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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구의 마라톤문학
저는 절대로 엘리트 마라토너가 아닙니다. 제가 할 수 있으면 보통 마라토너는 다 할 수 있고 제가 못 해도 다른 마라토너들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못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시작도 못하는 것이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시작을 하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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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7335피트 첫 관문 플랙스탭스

비탈길에서 돌을 굴리는 시지프스처럼..
글쓴이 : 강명구 날짜 : 2015-03-30 (월) 22: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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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를 내 스스로 지배하고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행복하다. 정상을 향해 한걸음한걸음 나아간다는 기분은 고통을 잊기에 충분하다. 해발 7335 피트나 되는 록키 산맥의 지류(支流)100파운드나 되는 손수레를 밀면서 올라가는 것이다. 고산지대라 숨은 차오르고 손수레를 미는 손은 저려오고 다리에는 가끔씩 경련이 일어난다. 그럴때면 75마일 속도로 달리는 트레일러 트럭이 쌩쌩 지나고 그 후풍이 사람도 흔들릴 정도로 계속에서 일어나는 갓길에서도 삶은 계란과 오렌지를 까먹으며 불안한 휴식을 취해야 했다. 그 산 정상(頂上)Flagstaffs 라는 도시가 있다. 그곳이 내가 잡은 일차 관문이다.

 

한참을 힘겹게 올라가고 있는데 저 앞 갓길에 차가 한대 서있다. 그는 뉴욕에서 LA로 자동차를 몰고 가는 길에 반대쪽에서 나를 보고 차를 돌려서 왔다고 한다. 그는 내 친지의 친구라서 이야기는 들었는데 이렇게 만나게 될줄 몰랐다고 반가움을 감추지 않았다. 끝까지 완주하는 모습 보고 싶다고 힘찬 응원과 함께 음료수를 한보따리 전해주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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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프스가 신의 권위(權威)에 도전했다는 이유로 무거운 돌덩이를 산꼭대기로 끝없이 굴려올려야 하는 지겹고 힘겨운 형벌(刑罰)을 받으면서 그가 사람들에게 보여준 것은 엄청난 에너지와 역동적 활동성이었다. 시지프스는 통괘하게도 오히려 형벌을 받으면서 역동적 에너지의 화신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각인(刻印)시켰다.

살아가면서 고비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내가 가족을 위해서, 사회를 위해서 아무런 일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고 무력감에 젖어들기 시작했다. 이제 중년 이후의 새로운 삶을 위하여 역동적인 에너지를 가졌고 어떤 난관도 극복하면서 무슨 일이라도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가졌다는 것을 스스로 확인하고 싶었다.

Flagstaff는 그랜드캐년과 새도나로 들어가는 관문이다. 선셋 크레이터 화산도 부근에 있다. 해발고도 7135피트, 2125m이며, 코커니노 국유림에 둘러싸여 있다. 샌프란시스코산맥의 세 봉우리가 시의 북쪽에 있으며, 드넓은 전나무숲이 펼쳐져 있는 관광 휴양지이다. 아름드리 침엽수가 하늘을 향해 서로 키재기 경쟁이라도 하듯이 치솟아 오르고 그 사이로 보이는 뭉게구름은 나의 달리기 속도보다도 느리게 하늘 위에서 달리며 천혜(天惠)의 자연경관을 뽐낸다. 미국 독립기념일인 177674일 벌목꾼들이 소나무에 미국 국기를 걸어 기념하면서 '깃대'라는 의미의 플래그스태프라는 지명이 지어졌다고 한다. 쭉쭉 뻗은 침엽수는 목재로서 최상의 가치를 지녔다는 생각이 나 같은 문외한(門外漢)에게도 들게 하였다.

이렇게 산꼭대기인데도 그간 지나왔던 어떤 도시보다도 규모가 컸다. 이렇게 규모가 어느 정도 있는 도시에는 거의 예외 없이 있는 것이 있다. 값싸고 푸짐한 중국식 뷔페. 관광철이 아니지만 주말이라 혹시 방을 못 구하면 추운 날씨에 곤욕을 치를까봐 모텔을 예약해놓고 모텔을 찾아가다 중국 뷔페가 눈에 띄자 망설임 없이 식당으로 들어가서 사막에서 밀린 영양보충 제대로 했다.

그동안 제일 고충은 먹는 음식이었다. 사흘치 정도의 음식 밖에는 손수레에 싣을 수 없고 고기는 상할까봐 싣지도 못 했다. 겨우 깡통에 들어있는 음식 정도인데 정말 이거 안 먹으면 죽는다는 심정으로 먹었다. 가족과 함께 어머니나 아내가 정성껏 만든 음식을 함께 먹는 시간이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시간인지 이렇게 길을 떠나지 않으면 모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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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시간은 남을 바라보는 시간이 아니라 나를 바라보는 거울 앞에 선 시간이다. 가족과 이웃을 바라보는 교류(交流)의 시간이다. 자신의 내면에 모든 답이 있고 해결책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외부로 부터 오는 어떤 영향이나 감정에 구애받지 않고 내 안의 고요한 침묵의 쉼터로 달려가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다시 다음 행선지로 발을 옮기려가 일기예보를 보니 내일 눈이 엄청나게 온다. 눈길을 손수레를 끌고 달릴 수는 없다. 어쩔 수 없이 여기서 하루이틀 쉬어가야 하겠다. 잘 됐다.

 

울고싶을 때 누가 빰을 때려준 기분이다.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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