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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 선교사, 시인으로 가족과 함께 몽골에 살고 있다. <시인>이란 명칭이 더욱 마음에 드는 이유는 "깃털 같은 가벼움, 맑은 개울물의 낭랑함, 그리고 바람 같은 자유로움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저 매일 반복되는 몽골생활의 희노애락과 몽골인들의 이야기로 글벗을 만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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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이름으로..러시아에서 몽골까지

글쓴이 : 황선국 날짜 : 2012-01-29 (일) 12:48:45

2001년도에 한 달 간 러시아를 방문하여 체류(滯留)한 적이 있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러시아’ 하면 떠오르는 것이 KGB 밖에 없었다. 그리고 잡지에서 읽은 바로 KGB가 마피아로 전락했다는 정보도 머리에 남아 있었다.

거리 곳곳에서 보이는 경찰들과 수시로 이어지는 검문이 KGB로 상징되는 러시아의 관념을 더욱 굳게 했다. 한번은 불시에 검문을 받아 이중 철창문으로 된 감방도 구경하게 되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러시아는 내게 있어 KGB 그 자체였다.

 

www.en.wikipedia.org

그러나 교회를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 교제하면서 차츰 러시아에 대해 나의 관념도 바뀌기 시작했다. 운동장에서 같이 공을 차며 뒹굴던 청년들, 우리가 찬양과 워쉽댄스를 할 때마다 길을 지나가다가 멈춰서는 미소 짓던 수많은 사람들, 여러 날 동안 함께 만나면서 통하는 말 한 마디 없이 손짓 발짓으로 서로의 마음을 전달하려고 애썼던 순간들, 비가 오면 그저 비가 오는 대로 비를 맞으며 걸어가던 사람들의 모습들, 가진 것 별로 없지만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하던 러시아의 청년들, 이 모든 것이 KGB를 대신하여 러시아에 대한 이미지로 굳어져 갔다.

마침내 한 달이 다 지나갔을 무렵, 나는 눈물 흘리며 배웅하는 러시아 사람들을 뒤로 한 채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높고 푸른 하늘에서 바라보는 러시아의 광활한 대지 위로 한 달 동안 만났던 사람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가고, 그들의 목소리가 메아리치는 듯하였다. 이때부터 내게 있어서 러시아는 더 이상 KGB의 나라가 아니었다. 러시아는 이제 나에게 ‘빠샤의 나라, 그리고 사샤와 삐까 나타샤 그리고 따냐의 나라’가 되었다.

세월이 흘렀지만, 나에게 있어 러시아는 여전히 ‘빠샤와 사샤 그리고 삐까와 나타샤와 따냐의 나라’로 남아있다. 이것은 또 다른 추억(追憶)이 있기까지 변함이 없을 것이다.

추억이 만들어지는 데는 법칙이 있다. 말하자면, ‘관심사의 법칙’이란 것이다. 사람들은 오직 자신의 관심사를 창(窓)으로 하여 추억을 만들게 된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공부하는 데만 관심이 있는 사람은 축구의 본고장인 영국을 다녀와서도 축구의 ‘축’자도 모르는 수가 있다. 혹은 많은 민족들이 부대끼며 애환을 안고 살아가는 중국에서 ‘만리장성’과 ‘천안문’의 추억만을 안고 올 수도 있다.

 

이는 몽골에 대해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관심사의 법칙’에 따라 말하자면, 어떤 이는 몽골에서 나이트와 빠만을 추억으로 간직할 수도 있는가 하면, 많은 동물과 가축에 대한 정보와 이미지를 추억으로 간직하게 될 수도 있다.

아니면 도시 변두리 지역의 가난한 사람들이 추억으로 남기도 하고, 초원에서 말을 타다가 마신 ‘애-릭과 타락그’가 추억으로 남기도 한다. 혹은 사업상의 행정절차가 추억이 되기도 하고 길에서 마신 먼지가 추억이 되기도 할 것이다.

몽골은 광활한 대지의 나라이다. 북에서 남으로, 또 동에서 서로 가는 것도 쉽지 않아 비행기를 이용해야 할 정도이다. 몽골을 여행하게 되면 때로는 말 없이 누워있는 웅대한 자연에 압도되기도 한다. 때로는 끝이 없을 것 같은 평원 위에서 한 없이 무력해지고 작아지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리고 간혹은 가난에 동정을 보내며 몽골의 악질적인 폐습(弊習)에 욕을 하게 되기도 한다. 그리고 새롭게 보게 된 몽골 이미지로 몽골에 대한 추억을 만든다. 부디 몽골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이 오래오래 아름답게 남을 추억들을 간직하게 되길 잠잠히 기원해 본다.

 

추억의 이름으로

 

눈을 감으면 생각난다

곱진 않으나 다정다감하셨던 어머니

자식들을 위해 기도하시던 아버지

싸웠다가도 이내 서로 그리워하던 형제들

나 추억의 이름으로 그들을 축복한다


하늘을 바라보면 생각난다

어렸을 적 개울가 발가벗은 친구들

고구마 구워 먹던 친구 얼굴

언 손 부비며 썰매 지치던 아이들

나 추억의 이름으로 그들을 사랑한다


얼굴에 바람 맞으며 불러본다

바람 따라 왔다 바람 따라 사라진

제인, 랍, 마리아, 삐까

그들은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나 추억의 이름으로 그들을 부른다


주름이 늘면 추억도 늘어간다

머리칼 희어짐은 추억의 무게 때문이다

몸을 눕힐 대지는 추억의 안식처

아름다운 추억은 미래의 씨앗

나 추억의 이름으로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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