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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 임의 뒷골목 뉴욕
중앙대학과 동 대학원에서 연극을 전공하고 뉴욕대학 대학원에 유학, 미국의 유명 광고회사에 취직해 미국동포 소릴 들으며 산지 17년. 기자로 출발, 광고회사 카피라이터, 공연기획자, 또 구멍가게 주인으로, 그것도 모자라 연극 연출에 자유기고가로 사는 자유인. 그럼에도 불변하는 한 가지는 뼛속까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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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서 싸우다

글쓴이 : 앤드류 임 날짜 : 2010-06-17 (목) 02:58:58

뉴욕의 경찰은 참으로 악명 높습니다. 예의나 상식선의 처우조차 기대할 수 없는 그들에게 선처나 관용을 묻는 일는 상상도 못할 일이죠.

정차 중에 술 취한 운전자가 내 차의 뒤르 들이받았는데 911에 전화하니 1시간 30분 만에 경찰차가 왔습니다. 내 차를 들이받은 차는 이미 도주한 뒤였고… 뒤늦게 도착한 경찰관은 나를 향해 고함을 칩니다. 기가 막힐 노릇이지만 어쩌겠습니까.

억울함을 당해 법정에 가도 경찰과의 갈등인 경우에는 법도 공정하다고 생각되지 않는 게 뉴욕입니다. 노골적으로 경찰의 편을 든다고 느끼게 하죠.

다음 글은 내가 당한 억울한 케이스에 대한 내용입니다. 아니 억울한 일이었지만 자랑하고 싶은 일이어서 소개합니다. 제 2회 윌드 베이스볼 클래식이 열리던 때 일어난 일이죠.


 


 

매일 같이 지난 10년 간 파킹을 하던 내 소유의 스토어 앞, 여느 날과 다름 없이 주차를 하고 주차영수증을 뽑아 앞유리에 디스플레이했죠. 약 30분 쯤 나가보니 차가 없었습니다. 토잉(견인)이 된겁니다. 어떻게 된 건가 보니 밤사이 사인이 바뀌어 있더군요.

지난 10년간 <아침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 미터 파킹>할 수 있게 되어있던 사인이 No Stopping Anytime이라고 되어있는 겁니다. 너무 화가 나고 어이가 없었지만 하는 수 없이 토잉된 차를 185불이나 내고 꺼내오고 115불이나 되는 티켓을 받게 되었습니다.

오늘 법원에 갔었습니다. 도저히 ‘그냥 내고 말지…’ 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미터는 그대로 있고 어느 안내문이나 경고문도 없이 어느 날 밤새 사인을 바꾸고 차를 끌고 가는 행위는 그야말로 시민들을 기만하는 횡포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판사와의 대화입니다.

판사: 자 무슨 말이 하고 싶어 왔습니까?

앤드류: 지난 10년간 바로 그 자리에서 가게를 운영하며 같은 장소에 미터파킹을 했습니다. 티켓을 받고 차가 토잉당한 그 날도 여느 때와 다름 없이 뮤니미터(Munimeter)에 돈을 넣고 주차를 했습니다. 그런데 차가 없어졌고 확인해보니 밤사이 사인이 바뀌어 있더군요. 미터도 그대로 있었고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만일 정차금지 지역이라면 미터가 그 지역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여기 지난 10년간 제가 같은 장소에서 가게를 운영했다는 리스의 사본입니다. 보십시오.

판사: 좋은 증거자료입니다. 다만 사인이 정차금지면 주차를 하면 안되는 것입니다.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앤드류: 맞습니다. 법으로 볼 때, 사인만으로 볼 때 저는 유죄입니다. 그렇지만 논리적으로, 합리적으로 지난 10년 간 파킹을 하던 자리에 아무런 경고문도 없이 사인을 바꾸고 미터는 작동하도록 그대로 놔둔다면 누구든 혼돈할 수 있고 당연히 어제까지 그랬던 것처럼 시간제 주차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누가 매일 주차하는 자리에 매번 사인을 확인하겠습니까? 만일 매번 확인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오히려그 사람이 정신적으로 너무 강박증이 있다고 보지 않겠습니까? 많은 사람들이 혼란을 겪는다면 분명 그 사인과 행정이 잘못된 것이라고 믿습니다.

판사: 사전 경고라고 하는데, 그럼 시에서 앤드류씨 집에 가서 문드리고 내일부터 사인이 바뀐다고 말해 줘야 합니까?

앤드류: 아닙니다. 그런 극단적인 방법말고 얼마든지 그럴 수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영화촬영, 경찰 행사, 시 행사 등이 있을 때 주차금지 경고문을 여기저기 수도 없이 붙여 놓은 적이 많습니다. 아주 성공적으로 경고를 해 왔고 저 역시도 그 사인이 있을 때 주차를 하지 않았지요. 때문에 시에서 내 집에 와 문을 두드리며 “내일부터 사인이 바뀝니다”하고 말하는 극단적인 방법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사전에 오래 된 사인이 바뀐다는 경고를 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판사: (안경 너머로 앤드류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싸울 줄 아는 사람이구만. 이해는 하고 정상 참작은 될 지언정 기각을 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사인이 분명히 정차금지라고 되어있으니까요.

앤드류: 알겠습니다. 지난 10년간 같은 장소에서 장사하며 성실하게 세금 내고 일한 주민에게 시는 이 같이 기만적(tricky)인 방법으로 범법을 조장(causing illegal parking)하고 기다렸다는 듯이 토잉을 하고 벌금을 받음으로써 요즘 같이 경기가 안좋은 상황에 성실한 납세자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군요. 지금 전 미국은 경기부양책이며 소기업 육성책이며를 내 놓느라고 떠들썩한데 뉴욕시는 이렇게 혼란스러운 행정으로 시민들을 경제적으로 괴롭히는군요. 저 말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같은 억울함을 당했을거라고 생각하십니까? 허락된다면 제가 찍어 온 사진들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사진들을 보여주며) 제가 티켓을 발부당한 당일날과 다음날 찍은 사진들입니다. 여기 보시면 이 운전자 역시 정차금지 지역에서 미터에 돈을 넣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 사진에서 영수증을 차유리에 디스프레이하고 있습니다. 이 운전자가 주차티켓을 발부 받았을까요? 받아야 맞습니다. 그리고 이 운전자 말고 도 여러 사람이 (또 다른 사진을 보여주며) 이미 차를 파킹했습니다. 모두 창문에 주차영수증이 디스프레이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사진 한구석에는 밤새 설치한 정차금지 사인이 보입니다. 제 차는 이 중 한대 였을 뿐입니다. 그리고 운 없게도 토잉이 된 것이구요. 참고로 제가 같은 장소에서 10년 동안 가게를 가지고 있었다는 증거로 제 리스의 사본을 제출했습니다.

판사: 무슨 스토어입니까?

앤드류: AT&T 스토어 입니다.

판사: 크기가 얼마나 됩니까? 앤드류: 270 스퀘어 피트입니다.

판사:아주 작은 스토어군요. 비즈니스는 잘 됩니까?

앤드류: 뉴욕에서 가장 작은 AT&T 대리점입니다. 그렇지만 가장 성공적으로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모범대리점입니다. 커스토머 설문조사 등에서 최우수 대리점으로 선정됐습니다.

 


 

판사: 장사도 잘된다면서 지금 무슨 관용을 기대하는 겁니까?

앤드류: 장사가 잘되는 건 열심히 일하기 때문입니다. 이 불경기에 버티는것 자체가 잘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벌써 여러 대리점이 문을 닫았는데 제 스토어는 생존자 중 하나일 뿐입니다. 그것 자체가 성공적인 비즈니스 아니겠습니까? 뉴욕시에도 제 스토어가 생존해 세금을 납부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 일 아니겠습니까? 장사가 잘되고 많은 돈을 번다고 해도 이렇게 부당한 방법으로 벌금을 부과 당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미터는 그대로 있고 공사로 스케풀도 있고 바로 그앞에 또 다른 사인이 있어 잘 보이지도 않는 사인을 하루밤 사이 바꾸어 놓고 10년 이상 같은 장소에 주차하던 주민에게 사인을 보라고 강요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생각입니다. 판사님이 저와 같은 상황이었어도 저와 같은 잘못을 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판사: 다른 자료도 더 있어 보이는데, 제시할 수 있습니까?

앤드류: 네 물론입니다. 지금까지 제가 같은 장소에 미터에 돈을 넣고 파킹을 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영수증들을 가져왔습니다. 수 없이 많은 영수증들입니다만 거의 매일 미터파킹을 했음을 보여줍니다.

판사: 바로 전날 즉 3월 26일에도 파킹을 했었다는 영수증도 있습니까?

앤드류: 여기 있습니다. 오전에 한번 그리고 오후에 한번 파킹했었습니다. 여기 영수증 카피 입니다. 사인이 3월 26일 밤 사이에 바뀌었다는 걸 증명하고 바로 그 전날 까지도 주차가 가능했다는 사실을 증명코자 이렇게 영수증을 가져왔습니다. 사인은 분명히 3월 26일 밤 9시 이후에 바뀌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제 스토어에서 퇴근한 것이 저녁 9시경이었고 그때까지 사인을 바꾸는 작업을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여기 제가 3월 26일 밤에 보낸 이메일들과 작성한 서류들의 사본입니다. 저는 집에서 컴퓨터를 쓰지 않기 때문에 사무실에서 이메일을 보내고 퇴근을 합니다. 아이피 주소 등이 추적이 되는 것으로 압니다. 여기 제 아이피 주소입니다. 일치하는지 조사하셨으면 합니다.

판사: (웃으며) 대학 다녔습니까?

앤드류: 네 다녔습니다.

판사: 전공이 뭐였죠?

앤드류: 연극 극작과 연출을 전공했습니다.

판사: 법하고 관련된 공부는 안했고?

앤드류: 한 적 없습니다.

판사: 어느나라에서 왔죠?

앤드류: 한국사람입니다.

판사: WBC 야구 봤습니까?

앤드류: (마침 손목에 차고 있던 WBC기념 팔찌를 보여주며) 네 봤습니다.

판사: 어떻게 생각합니까? 한국 일본 대단하던데...

앤드류: 한국 선수들 자랑스럽습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이 자랑스러웠습니다. 이기지 못해도 진정 훌륭한 스포츠맨십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말입니다.

판사: 지금 당신이 포기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군요? 9회 말에 동점타를 치던 이붐호 인가...하는 선수를 봤습니다. 지금 앤드류씨를 보니까 그 생각이 나는군요.(웃음)

앤드류: (웃음) 그렇습니까? 죄송합니다.

판사: 케이스를 기각하고 토잉비와 벌과금을 모두 돌려드리겠습니다. 그러나 법적으로는 위반이 틀림없지만 모든 정황상 충분히 실수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뉴욕시에 의해 제공됐다고 판단되어 모든 위반사항을 기각하고 벌금 및 토잉비를 뉴욕시가 반환토록 하겠습니다.

앤드류: 감사합니다. 관대한 결정에 감사드립니다. 한국 야구대표팀이 저를 구한 건가요?

판사: 그렇다고 해도 무리없겠죠? 야구에서 본 한국인들의 철저함과 끈기가 그냥 나오는 게 아니라는 걸 느끼게 해줬으니 판결에 영향이 없었다고는 못하겠어요(판사 웃음). 사업 잘하시고 성공하시길 기원합니다. (앤드류, 판사 악수)

여러분, 조금의 가감도 없이 상황을 기억나는 대로 기록했습니다. 부당하다고 여겨지시면 그냥 넘어가지 마시고 싸우십시오. 제가 했다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강한 민족입니다.

아울러 관대하고 공정한 결정을 내리신 판사님께 감사드립니다. 뉴욕이 아직은 살만한 곳이라는 생각을 갖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투쟁으로 이겼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진실이 통했을 뿐입니다. 한국 야구대표팀이 우리 한국인들에 대한 관념을 그렇게 긍정적으로 바꾸어 준 것에 감사합니다.

한국 사람은 잘 참기도 하지만 부당하게 누르려한다고 지레 기죽지 않습니다.세계 최고라고 떠드는 일본 야구에 한국 야구가 절대 기죽지 않았듯이 말입니다. 우리는 그런 민족입니다.





송정훈 2010-10-25 (월) 03:52:09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몇 년전 억울하게 받은 파킹 티켓을 인터넷을 통해 1년을 걸려 기각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냥 포기하고 낼까 하다가 끝까지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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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길재 2010-11-08 (월) 12:05:48
저렇게 영어로 얘기할 수 있는 앤드류 형이 부러울 뿐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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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희 2011-05-29 (일) 00:04:15
어제 만나서 정말 반가웠습니다, 통쾌하게 시스템의 적절한 방법을 통하여 자기의 정당함을 제시하고 변론해서
뉴욕시 행정에 미숙함에 대하여 반박하여 금전적인 손해를 만회하고 통쾌한 승리의 경험담 즐겁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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