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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정신세계수행자, IT전문가, 영화감독, 연극배우, 라디오방송기자 등 다양한 인생 여정을 거쳐 현재 뉴욕에서 옐로캡을 운전하고 있다. 뉴욕시내 곳곳을 누비며 뉴요커들의 삶을 지척에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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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황길재 날짜 : 2018-10-13 (토) 18:38:28

 

0928-2.jpg

 

 


허쉬 초콜릿 공장은 그래도 한 번 와봤던 곳이라 덜 낯설다. 트레일러를 182번 주차장에 대라고 했다. 또 지정석인가? 182번은 대기가 어려운 곳이었다. 다른 트럭이 주차하고 있는 상태에서는 후진 자체가 불가능했다. 트럭들이 빠질 때까지 시간을 벌기 위해 세 바퀴 정도를 돌았다. 후진을 하려고 시도하는 순간 야드자키가 견인 트럭을 타고 다가왔다. 이곳은 몹시 대기 어려운 곳이다. 내가 너를 좀 편하게 해주겠다. 저쪽으로 돌아가서 98번에 대라. 거긴 쉬울 것이다. 그의 말대로 대기 수월한 곳이었다. 새 트레일러를 다칠까 전전긍긍(戰戰兢兢)했는데 다행이다. 어떤 사고나 접촉도 없이 트레일러를 배달했다.

 

오늘 정문 체크인하는 곳에는 중국계 같아 보이는 젊은 아시안이 있었다. 성격도 명랑하고 융통성도 있다. 내가 밥테일로 나가자 별도로 입구를 열어 먼저 나갈 수 있도록 해줬다. 같은 아시안이라서 봐준 것인지.

 

가까운 월마트로 갔다. 밥테일이라 부담 없이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밥테일 트럭은 앞뒤로 주차공간 두 칸만 차지한다. 그래도 멀찌감치 다른 차가 없는 곳에 댔다. 식량을 보충하고 독서용 스탠드 조명도 하나 샀다. 가격이 6달러도 하지 않았다. LED 조명이라 평생 전구 갈 일이 없다. 꽤 밝았다. 트럭 조명은 책 읽기에는 눈이 조금 침침했는데 잘 됐다.

 

오랜만에 아침까지 푹 잤다. APU도 틀지 않고 주변에 다른 트럭도 없으니 조용했다. 창문도 살짝 열고 잤다. 트럭스탑에서는 소음과 매연 때문에 창문을 열 수 없다.


0928웃으며복수.jpg

 

다시 버지니아 주의 유틸리티 공장으로 향했다. 두 번째 트레일러를 배달하기 위해서다. 400마일이니 8시간 운전 거리다. 밥테일 주행도 익숙해졌다. 제한된 속도 범위 내에서지만 가끔 가속도 한다. 오르막에서는 무거운 트럭들을 추월하기도 했다.

 

버지니아 주에 들어선 이후로는 비가 내렸다. 막판에는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쏟아졌다. 유틸리티 공장에 도착해서 트레일러를 끌고 나오기까지는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지난 번에 위치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트레일러를 연결할 때는 비가 약해졌다. 이때가 저녁 8시고 3시간 더 운전할 수 있지만 중간에 트럭스탑에서 쉬어 가기로 했다. 낮에 운전하는 패턴으로 되돌리기 위해서다. 샤워도 해야 했다.

 

내가 선택한 곳은 Flying J였다. 인근에 Pilot이 있어 주차공간이 있을 것 같았다. Flying JPilot은 한 회사로 합쳐져 적립카드를 같이 쓴다. 두 트럭스탑을 합치면 주차공간이 300대가 넘는다. 9시 조금 못 된 시간에 도착했는데 자리 여유가 많았다. 자정을 넘겨서도 자리가 있었다. 트레일러를 다치지 않게 조심해서 후진했다. 양쪽에 트럭이 없는 공간을 선택했다. 주차를 마치고 나니 다른 프라임 트럭이 내 오른쪽 공간으로 후진했다. 밤인데다 넉넉하지 않은 공간때문에 고생하길래 나가서 뒤를 봐줬다. 새 트레일러를 긁기라도 하면 큰 일이다.

 

낮에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차를 고치러 갔는데 담당자가 오늘 안 나왔다고 했다. 지난 번에도 약속한 날 다른 곳에 갔다고 해서 연기한 적이 있다. 수리할 부품에 대해서도 주인은 모르고 있었다. 차를 사기 전부터 부품을 주문했고 다음날 온다고 했다. 그 말을 믿고 차를 구입했다. 그게 14일 전이다. 매번 부품이 내일 온다. 모레 온다. 부품이 왔는데 색칠하러 보냈다. 말만 하며 질질 끌었다. 나는 그가 실제로 부품을 주문했는지도 의심스럽다. 거기다 아내는 차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심한 진동과 함께 잘 나가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에 폐차한 차와 증상이 같다고 했다.

 

아내는 엔진오일 라이트 들어온 것만 고치고 왔다. 엔진오일이 적고 시꺼멓더라고 했다. 차 살 때 엔진오일 교환했냐고 물었고 담당자는 교환했다고 했다. 거짓말을 한 것이다. 지금까지 차에 경고등 들어온 것도 다 내가 손 봤다. 담당자는 말로만 take care 하겠다고 했지 실상 아무 것도 한 일이 없다. 그의 이름은 엔젤(Angel)인데 하는 짓은 데블(Devil)이다.

 

나는 화를 내지 않기로 했다. 기계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과 열정적으로 해야 할 일이 따로 있다. 감정은 특정 상태를 증폭시키는 효과를 낸다. 좋은 감정은 좋은 결과를 불러오고 싫은 감정은 나쁜 결과를 가져온다. 감정을 섞어야 할 경우는 자기가 진짜로 좋아하는 일을 할 때다. 반면 문제는 대개 나쁜 감정을 수반(隨伴)한다. 그렇기에 문제 해결은 감정을 빼고 기계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화를 내면 나만 손해다.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하고 차를 사서 나쁜 서비스를 받는 것도 억울한데 화까지 내서야 되겠는가. 나는 웃으며 복수하기로 했다. 만약 담당자가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끝까지 사람을 기만한다면 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수단을 다 동원할 것이다. 기계적으로, 즐겁게, 웃으며 그 가게가 망하도록 할 것이다. 그 첫 단계는 구글 업소 평점이다. 한 달 사이에 수 백 개의 별 한 개 평점과 악플이 달릴 것이다. 다른 선량한 피해자를 막기 위해 페친들이 협조하리라 믿는다. 손해액을 보상받을 길이 있다면 소액 소송을 할 것이다. 한국인을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즐겁게 보여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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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터는 가장, 트레일러는 식구

 

 

두 번째 트레일러 배달도 무사히 마쳤다.

 

오늘도 예정 출발 시간을 넘겨 푹 잤다. 어제와 달리 날씨가 화창했다. 오늘은 매크로 19에서 알려준 코스대로 가보기로 했다. I-81 exit 80으로 나가 지방도로를 5마일 가량 타는 코스다. 가민과 퀄컴 모두 펄쩍 뛰며 난리를 쳤다. 계속 다른 길을 안내했다. 무시하고 계속 갔다. 허쉬 시내를 통하지 않고 반대 방향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네비게이션은 이 길을 트럭이 못 다니는 길로 인식하는 모양이다. 혼자서 허쉬 시내를 통과하며 다른 트럭들은 어디로 갔나 궁금했었다. 그동안 매크로 19을 잘 보지 않고 GPS가 안내하는 대로 다녔다. 지금부터는 잘 살펴봐야겠다. 이번 경우처럼 힘든 길로 다닌 경우가 있었을 것이다.

 

오늘은 151번 자리를 배정받았다. 151번은 난이도(難易度)로 따지면 182번과 98번의 중간 정도였다. 오늘은 밝은 대낮인데다 다른 트럭도 없었다. 혼자서 충분한 시간 여유를 갖고 후진했다. 몇 번 내려서 뒤를 확인하기도 했다.

 

곧바로 버지니아로 출발했다. 사고가 났는지 81번 도로가 막혔다. 구글맵을 켰다. 1시간 이상 빠른 길을 안내해줬다. 그 길로 가니 가민과 퀄컴은 모두 아니오 라고 외쳤다. 무시하고 갔다. 과연 대형 트레일러는 다닐 수 없는 길이었다. 하지만 나는 밥테일이라 상관 없다. 높이 제한만 아니면 일반 승용차처럼 다닐 수 있다.

 

820분 쯤 트럭스탑에 들어왔다. 트레일러를 달고 왔으면 세울 자리가 없었다. 밥테일은 자투리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다른 밥테일 트럭이 주차하고 남는 공간에 댔다. 밥테일이 여러모로 편리하다. 지금처럼 밥테일로 다닐 때 평소에는 못 갔던 맛집도 다니면 좋은데 막상 별로 먹고 싶은 것이 없다. 트럭에는 처리해야 할 음식이 가득하다. 어제 저녁에 고구마 삼분의 일 가량을 버렸다. 고구마가 썩기 시작했다. 온전한 것만 남겼다. 그래도 여전히 많긴 하다. 잘라서 8분 가량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맛있게 익는다.


0928 트랙터는 가장 트레일러는 식구.jpg

 

밥테일로 다니면 홀가분하다. 트레일러를 달면 안정감이 생긴다. 트레일러가 무거울수록 힘은 더 들지만 안정감은 늘어난다. 트레일러를 끄는 트럭이 가족을 부양(扶養)하는 가장의 모습과 비슷하다. 힘은 들지만 든든하다.

 

이번 세 대의 트레일러를 운반하는 작업은 좋은 일감이다. 발송처와 배달처 모두 24시간 오픈이라 내가 편한 시간에 가면 된다. 기다리는 시간도 없다. 평소 일주일 동안 다니는 거리를 나흘 반나절이면 끝낸다. 트럭 수리 하느라 일을 못 했다고 글렌이 나름 배려해 줬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hg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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