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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싯적 꿈은 축구선수였지만 정작 배구선수를 하고 만, 당근 기자노릇은 축구였으되 야구 육상 사격 역도 배드민턴 농구를 섭렵하다 방송영화계를 출입하며 연예와 씨름한 방랑의 취재인생. 전직 스포츠신문 기자가 전하는 스포츠와 연예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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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코리아냐 메스코리아냐

글쓴이 : 로빈 날짜 : 2012-07-20 (금) 20:01:12

대통령과 미스코리아의 공통점은?

정답은 장충체육관에서 뽑힌다!

1970년대 나옴직한 퀴즈다. 다만 서슬퍼런 박정희 독재정권 시절이니 내놓고 이런 농담을 할 수는 없었다. 1972년 박정희는 이른바 ‘10월유신’ 선포후 긴급조치 등으로 민주주의를 압살하고 종신대통령의 길을 열었다. 그때부터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이란 사람들이 장충체육관에서 대통령을 뽑았다.

그 장충체육관에서 미스코리아도 뽑혔다. 공교롭게 10월유신이 선포된 72년부터 박정희가 암살된 79년까지 장충체육관은 한국을 대표하는 미인선발대회가 계속됐다. 미코를 박정희와 비교하면 역대 미녀들이 자존심 상해할지 모르겠다. 박정희는 혼자 출마해서 혼자 당선됐지만 미코후보들은 지역대회부터 본선까지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선발됐으니까.

 

▲ 사진=미스코리아 홈페이지

미스코리아 대회는 1957년 한국일보의 주최로 시작됐다. 동족상잔(同族相殘)의 비극을 겪고 휴전이 된지 4년, 별로 볼 것도 없고 즐거울 일도 없는 환경에서 미스코리아는 흥미로운 이벤트로 자리잡았다. 한국하면 후진국에 전쟁의 이미지만 떠오르던 그 시절 미스코리아가 외국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 나가 나름 국위를 선양할 수 있는 것도 긍정적인 요인이었다. (실제로 59년 오현주가 6위, 63년 김명자가 5위를 차지해 국민들을 기쁘게 했다.)

미스코리아는 첫 대회를 명동에 있는 시립극장에서 연 이후 대한극장과 서울운동장 특설무대에서도 열렸고 일제가 동물원/유원지로 만들어버린 창경원(현 창경궁)과 경복궁에서도 개최된 적이 있었다.

미스코리아로 국제대회에서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둔 주인공은 87년 진 장윤정(당시 18세)으로 이듬해 대만에서 열린 미스유니버스대회에서 당당 2위를 차지했다. 우승자는 태국의 폰팁 나키루카노크(당시 19세)였는데 팔이 안으로 굽기 마련이지만 장윤정의 미모가 더 뛰어났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았다.

 

▲ 장윤정과 미스 유니버스에 당선된 미스태국<사진=미스코리아장윤정 카페>

이후 이하늬가 2007년 미스 유니버스 4위를 차지한게 최고 성적으로 장윤정의 기록을 뛰어넘는 주인공은 아직 나오고 있지 않다. 혹자는 장윤정이 88년 서울올림픽의 후광(後光)을 입어 2위까지 차지했다는 말도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미스 유니버스대회는 80년 전두환의 신군부시절 서울에서 열린 적도 있는데 그때 미코진은 예선만 통과하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주최국을 확실하게 봐주고 싶었다면 좀더 좋은 성적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물며 대만에서 열린 대회인데 올림픽이 열리는 한국출신 미녀에게 무슨 특혜를 주겠는가. 그해 대회에 유독 아시아 미녀들이 눈길을 끌었던 건 사실이고 그런 점에서 인지도에서 앞선 미스 태국이 반사이익을 본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만큼 장윤정의 미모는 돋보였고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는 자연미인으로서의 매력이 있었다.

요즘 들어 미스코리아에 대한 관심은 옛날에 비할 바가 못된다. 99년부터 여성을 상품화하는 대회에 대한 반감이 확산되고 이 대회를 전국민이 시청가능한 공중파로 중계하는 것을 반대하는 운동이 일어나면서 2002년부터 케이블TV가 중계하고 있다.

미스코리아 대회가 사람들의 이목(耳目)을 모으긴 하지만 거의 국민적 관심사가 됐던 과거를 생각하면 시세가 떨어져도 많이 떨어진 셈이다. 미코의 가치가 떨어진 또하나의 이유를 들자면 이른바 성형미인(成形美人)들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제 쌍거풀은 수술이 아니라 영구화장법 수준이 되었으니 미코대회에 순수 자연미인은 단 한명도 없다는 말이 맞을것 같다. 문제는 날이 갈수록 성형기술이 발전하여 전혀 미인이 아니었던 여성도 충분히 미녀로 탄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나라를 대표하는 최고 미인을 선발한다는 미스코리아가 성형미인들의 경연장이 된다는 것은 어처구니없다. 차라리 외국처럼 성형미인 선발대회로 특정한 대회라면 모르지만 메스로 얼굴과 몸에 손을 대 보형물을 넣는 등 인공 미인을 만들어 경쟁을 한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70년대 후반 어느 미코진은 여느때보다 수수한(?) 미인이 선발되어 눈길을 끌었는데 우연히 이 여성의 동창생이 졸업앨범으로 보여준 몇 년전 얼굴은 충격적이었다. 못생겼다고 할 수는 없지만 결코 미인대회에 나올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풍문으로는 몇 차례 성형수술을 했다고 하는데 여고시절과 큰 차이가 없었던걸 생각하면 당시 성형기술의 한계가 아니었나 싶다.

미코에서의 성형논란이 뜨겁게 불고 있다. 최근 미코진으로 선발된 김유미의 과거 사진이 인터넷 공간에 오르면서 본인이 시원하게 성형미인임을 고백했기 때문이다. 미코 후보들이 성형수술을 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미코진이 이처럼 공개적으로 성형사실을 고백한 사례는 없었다.

일각에선 그녀의 당당한 자세를 칭찬하기도 하지만 ‘어차피 들통났으니 할수 없이 인정한 것’이라는 비판이 많다. 네티즌들은 ‘미스코리아가 아니라 메스코리아다’ ‘성형외과 의사에 상을 줘야 한다’는 비아냥을 대기도 한다. 졸업앨범에 나타난 사진과 현재의 모습이 너무 많이 다르다는 사실 때문이다.

아름다움과 잘생김에 대한 사람의 본능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성형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많이 달라졌다. 그러나 아쉬운 부분을 살짝 고치는 수준이 아니라 ‘페이스 오프’라는 탄식이 나올만큼 달라진 사람이 미코 대회에 나온다는건 공정한 경쟁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한 사람이 한국의 미를 대표해 세계의 미녀들과 경연하는 것도 우스꽝스럽다.

 

▲ 사진=미스코리아 홈페이지

미코 미녀들을 보고 “우와 이쁘네” 대신 “우와 잘 고쳤네”라는 탄성이 나온다면 얼마나 웃긴 일인가.

20여년전 스포츠신문 기자시절 회사측에 자연미인 선발대회를 제안한 적이 있다. 성형미인들이 너무 많은 미코선발대회도 그러려니와 서구형 미인을 동경하여 성형을 부추기는 사회풍조에도 경각심(警覺心)을 일으키자는 뜻에서 제안한 것이었다.

미라는 것은 시대와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솔직히 국제적인 미인선발대회는 난센스라는 생각이다. 인종마다 생김새가 다른데 어떻게 미의 기준을 삼으며 순번을 매긴다는 말인가.

내가 제안한 자연미인 선발대회는 지극히 한국적인 미인을 뽑는 것이었다. 우리 민족의 얼굴과 체형을 부위별로 평균치를 내어 일체의 성형사실이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기준치에 가까우면서 은은한 아름다움이 풍기는 미인을 선발하자는 것이었다. 그런 기준으로 보자면 서구인들에나 어울리는 8등신은 우리 사회에선 기형(畸形)에 가까운 것이다.

그러나 당시 스포츠신문의 광고매출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성형외과였던만큼 경영진이 자연미인 선발대회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사실상 없었던 셈이다. 거리마다 수두룩한 성형미인에 지친 요즘이라면 몰라도, 그 시절엔 너무 앞서간 발상이기도 했고.

눈, 코, 가슴은 이제 수술축에도 못끼고 광대뼈를 깎고, 턱을 밀고, 양악에, 흉곽에, 무분별한 성형풍조로 수술을 안해도 되는 이들까지 성형외과를 찾는 등 불필요한 의료비용이 지출되고 급기야 성형중독이라는 말도 낯설지 않게 됐다.

또한가지 문제는 서로 닮은 인조미인들이 너무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미의 기준이 비슷해지고 닮고 싶은 연예인들을 추종하다보니 외모가 어슷비슷하고 천편일률적인 여성들이 활보하게 된 것이다. 성형도 정도껏이야지 판박이 인조미녀들이 홍수를 이루는 풍경이 참으로 낯설기만 하다.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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