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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구의 마라톤문학
저는 절대로 엘리트 마라토너가 아닙니다. 제가 할 수 있으면 보통 마라토너는 다 할 수 있고 제가 못 해도 다른 마라토너들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못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시작도 못하는 것이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시작을 하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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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의 Amarillo에 닿다

글쓴이 : 강명구 날짜 : 2015-05-19 (화) 21:56:18

 

뉴멕시코를 지나고 텍사스로 들어와서 얼마를 지나니 이제는 사막이라기보다는 대평원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제 그넓고 힘차게 뻗어나오던 록키산맥의 지맥(地脈)도 힘을 다한 것 같다. 무엇보다도 오르막 내리막이 없어서 한결 달리기에 수월해졌다. 지평선 저 끝까지 펼쳐진 밭에는 파릇파릇하게 잎이 돋아나오고 있기도 하고 한 해 농사를 위하여 밭을 갈아 놓기도 했다. 대지에 봄기운이 감돈다. 대지에서 솟아오르는 봄기운이 뛰는 발바닥을 통해서 전신으로 퍼져나간다.

뉴멕시코의 마지막 도시 Tucumcari에서 손수레 앞 바퀴 축이 부러져서 당황했는데 자동차 정비소에서 임시로 고정을 시켜주어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자전거 가게가 있는 Amarillo 까지는 앞으로 120 마일, 닷새를 더 가야하는 거리인데 거기까지 무사하게 갈 수 있기를 기도했다. 다행히 손수레는 무사하게 잘 왔고 자전거 가게에서 공짜로 수리를 해주고 여분의 파트까지 주었다. 여행을 하면서 고마운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났다. 아침에 오는 길에 들른 피자 가게에서는 옆에 사람이 피자값을 대신 내주기도 했었다.

 

흰쌀밥에 된장국이 너무 먹고 싶다. 한국음식을 못 먹어 본 지가 한달보름이 지났다. LA를 떠나서 만난 도시 중에 Amarillo가 제일 큰 도시이다. 이제 미국의 웬만한 도시에는 한국음식점들이 다 있다. 지난번에 Albuquerque에서는 일요일에 도착해서 한국음식점들이 일요일에는 문을 닫아서 먹을 기회를 놓쳤는데 이번에는 더 큰 도시인데도 한국음식점이 없다. 한국음식을 못 먹으니 위장에서 화학작용이 다르게 일어나면서 고통을 준다.

 

겨울나무처럼 모든 것을 다 떨구어내고 훌쩍 미대륙횡단 마라톤에 나서서 끝없이 달리는 내 몸에도 맑은 봄의 수액(樹液)이 흐른다. 대지에서 솟아오르는 봄기운이 뛰는 발바닥을 통해서 전신으로 퍼져나간다. 이제 다시 따스한 날 만나면 꽃망울을 터트리고야 말 것 같다. 나무도 어느 정도 나이를 먹어야 꽃도 풍성하고 빛깔도 곱다. 나이 듬이 나이 먹음이 절대로 젊음을 벗어던지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몸과 마음이 활기찰 때 우리 모두는 청춘이다. 장거리 달리기는 우리를 청춘의 한가운데로 달려들어갈 수 있게 도와준다. 경험이 없는 젊음보다는 상처의 아픔을 아는 나이 든 청춘이 더 아름답다. 힘 좋은 자연산 물고기처럼 대평원의 첫 자락을 봄 햇살을 받으며 달리는 기분은 짜릿하다.

 

봄 기운에는 신비로운 생명의 조화가 있다. 그러나 이 자연의 이치에도 저절로 값없이 이루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고 한다. 마른 가지에 싹을 띄우기 위하여 나무도 나와 같이 혼신의 힘을 다해 땅 밑에 흐르는 생명의 수액을 빨아 올리는 것이라고 한다. 봄이 오면 꽃은 저절로 피고 또 때가 되면 저절로 열매가 익는 줄 알았는데 자연도 치열한 삶을 살아가면서 또 서로 상생하고 있다.

 

내가 이렇게 혼신의 힘을 다해 달리는 것도 봄의 복락(福樂)을 더 누리기 위한 나름 치열한 몸부림이다. 더 많은 복락을 누리면서도 나누고 함께 하는 지혜를 얻기 위해서이다. 비워야 채울 수 있다. 다 털어내고 길고 추운 겨울을 견디어 내야 나무들도 땅 속 깊숙한 곳에서 미세하게 움터오는 생명의 기운을 길어 올리는 힘이 생긴다. 온 몸에 기운이 소진될 때 밀려오는 고통을 이겨내고 나면 신비로운 생명수가 온 몸으로 퍼져나가는 짜릿한 기분이 든다. 그 힘이 절망 속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희망을 길어올리는 치열한 힘이 되는 것이다.

 

생명의 본질은 치열함이고 상생이고 평화이다. 봄 햇살이 따스하게 피부를 파고든다.

 

 


 

 

800px-Palodurolighthouse.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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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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