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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구의 마라톤문학
저는 절대로 엘리트 마라토너가 아닙니다. 제가 할 수 있으면 보통 마라토너는 다 할 수 있고 제가 못 해도 다른 마라토너들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못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시작도 못하는 것이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시작을 하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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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하비 사막 한가운데서 야영

누가 사막을 척박하다 했는가
글쓴이 : 강명구 날짜 : 2015-03-26 (목) 14:55:21

                                                                                     

RV Park에서 하룻밤을 자고 동트기 전에 달리기 시작했다. 사막(沙漠)에서 떠오르는 장렬한 태양과 마주하며 달린다. 구름 한 점 없는 사막의 작렬하는 태양과 차가운 새벽 바람과 당당하게 맞섰다. 대자연의 경이로움과 맞짱을 뜨러 온 것이 아니라 그저 순응하고 적응하며 극복하러 온 것이다. 나의 한계를 넘어서면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답을 얻고자 왔다. 몸은 자연의 싱그러운 기를 받아 활력이 넘치는데 다리와 무릎관절이 무리가 생긴 것 같다. 이제 달리는 속도는 여지 없이 줄어들었다.

사막에도 생명들이 거칠게 살아간다. 어쩌다 사막에 뿌리를 내렸는지 모르지만 뿌리를 내린 이상 그렇게 살아간다. 토끼도 뛰어다니고, 도마뱀들도 보인다. 까마귀도 날아다니고 이름 모를 새들도 날아다니며 호랑나비도 보이고 벌들도 간혹 보인다. Essex를 지날 때는 사막의 여우가 나와 눈을 맞추며 꼬리를 내리며 경계를 한다. 나도 적의가 없지만 만약에 오판(誤判)을 하면 응징하겠다는 단호한 눈빛을 보내니 여우가 슬그머니 피해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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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달리는 데 Richard씨가 왔다. Amboy에 일하러 가는 길이라면서 샌드위치와 물 그리고 비상식량(非常食糧)까지 준비를 해 왔다. 사막에서 마냥 두려움에 떨다가 그를 만나니 오아시스를 만나 것보다 더 반갑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는 San Bernardino 카운티의 도로관리국 슈퍼바이저이다. 내가 캘리포니아를 빠져나갈 때까지 사막의 모든 도로는 그의 관할구역이다.

 

길 보수공사를 위하여 여기저기 길을 막아 놓았다. 그가 알려주지 않았으면 ‘close’라는 싸인을 보고는 앞으로 가지도 뒤로 되돌아가지도 못하고 사막 한가운데서 물과 식량이 떨어져서 큰 낭패를 보았을 터이다. 모하비 사막에는 낙타가 없다. 그러나 내게는 Richard씨가 있다. 그가 나를 위해 Amboy에 있는 친구 집에 거처를 마련했다고 했는데 하루에 46 마일을 이동할 수는 없었다.

 

모하비 사막 한가운데 하룻밤 야영을 할 수 밖에는 없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나는 텐트도 치지 않았다. 그냥 침낭 속에 들어가 바닥에 누우니 밤하늘의 별들이 아이맥스 영화관에 들어온 듯 찬란하게 빛난다. 저렇게 맑고 깨끗한 것을 바라보니 내 눈빛도 맑아지고 마음도 찬란해지는 것 같다. 몸은 비록 몇 일씩 씻지 못했지만 별빛으로 마음의 떼를 말끔히 씻어내는 의식을 치른다. 기분 좋은 에너지가 온몸의 기공(氣孔)을 타고 충만하게 들어온다.

비워야 채울 수 있다. 달리면서 에너지가 고갈(枯渴)될수록 정신이 맑아지는 것은 몸 속으로 맑고 깨끗한 새로운 기운이 들어오는 것이다. 사막을 달리면서 폐 속의 작은 기공까지도 다 뱉어낸다. 그러면 큰 호흡이 가능해진다. 다 비워내고 다시 채우는 큰 호흡을 하면서 대지의 맑고 깨끗한 기운을 받아들이면 몸과 마음에 큰 변화가 생긴다. 변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나는 변하기 위하여 사막에 왔다. 변해야 이제 이모작(二毛作) 인생에서 의미있는 일을 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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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이 척박(瘠薄)하다고 누가 말했나. 풍요로운 햇살과, 대지에 충만하게 흐르는 기와, 저렇게 푸른 하늘과 맑은 공기와 바람 그리고 밤하늘에 맑게 빛나는 별들이 있는 데. 내가 흘리는 땀이 사막을 적실 수는 없겠지만 아무도 찾는 이 없는 사막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내 달리는 발걸음이 사막을 안마를 해서 사막에서 내가 생기를 얻었듯이 사막도 생기를 얻었으면 좋겠다.

 

Richard씨가 가져온 샌드위치와 오렌지를 먹고 8 시쯤 자리에 누우니 지친 몸이 금방 이완(弛緩)되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한참 꿈도 없는 기분 좋은 잠을 자다 눈을 뜨니 이 어둠이 어젯밤의 어두움인지 내일 새벽의 어둠인지 알 수가 없다. 후레시를 손을 더듬어 찾아서 시계를 보니 아직도 어젯밤의 어둠이다. 내일 아침까지 더 푹 자야하겠다.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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