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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구의 마라톤문학
저는 절대로 엘리트 마라토너가 아닙니다. 제가 할 수 있으면 보통 마라토너는 다 할 수 있고 제가 못 해도 다른 마라토너들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못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시작도 못하는 것이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시작을 하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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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를 벗어나다…마라톤 서바이벌의 시작

글쓴이 : 강명구 날짜 : 2015-03-08 (일) 21:29:39

 

오늘은 함께 출발

 

비행기가 케네디 공항에서 이륙하자 뉴욕시내가 한눈에 보인다. 자기 본래의 모습을 보려면 지금 내가 딛고 서있는 현실에서 솟아올라야 한다. 이세상 바깥으로 나가야 한다. 우리가 울고 웃고 화내며 슬퍼하는 감정의 불을 끄면 그래서 모든 감정이 어둠 속에 고요히 잠들 때 그때 오히려 선연히 보이는 것이 있을 것이다. 나는 내가 되기 위하여 인디언들이 살점이 뜯기는 아픔을 인내하며 성인식을 치루듯이 이모작 인생의 성인식을 이런 형태로 치루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이번 여행은 아직도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미확인 생명체를 탐구하는 여행이다.

아열대 지중해성 기후로 연중 건조하면서도 햇살이 풍요롭게 내리는 켈리포니아의 낭만적인 해변 산타모니카는 오늘 아침 구름은 잔뜩끼고 날씨는 쌀쌀하다. 태평양의 바다냄새는 옛사랑의 냄새처럼 아련하게 펴져온다. 저 바다의 끝에는 우리 조국이 70년 째 아직도 두 동강이 난 채 놓여져 있다. 무슨 이유인지 전쟁의 포화(砲火)가 멈춘 지 오래되었건만 평화협정조차 체결되지 않고 있다.

나는 새벽 네 시 반에 일어나 6 시에 헌팅턴 비치에 도착하여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는 한인 마라톤 클럽회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나의 여행의 취지를 설명하고 분에 넘치는 격려를 받고 다시 출발지점인 산타모니카에 도착했다. 태평양의 이쪽 끝 산타모니카 해변에서 시작하여 거대한 미대륙을 가로질러 대서양의 저쪽 끝까지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내 몸의 근육만에 의지하여 달려서 가는 것이다. 동쪽으로 동쪽으로 떠오르는 태양과 마주서서 끝없이 달려간다. 새로운 삶을 찾아 서부로 서부로 이동하던 그 옛날 서부개척자들 처럼 그러나 나는 서부에서 동부로 57 세에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러 달린다. 동부지역의 노동자들과 중부지역의 농민들이 꿈을 찾아 서부로 달리던 길 66 번 길을 거슬러 달린다.

달리면서 이모작(二毛作) 인생의 새로운 설계를 하고, 달리면서 남북통일이 내가 가는 길보다 더 험하고 멀지라도 남북한 모든 시민들 가슴 속에 작은 불씨로 잦아들어 있는 통일의 꿈을 되살기고 싶다. 불씨는 바람과 만나 커지고 불씨는 불씨와 서로 만나 들불처럼 번져갈 것이다.

공항에서부터 LA 일정의 침식(寢食)부터 모든 편의를 제공하신 최성권씨, 그리고 Peter Kim, 오늘 헌팅턴 마라톤에 등록하시고도 일정을 취소하시고 동참해주신 박상천씨. Hellen Park, 또 시카고에서 내려오신 김평순님이 첫 출발을 갖이하시면서 57 세에 떠나는 특별한 여행을 격려해주시며 서툴고 힘든 첫 출발을 도와 주시려 같이 뛰어주셨다. 최성권씨 말고는 처음 보는 사람들이 한국인이라는 단 한가지 이유로 이렇게 뜨거운 마음으로 도와주시는 데 우리 모든 한국인들의 가슴 속에 유전자(遺傳子)처럼 가지고 있는 통일의 작은 불씨를 모아서 이으면 통일의 열망은 금방 다시 훨훨 타오를 것이다.

캘리포니아란 이름은 스페인의 탐험가들의 소설에 등장하는 낙원 또는 환상의 섬이라는 의미이다. 캘리포니아는 실제로 따스하고 온화한 날씨와 풍부한 자원과 자연경관이 낙원의 모습을 갖추었다. 그러다 골드 러시가 시작되면서 골든 스테이트란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낙원의 주인이었던 인디언들에게는 희망이 없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이 깆추어진 낙원에 살면서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희망은 절망 속에서 피어나는 장미화(薔薇花) 같은 것이다. 낙원에서 추방되어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지내는 그들은 이제 엄청나게 많은 희망이 있겠구나 생각했다. 지금 나도 많은 희망을 가슴에 품고 달린다. 언제나 광대무량(廣大無量)한 낙원으로 들어가는 길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바로 눈앞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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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할 때 남가주 달리기 회원들의 열렬한 격려와 응원 그리고 함께 하루종일 달려주신 분들을 뒤로 하고 오늘 부터는 진정한 서바이벌 게임이 되었다. 태고의 야생으로 들어가서 몸 하나에 의지하며 야생과 같은 생활을 하는 것이다.

 

한인들이 주류를 이루는 자바시장도 지나고 몇 블락씩이나 인도에다 텐트를 치고 사는 홈리스들의 군락도 지났다. 미국 제 2의 도시 LA는 년중 가장 추운 2 월에도 뉴욕의 5 월의 날씨처럼 쾌청(快晴)하다. 뉴욕의 직선과 수직의 아슬아슬하고 공간이 없는 건물만을 바라보던 눈에는 산들바람에도 흔들리는 뻘쭘하게 키만 큰 종려나무 아래 가슴트이는 공간을 안고 있는 곡선의 가지런한 건축양식들이 마음의 편안함을 주었다. 집이 없는 노숙자들에게도 LA의 기후는 뉴욕처럼 모질지가 않아서 부자와 가난뱅이가 그리고 최고와 최저가 긴장감 없이 함께 공존하는 곳, 다양한 인종이 서로 갈등과 조화를 하는 곳으로 느껴졌다.

현대 산업사회는 공간을 직선(直線)으로 인식한다. 내 것과 네 것을 나누는 경계를 정하기에 직선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다. 땅은 사각형 단위로 사고 팔렸다. 우리의 삶 자체도 사각형으로 정형화 되어간다. 내게 이번 여행은 사각형으로 쪼개지고 나뉘어지는 것에 대한 반란이다. 집착과 탐욕이 없는 곡선(曲線)의 공간은 나눔의 공간이다. 그 곳에는 여유가 있고 너그러움이 있다. 직선은 우리의 사고와 인식마저도 변화를 시켜 시간마저도 직선으로 흘러간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곡선의 시간을 즐기면서 내 안으로 휘돌아 들어가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

 

직선으로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는 좀처럼 마음의 여유를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직선은 급하고 잔인하고 항상 정점을 향하여 치닫는다. 생산과 폐기가 직선으로 연결되면 자원은 어느 순간 고갈(枯渴)될 것이며 생산과 폐기가 원형으로 연결되면 순환구조가 된다. 인디언 사회는 끝없이 돌고도는 원의 세계이다. 원은 언제나 있던 자리로 되돌아 간다. 하늘과 땅과 태양은 둥글다. 그래서 도시에 살면서는 만날 수 없었던 인디언들의 생활과 사고 속으로 깊숙히 뛰어들고 싶었다.

세상사 모든 일이 더 좋거나 덜 좋거나 할 뿐이지 좋기만 하거나 나쁘기만 한 건 없는 것 같다. 집 떠나니 불편하고 아쉬운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효율과 경쟁이라는 산업사회의 끝없이 돌고도는 컨베어 벨트에서 잠시 벗어난 것만으로도 정신이 이완되고 편안함이 찾아온다. 이런 불편함 속에서도 마음에 평안이 깃든다는 것은 커다란 역설이다.

대도시의 사람들은 어딜가나 마찬가지다. 발걸음은 빠르고 눈길은 무관심하고 표정은 무표정하다. 왠만한 충격에는 놀라지도 않을 사람들이다. 오로지 나그네들만이 평형감각을 유지하려 달팽이관을 최대로 작동시켜 지금껏 보아온 것들과 다른 것들을 받아들이려 노력한다.

LA와 뉴욕은 미국의 가장 상징적인 도시들이다. 이렇게 상징적이 두 도시가 하나는 태평양에 연한 대륙의 끝에 있고 또 하나는 대서양을 연한 대륙의 다른 쪽 끝에 있다. 그것은 나의 대륙횡단의 시작과 끝이 되어주는 두 도시를 잇는 길 사이에서 많은 일들이 일어날 것 같은 암시(暗示)를 주는 것 같기도 하다.

지금까지 모든 일정에 아낌없는 배려를 해주었던 최성권씨와 이별을 하고 LA와 주변 도시들을 병풍처럼 감싸안은 샌 안토니오 산맥의 눈 덮힌 모습을 이질적인 느낌을 가지고 바라보며 달린다. 이별 뒤엔 언제나 새로운 만남이 있다는 것도 재미있고 흥미로운 일이다. 잠시 휴식시간에 휴대폰을 열어보니 어제 아침에 출발하기 전에 인사를 잠깐 나누었던 최재현 발전문의가 편의를 제공한다고 메시지를 남겼다. 무엇보다도 고마운 건 몇 시간에 걸쳐서 나의 어설픈 마라톤학 강의를 적절한 때에 추임새까지 넣어가며 경청(敬聽)하며 주었다.

 

누군가 내 소리에 귀를 귀울여 주는 것처럼 마음을 치유(治癒)해주는 건 없다. 현대인들은 내 소리에 귀 기울여주는 사람이 없어서 외롭다. 모두들 자기 소리만 들어달라고 외치는데 아무도 자기 말에 귀를 기울여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 나는 지금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려 길을 나섰다. 그러면 사람들의 소리를 더 세심하게 듣는 마음이 열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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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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