAN COME TRUE MY DREAM "

 

 

**작가의 사족 - 20개월 간의 지구 여행 이야기를 " 뉴스로 "에 연재 하기 시작해서 어느덧 11회가 됐습니다. 이제 겨우 시베리아 횡단 스토리가 끝났습니다. 이런 식으로 나라 별로 쓰다 보면 분량이 너무 많아 질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 회 부터는 나라에 관계없이 비슷한 에피소드나 사건 등을 모아서 테마 위주로 쓰기로 했습니다. 첫번째 시도로 " 세계의 나쁜 운전 기사들"을 주제로 3회 정도 연재 할 예정 입니다. 이어서 " 황당 경험 , 잊고 싶은 추억" " 도난과 분실의 흑역사" " 좋은 인연 ,잊지 못할 추억" " 위조 지폐 쯤이야 " " 여행자는 을 이었다." " 디지탈 노마드 되기 " 등의 순서로 연재 할 예정 입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안정훈의 혼자서 지구한바퀴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anjh

 

        

 

 

 



로창현 2019-03-22 (금) 22:39:03
ㅋㅋㅋ 위기의 순간에도 빛을 발하는 안 작가님의 유머에 배꼽 잡습니다.. 근데 뉴스 제목 뽑기가 베테랑 편집기자 저리 가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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