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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 임의 뒷골목 뉴욕
중앙대학과 동 대학원에서 연극을 전공하고 뉴욕대학 대학원에 유학, 미국의 유명 광고회사에 취직해 미국동포 소릴 들으며 산지 17년. 기자로 출발, 광고회사 카피라이터, 공연기획자, 또 구멍가게 주인으로, 그것도 모자라 연극 연출에 자유기고가로 사는 자유인. 그럼에도 불변하는 한 가지는 뼛속까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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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설 공휴일에 대한 기우

글쓴이 : 앤드류 임 날짜 : 2011-02-02 (수) 23:52:57

매일 아침 뉴저지에서 맨하탄으로 출근하는 일은 참으로 고통스럽다. 벌써 12년 째 하고 있는 일이어서 이골이 날 만도 한데 여전히 라디오에 귀 기울이며 매일 아침 교통 체증(交通滯症)을 걱정한다.

토요일이나 공휴일은 물론 체증이 덜하다. 막히지 않고 직장까지 운전하면 20분이 채 안걸린다. 그런데 평일에는 같은 거리를 한시간 반 정도 걸려 출퇴근 한다.

간혹 주말도 휴일도 아닌데 도로에 차들도 없고 체증이 전혀 없는 날들이 있다. 어김없이 유대인들의 휴일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유대인들의 휴일이 아니라 유대교의 종교적 기념일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출근을 안하니 주말이나 휴일처럼 도로가 한가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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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때면 뉴욕에 유대인들이 이렇게 많은가 싶다. 물론 뉴욕의 유대계 인구는 엄청나다. 미국인들이 뼈 있는 농담으로 New York을 Jew York이라고 하는 이유가 그것 아닌가.

그러나 유대인들의 휴일에 도로가 한가한 것은 단지 유대인때문이 아니다. 다른 민족 직원들도 출근을 안하기 때문이다. 유대인 회사들이 업무를 보지 않기 때문에 이들과 업무상 관련있는 회사들도 문을 닫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휴일은 정해져 있다. 국민들의 편의를 잘 배려해 대부분이 주말과 이어지게 휴일을 정해 놓고 있다. 한국에서 ‘몇월 몇일은 무슨 날’이라고 정해 휴일로 만들었다면 미국에서는 몇월 몇 째주 금요일 또는 월요일을 휴일로 정해 사람들이 주말과 함께 연휴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독립기념일(7월 4일)처럼 기념일이 날짜로 정해져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유대인들의 휴일은 휴교를 하고 관공서를 닫으라고 공식화 된 적이 없지만 휴일처럼 취급된다. 공식적이지 않아도 당연히 회사는 문을 닫고 사람들은 집에서 쉰다. 유대인들의 휴일이 사실상 미국의 휴일인 셈이다.

최근 들어 한인 사회 일각에서 민족 최대의 명절인 음력 설날을 유대인들의 휴일처럼 공휴일로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다.

아시아인들이 전통적으로 사용해 온 음력 달력(Lunar Calendar)의 새해 첫날(Lunar New Year’s Day)이 중국인들의 새해(Chinese New Year)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 시정을 요구하고 이 날을 유대인들의 신년처럼 휴일로 만들자는 것이다. 아시아인들의 정치력 신장과 함께 유대인들처럼 우리들의 영향력도 인정받자는 것이 취지이다.

  

이 같은 생각을 하는 분들의 롤모델은 유대인들이다. 그래서 ‘유대인들처럼…’이라는 말을 망설이지 않는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 취지에는 찬동하지만 우려의 마음도 숨길 수 없다.

내게 있어 유대인들의 휴일은 고통에 가깝다. 멀쩡한 평일인데 다른 거래처들이 업무를 보지 않아 협력이 안된다. 불편하기 이를데 없다. 사람들이 집에서 쉬니 일요일에 문 연 기분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나뿐 아니리라.

실제로 나 같이 소매업을 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비유대민족들은 늘 낮은 목소리로 불평한다. 여러가지로 불편하고 혼란스럽다는 것이다. 혼란을 초래하는 한가지 예가 이른바 ‘Alternate Side Parking Rule’이다. 거리 청소를 위해 특별한 요일의 일정 시간동안 거리 주차를 못하게 되어있는 법규다. 그 지역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해당 요일과 시간대를 잘 인지하고 그에 맞춰 차를 주차한다.

공식적인 휴일은 아니지만 공휴일이나 다름없는 법규가 적용되다 보니 유대인들의 기념일과 명절을 숙지해야하는 불편함이 있다. 그렇지 않으면 주차를 못해 하루 수십 달러의 주차비를 써야 하거나 티켓을 받기 일쑤다.

어느 경찰 간부의 말에 따르면, 타민족 커뮤니티들이 불편해 하고 불만을 갖는다는 사실을 뉴욕시 정부 역시 안다는 것이다. 그러나 누구도 불만사항을 민원으로 시정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수를 차지하는 유대인들의 심기(心氣)를 거스르기 싫은 것이다.

유대인들의 기념일이 사실상의 휴일로 간주되는 문제는 한 가지 예에 불과할 뿐이다. 유대인들의 집단이기주의적 현상이 사회적으로 초래하는 불편과 불합리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유대민족이 아닌 사람들의 반유대 정서를 부추기는 현상들 말이다.

유대인들은 다른 민족들에게서 나타나는 반유대인적 정서가 시기(猜忌)나 질투(嫉妬)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열등한 민족이 우월한 민족의 성공과 힘을 시기한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성공한 집단이 존경(尊敬)을 얻는 예는 얼마든지 있다. 유대인이 아닌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유대인들에 대한 반감 또는 비호감은 그들의 독선 내지는 집단이기주의와 아무래도 관련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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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들은 돈과 영향력을 모두 가진 민족이다. 뉴욕 내의 인구 비율도 많다. 그러다보니 속된 말로 배짱 튕기며 ‘오늘은 우리 민족의 휴일이니 문 안 연다.’ 또는 ‘일 안가겠다’고 하면 그렇게 할 수 있다.

다수를 차지하는 그들이 그렇게 하다보니 그 휴일과 상관도 없는 다른 민족들까지도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미국이 사회적으로 만들어 놓은 약속이 깨지는 것이나 다름없다. 휴일을 정해서 쉬는 것은 그 사회의 약속 아닌가?

유대인들은 전 세계에 퍼져 살고 있다. 그리고 한결같이 그 사회에 동화되기보다는 자기네 것을 고수하며 살려고 애쓴다. 모든 민족들이 자기들의 전통을 지키고 싶어하는 것은 공통적이나 다른 민족들의 경우 그 성격이 다르다.

대부분은 그 사회의 규범(規範)이나 전통(傳統)에 적응하려고 애쓰고 자신들의 전통 역시 그 사회의 규칙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지키려고 한다. 자신들의 전통 고수 노력이 그 사회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거나 불편을 초래하는 경우, 자제(自制)와 융화(融和)의 노력을 한다. 타 민족의 눈밖에 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간단한 예로 우리도 집에서 김치담궈 먹고 싶지만 냄새가 다른 민족들에게 거부감을 주기 때문에 꺼리게 되는 것 아닌가? 이는 민족 자긍심과 관련 없는 얘기다. 김치가 떳떳하지 못해서, 부끄러운 음식이어서 담그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단지 문화를 달리하는 민족들이 불편해하기 때문이다.

교회 앞에서 여러 사람이 모여 불경을 외우거나 법당 앞에서 여러 사람이 모여 찬송가 부르면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소음이고 불편하지 않겠는가? 유대인들은 자신들의 문화에 떳떳하고 타민족은 그렇지 못해서라고 말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존중(尊重)과 배려(配慮)의 문제인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까지 거론할 필요가 있을지 모르지만, 이 같은 유대인들의 행동은 선민(選民)사상과 관련이 깊다.

유대인들은 구약(舊約)만을 진리로 받아들인다. 예수가 그리스도로서 인간 세상에 보내지고 그로부터 범 인류적 용서와 구원의 기틀을 만들었음을 믿지 않는다. 예수 그리스도의 범 인류적 사랑과 평등의 진리를 거부하기때문에 여전히 선민으로 세상을 다스린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유대인, 더 구체적으로는 유대교인들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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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그들은 교육부터가 다르다. 다른 민족들이 인종과 피부색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은 평등하며 그래서 서로 배려하고 살아야 한다는 보편적 진리를 가르치는데 반해 그들은 유대인만이 신에 의해 ‘선택된 민족’이며 다른 민족들은 유대인을 위해 존재한다고 가르친다.

주지하시다시피 이 같은 유대인들의 생각을 선민사상이라고 한다. 그들에게 있어 배려나 평등은 자신들에게 역으로, 즉 불리하게 작용할 때가 아니면 지킬 필요 없는 덕목(德目)인 것이다.

기독교적 사상으로 유대인은 선민, 즉 선택된 민족이 맞다. 그러나 그 선민이 된 배경, 즉 창조주(유대교와 기독교인들에게 공히 하느님인)가 그들을 뽑아 세운 이유에 대해 이해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들이 똑똑하고 잘나서 선택하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였기때문이다. 즉 노예살이하고 억눌려 살고 그러면서도 분열하기 십상인 못난 그들을 뽑아 세움으로써 권능을 증명한 것이다. 그냥 놔둬도 잘 하는 민족, 잘 사는 민족을 더 융성케 하면 그게 하느님의 권능인지 그 민족이 잘나서인지 애매(曖昧)하지 않겠는가.

선민사상의 결과는 전 세계를 분열시킨다. 미국과 아랍권 국가들의 대립을 흔히 아랍권과 기독교 세계의 대립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지만, 아는 사람들은 안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아랍권 국가들이 미국을 적대시하는 이유는 기독교 때문이 아니라 유대인들 때문이다. 일방적으로 유대인, 즉 이스라엘 편을 드는 미국을 아랍계 국가들이 증오(憎惡)하는 것이다.

융화하기보다 선민인 자신들의 것을 우월하게 보고 조금의 양보도 없이 고수하려는 유대인들이 정치, 경제, 법 그리고 언론의 모든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나라가 미국이고, 미국을 움직이는 그들이 선민인 자신들의 조국, 이스라엘의 편을 노골적으로 들고 있으니, 엉뚱하게도 미국이라는 유대교와 상관없는 한 국가가 아랍인들에게 적이 되고 만 것이다.

의미없는 상상이지만, 미국이 청교도들의 정신으로 세워져 다른 종교의 영향 없이 그 전통을 유지할 수 있었다면 과연 오늘 날과 같은 아랍권 국가들과의 첨예한 갈등이 생겨났을까? 지금 전 세계를 어지럽히는 미국과 중동의 갈등에서 기독교는 아무래도 희생양(犧牲羊) 같은 느낌이다.

선민사상에서 비롯된 자긍심(自矜心)이던 민족 전통에의 사랑이던 결과는 집단이기주의의 형태로 나타날 뿐이다. 그리고 그 집단 속의 소집단이 집단 이기주의를 형성할 때 더 큰 집단의 미움을 산다. 그 집단이 큰 집단 내에서 다른 소집단들 보다 수적 우세와 힘의 우위를 갖기 때문에 당장은 괜찮아 보이지만 앞 일은 모르는 것 아닌가. 누구나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 오게 마련이고 이 같은 원리는 민족이라는 범위로 볼 때도 마찬가지다.

유대민족은 이미 역사 속에서 그 같은 흥망성쇠(興亡盛衰)를 겪었다. 어느 특정 민족을 비난하거나 원망하거나 더군다나 시기, 질투할 마음은 추호도 없다. 다만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고 싶을 뿐이다.


 

우리 민족이 그리고 아시아 민족들이 미국 내에서 정치력을 신장(伸長)하고 영향력을 지금의 유대인들만큼 확보하지 말라는 법 없다. 우리가 열과 성을 기울이는 교육이 언젠가 우리의 후대에게 유대인들의 지위를 가져다 줄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우리가 유대인들의 지도적 위치를 인수인계 받을 때, 유대인들이 선민사상으로 다른 민족과 그 사회 안에서의 규범과 규율을 소홀히 여기고 그럼으로써 타민족에게 불러일으키는 반감 그리고 적대감까지도 그대로 물려받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생기는 것이다.

물론 내가 하고 있는 생각을 이 일을 추진하시는 분들이 못할리 만무하고 그 분들의 취지 또한 설날의 공휴일화라기 보다는 정확히 표현해 ‘설날의 휴교일화’이기 때문에, 이를 확대 해석하는 기우(杞憂)를 범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미국 내에서 한국 민족이 영향력을 갖게 될 때 설날과 추석을 유대인들의 욤키푸르나 하누카처럼 공휴일로 만들자고 할 게 아니라 오히려 특정 민족의 기념일이 ‘공휴일 아닌 공휴일’이 되는 현상을 시정하자고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리하는 것 또한 숨길 수 없다.

타민족에게 자기 민족의 전통을 강요하고 불편을 끼치는 민족이 아니라 진정 미국의 전통과 사회 규범을 존중하고 수호하는 리더로 인식되어야 하지 않을까? 집단이기주의로 미움을 사는 힘있는 커뮤니티가 아니라 미국 사회의 질서와 바람직한 전통을 존중하고 그 자체를 힘 있게 이끌어 가는 존경 받는 리더 말이다.

이 일을 추진하시는 분들의 뜻 역시 내 염원(念願)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고 믿는다. 모쪼록 추진하시는 일들이 바람직스럽게 성취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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