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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훈의 세상속으로
대경중학교에서 농구를 하다가 2학년 겨울에 가족과 함께 미국에 왔다. 뉴욕주 답스페리중고교에서 농구선수로 활약, 2008년 뉴욕주립대(SUNY) 플래츠버그 최초의 아시안선수로 스카우트 됐다. 농구볼만 잡으면 행복했던 ‘바스켓볼 키드’에서 세상속으로 뛰어든 ‘열혈남아’의 아주 특별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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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좋은 떨림

글쓴이 : 크리스 날짜 : 2012-06-15 (금) 01:05:07

휘슬이 울리고 2011-2012 시즌 첫 경기가 시작한다. 내 눈 바로 앞에 펼쳐진 상황이 데자뷰(deja vu)처럼 다가온다. 고등학교 선수 시절엔 매 게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던 경기 시작 휘슬과 심판이 두 선수 사이에서 허공(虛空)으로 던지는 게임 볼이 이 날만큼은 꽤나 특별하다.

 

대학 선수 시작이래 나는 몇 걸음 떨어진 우리 팀 벤치에서 경기 시작을 맞은 경우가 많았다. 1학년 첫 시즌을 앞두고 쾌조의 컨디션속에 마지막 훈련을 하던 날 불의의 부상으로 두달이나 깁스한 것은 불길한 징조였다.

부상이 완치되고나니 나보다 좋은 체격조건과 실력이 뒷받침된 선수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들이 졸업을 하고서야 내게도 기회가 왔다. 참으로 부끄러운 기회다. 그래서인지 지금 이 순간 기대보단 후회가 더 많다.

 

고등학교 선수 시절 난 에이스였고 코치와 선수들의 든든한 서포트 아래 내 의지대로 플레이를 했었다. 매 경기 중요한 플레이는 항상 나를 거쳐 진행되었다. 하지만 대학 농구는 보다 경쟁이 치열했고 나에게 부여된 기회를 잘 살리지 못했다.

수 만 명의 고교 농구 선수들 중에 수 천명이 대학 농구에 발을 들였고 그 수 천명은 더욱 실력이 뛰어난 이들이었다. 그런 경쟁구도를 알았음에도 대수롭지 않게 여긴 나에게 온 마땅한 결과였었다.

성격자체가 물러터진 난 현실을 너무도 쉽게 받아들임과 같이 땅 속으로 파고드는 자신감은 농구에도 영향을 미쳤다. 대학 생활의 삶, 인간관계, 공부, 그리고 농구 사이에서 머릿속은 복잡해져만 갔고 포기와 실패도 늘어갔다.

혼자 생각이 늘고 그러다 보니 자신감도 없어졌나보다. 실력이 없으면 더 노력해야 했는데 난 그렇지 못했고 무얼 해야 할 줄 알았지만 바닥 친 자신감은 동기부여에 영향을 미쳤다.

 

스스로에게도 확신이 없던 나를 감독은 어떻게 믿고 기회를 줄 수 있었을까? 당연한 것이지. 그는 평등한 사람이었다. 모든 것에 있어서 그렇고 선수기용에 있어서도 자신의 소신에 따라 평등한 이였다. 기회가 많지 않았다고 생각한 난 때때로 감독을 원망하고 비난도 했었지만 결국 그 시작과 끝은 내 자신에 대한 원망과 비난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내면에서 일어나는 심경변화와 바뀌지 않는 내 상황 속에서도 농구와의 관계는 이어졌다. 복잡한 생활 속에서 농구를 즐기는데 어려움은 있었어도 싫어지진 않았다. 그리고 여느 때와 같이 다시 한번 기회가 왔다. 매번 마지막 같을 것 같은 기회가 잘도 또다시 온다. 허나 이번엔 마지막일 것이다. 나에게 다음 대학 시즌은 없다. 마지막 시즌 후에 그 수 많던 기회는 후에 나에게 무엇을 남길까?

오랜만에 찾아온 선발(先發)이 후회스럽기만 했던 지난 시간의 아픔을 녹이고 이젠 달콤하다. 몸이 조금은 떨린다. 그렇다고 긴장한 것은 아니다. 기대감에 생기는 떨림이다. 기분 좋은 떨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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