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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정신세계수행자, IT전문가, 영화감독, 연극배우, 라디오방송기자 등 다양한 인생 여정을 거쳐 현재 뉴욕에서 옐로캡을 운전하고 있다. 뉴욕시내 곳곳을 누비며 뉴요커들의 삶을 지척에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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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미션 임파서블

비 쫄딱 맞으며 작업
글쓴이 : 황길재 날짜 : 2019-08-04 (일) 06:43:44


0723 바톤터치.jpg

      

 

제네바에 왔다. 스위스면 좋겠으나 일리노이다.

 

급할 것도 없고 해서 휴게소에서 느지막이 일어나 별다방 커피와 크림 치즈 바른 베이글을 사 먹었다. 별다방 커피는 쓴맛이 지나쳐 잘 안 마신다. 오랜만에 마셔보니 역시 쓰다. 베이글도 바삭하지 않고 별도다. 에잉. 값어치를 못 한다.

 

오후 1시쯤, 윌밍턴에 도착했다. 하필 배달처에 도착하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트레일러를 분리할 때 가장 심하게 쏟아졌다. 한두 시간 기다리면 잦아들 것이지만 궂은 날씨도 업무 일부분이다. 그냥 비를 맞고 일했다. 서류 받고 나와 빈 트레일러를 찾아 연결하고 나서야 비가 잦아들었다. 트레일러는 청소를 필요로 했다. 안에 로드락 2개가 있길래 챙겼다. 유타가 갖고 다니는 로드락이 7개로 늘었다. 사실 이렇게 많이 필요는 없는데 8개까지 장착할 수 있으니 그냥 달고 다닌다.

 

내가 배달한 화물은 초바니 제품이다. 초바니는 뉴욕주에 본사를 둔 요거트 업체다. 그릭 요거트로 유명하다. 그릭 요거트 열풍이 잦아든 지금도 초바니는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간다. 터키 이민자 출신 창업자가 현재도 CEO를 맡고 있다. 그는 TED 강연도 했다. 지역사회 기여와 직원 복지로 기업 이미지도 좋다. 초바니에는 두 번 가봤는데, 사람들이 차분하고 친절했다.

 

배달을 마치자 바로 다음 화물이 들어왔다. 일리노이 제네바에서 펜실베이니아 알렌타운으로 가는 제너럴 밀스 화물이다. 둘 다 한번은 가봤던 곳일 것이다.

 

일요일이라 근처 와쉬아웃 할 수 있는 곳이 다 문을 닫았다. 세 곳을 다녔지만 虛事(허사). 트럭 서비스 회사에 연락하니 그곳은 열었다. 이름이 익숙하다 했더니 얼마 전에 후진하기 힘들다고 불평했던 곳이다. 오늘은 일요일이라 진로를 막고 주차한 차도 없었고, 전에 경험도 있어 수월하게 후진했다.

 

제네바에 도착해서 체크인하려니 컨펌 넘버가 필요하단다. 내가 받은 정보에는 없다. 픽업 날짜가 22일이지만 시간은 아직 확정이 안 됐다. 배달을 마친 다른 프라임 트럭들은 빈 트레일러가 없어 못 떠나고 있다. 한 드라이버가 내게 오더니 드랍할 거냐고 묻는다. 자기가 챙기겠다며. 내가 아는 한 드랍 앤 훅이 맞다. 그러니 내 트레일러를 그에게 줘도 괜찮을 것이다. 하지만, 만에 하나 라이브 로드면 내가 곤란해진다. 내가 가져갈 트레일러 번호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내 트레일러를 누구에게도 줄 수 없다. 상대방도 그것을 이해한다. 기다려주겠단다. 주말 디스패처에게 여러 번 연락을 취했지만, 세일즈 부서에서 자정 넘어서나 컨펌 넘버를 줄 것 같단다. 드랍 앤 훅인지 라이브인지도 말하기 힘들다 했다. 8시에 발송 사무실이 문을 열어 물어보니 자기들은 컨펌 넘버만 확인한단다. 내가 가진 주문 번호니 하는 것들은 소용이 없다.

 

야드에 계속 있어도 되지만, 남들 일하는 데 방해도 되고 해서 바깥으로 나와 길가에 주차했다. 그편이 마음 편하다. 다른 트럭들도 줄지어 있다. 어차피 내일 새벽 5시에나 나는 움직일 수 있다. 컨펌 넘버 연락 올 때까지 여기서 쉬면 된다.

 

제네바는 시카고 근처인데 별로 안 덥다. 창문 열어 놓고 있으면 에어컨을 꺼도 될 정도다.

 

 

미션 임파서블

      


 

0722 미션 임파서블.jpg

 

 

하루를 허비했다. 그리고 받은 화물은 미션 임파서블.

 

아침에 일어나니 내가 주차한 도로에 양쪽으로 트럭이 가득하다. 어제는 일요일에다 밤이어서 한가했던 모양이다. 오늘은 오가는 트럭으로 분주하다. 컨펌 넘버는 정오가 가까워서야 나왔다. 약속 시각은 오후 630분이다. 그걸 들고 발송 사무실로 가니 내일 오후 630분에 준비 예정이란다. 깜짝 놀라 날짜를 확인하니 정말로 23일이다. 이틀을 앉아 있을 수는 없다.

 

글렌에게 다른 화물 받을 수 있냐고 물었다. 잠시 후 여기 화물이 취소되고 다른 화물이 들어왔다. 오늘 저녁 9시에 아이오와 세다 레피즈에서 받아서 펜실베이니아 알렌타운으로 간다.

 

가는 도중에 배달 약속 날짜가 들어왔다. 24일 오전 10시다. 발송처와 배달처의 거리는 거의 천 마일이다. 오늘 저녁에 받아도 내일 새벽에나 출발할 수 있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거기다 70시간도 거의 다 써서 자력으로는 그 시간에 배달할 수 없다. 방법은 리파워를 하거나 배달 날짜를 미루거나다. 리파워의 가능성이 더 크다.

 

오후 7, 발송처에 도착했다. 케첩으로 유명한 하인즈다. 냉동화물인 것으로 봐서 케첩은 아닌 모양이다. 5번 닥을 배정받아 기다렸다. 공간이 좁지만 큰 어려움은 없었다. 화물은 1030분을 넘겨 싣기 시작했다. 일단 시작하니 금방 끝났다. 서류를 받고 물어봤다. 여기서 새벽 3시까지 있어도 되나? 저쪽 구석에 트레일러 옆에 주차해라. 아침 630분까지 있을 수 있다. 본래 이곳은 공간이 좁아 대기할 장소가 없다. 늦은 밤이고 작업이 얼마 남지 않아서 편의를 봐준 모양이다. 내 뒤로는 트럭 2대가 닥에서 대기 중이고 더 이상 들어오는 트럭은 없다.

 

운전시간이 3시간 30분 남아 움직일 수는 있지만, 이 새벽에 어디다 주차하겠는가? 게다가 3시간 운전하고 다시 10시간을 쉬어야 한다. 이미 7시부터 쉬기 시작했으니 새벽 3시나 5시에 출발해 11시간을 운전하는 게 현명하다.

 

 

바톤 터치

      


0723 바톤터치1.jpg

 

      

새벽 3시에 일어났다가 다시 누웠다. 5시에 다시 일어나 출발 준비했다. 허락은 받았지만 남의 공장에서 밤을 나는 게 잠자리가 그리 편하지는 않았다.

 

최대한 빨리, 멀리 가는 게 목표다. 그래 봐야 최고 시속 62마일이다만. 注油(주유)하느라 한 번, 30분 휴식하느라 한 번, 메시지 보내느라 한 번 쉬고는 계속 달렸다. (오늘 600마일 정도를 달렸다)

 

리퍼 시동 회로에 문제가 생겼는지 15분 간격으로 계속 경고 메시지가 들어왔다. 어제 리퍼를 가동하고부터다. RA에 연락하니 심각한 문제는 아니라서 그냥 달려도 되는데 경고 메시지가 안 가게 할 수는 없다며 미안하단다. 오늘 달리는 동안 들어온 메시지가 40~50개는 된다.

 

계산해보니 아무리 빨리 가도 내일 오후 2시 이전에 도착은 어렵다. 글렌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후 2시 도착이니 약속을 변경하든지, 리파워를 하든지 해야 한다고. 글렌은 알아보는 중이라 했다. 이번 화물은 원래 일정 자체가 무리했다. 팀 드라이빙 트럭이 아니면 리파워를 해야 한다. 세일즈 부서에서는 가급적이면 고객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기 위해 리파워를 선호한다. 도저히 어쩔 수 없을 때만 고객사에 연락해 일정을 조정한다.

 

잠시 후, 리파워 할 드라이버라며 리즈(Liz)라는 사람의 전화번호와 트럭번호를 보내왔다. 오늘 저녁까지 클리블랜드까지는 와야 한다고 했다. 길만 안 막히면 얼추 맞출 수 있겠다. 그리고 곧 전화가 왔다. 리즈였다. 어디서 만날까 얘기를 하다가 I-80 출구 173의 파일럿에서 보자고 한다. 내가 생각했던 곳보다 약간 더 가지만 알았다고 했다. 운전하다 트럭커 패스 앱을 검색해봤다. 그 파일럿은 대낮인데도 자리가 거의 없었다. 대도시 주변이니 당연하다. 나는 다음 휴게소로 들어갔다. Towpath service plaza에서 만나자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 파일럿은 복잡해서 내가 갔을 때는 주차할 자리가 없을 것이다. 리즈는 자기가 두 자리 맡아 놓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문제없다.

 

다시 운전해서 가는데 문자가 왔다. 아까 말한 플라자에서 만나자. 여기 자리가 다 찼다. 그렇겠지. 알았다. 트럭스탑보다 휴게소가 리파워하기 좋다.

 

100마일 정도 남았을 때 또 문자가 왔다. 휴게소 도착해서 두 번째 열 출구 쪽으로 두 자리 맡아 놨다. 오케이, . 트레일러와 트럭을 분리해 각 한 칸씩 세워 놓았다는 뜻이다.

 

오후 640, 토우패스 휴게소에 도착했다. 아직 자리 여유는 많았고 리파워할 트럭은 쉽게 발견했다. 그 옆에 세우고 내려서 문을 두들겼다. 중년 백인 여성이 나왔다. 나이는 60은 안 됐을 것 같고 나보다 몇 살 많아 보이는데, 백인들은 실제 나이보다 더 들어보이는 경향이 있으니까 어쩌면 나하고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몇 분도 안 돼 두 트럭이 트레일러를 뚝딱 교환했다. 내가 가진 발송 서류도 넘겼다. 리즈는 빈 트레일러였다. 연료는 가득했다. 청소랑 연료는 걱정 안 해도 된다. 트레일러 받아서 드라이 로드를 운반했다. 그러냐? 알겠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트레일러를 열어봤다. 먼지가 많았다. 사람마다 트레일러 청결 기준이 다르구나. 내 기준으로는 이 정도면 와쉬아웃을 해야 한다. 정 안 되면 빗자루질이라도 해야 한다. 최상은 물청소해서 티끌 하나 없을 정도로 깨끗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과 돈을 들여 와쉬아웃을 한다. 어떤 트럭기사들은 더러운 트레일러를 아무렇지도 않게 닥에 대는 경우도 봤다. 화물마다 다르기는 하겠지. 이 근처에서 가장 가까운 트럭 세차장도 50마일 이상 떨어졌다. 20분 남겨놓고 내 시간을 다 썼다. 오늘은 어디도 갈 수 없다. 내일 새 화물을 받으면 가는 방향에 있는 세차장을 이용할 일이다. 정 여의치 않으면 다 쓸어버려 빗자루로 직접 청소할밖에.

 

리즈는 오늘 자정에 떠나면 적당할 것이다. 400마일 거리라 8시간 잡고 약간 시간 여유를 두면 9시 전에는 도착할 것이다. 새벽이라 길이 안 막히고 65마일로 쉬지 않고 달리면 7시에도 도착할 수 있다. 10시 약속이니까 9시 정도에 도착하는 게 좋다. 밤 운전을 위해 리즈는 창에 프라이버시 커튼을 치고 자러 들어갔다. 나는 저녁 먹고 샤워하러 갔다. 내일 새벽 5시에나 움직일 수 있다. 내일 오전에 받아서 모레 오후에 업스테이트 뉴욕이나 펜실베이니아 정도에 배달하면 가장 좋다.

 

 

내일 집에 못 간다

 

 

아침이 돼도 다음 화물이 들어오지 않았다. 근처에 마땅한 화물이 없는 모양이다. 화물은 영업 부서에서 준다. 디스패처는 중간 역할을 할 뿐이다. 조바심낸다고 될 일도 아니고 조용히 책이나 읽자. 판타지랜드는 반도 못 읽었다. 워낙 두텁다. 다른 책 두 권 분량이다. 도서관에서 한 번 더 빌리든지, 반디북스에 주문해야겠다. 소장할만한 책이다.

 

1230분에 다음 화물이 들어왔다. 점심 먹느라 1시 다 돼서야 확인했다. 집과는 반대인 미시간에서 화물을 받아 펜실베이니아로 간다. 운행 거리가 거의 천 마일이다. 부지런히 가야 한다. 가다가 트레일러도 씻어야 한다. 혹시나 빗자루로 쓸어볼까 했지만, 그 정도로 될 상태가 아니었다.

 

와쉬아웃을 위해 블루비콘에 들렀다. 와쉬베이가 두 곳이라 두 줄로 섰다. 내 앞의 트럭이 들어가서 앞으로 당기려고 시동을 거는 사이에 내 옆에 있던 플렛베드 트럭이 잽싸게 앞으로 끼어들었다. 뭐 이런 놈이 다 있노? 자기가 나보다 앞에 왔다는 것이다. 그래 너 먼저 해라. 다른 쪽 줄의 트럭도 들어갔다. 나는 그쪽 줄로 옮겼다. 내 쪽이 먼저 들어갔다. 쌤통이다. 내가 세차를 다 마치고 나올 때까지도 그 트럭은 아직도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내 뒤로는 다른 트럭이 들어왔다. 그러게 공연히 줄은 옮겨가지고. 생각해보니 내가 고맙네.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중간에 도로가 막혀 돌아오느라 더 걸렸다. 거의 9시가 돼서 도착했다. 발송처에 트럭은 나밖에 없었다. 트레일러 상태를 묻는다. 내부는 쓸었나? 쓰는 정도가 아니라 물로 씻었다. 물기는 다 말랐나? 당연히 오면서 다 말랐다. 트레일러 청소하고 오길 잘했다. 빈 트레일러는 닥에 대고 새 트레일러를 찾아 연결하고 서류 받아 바로 출발했다. 드라이 화물로 알고 있었는데 65도 온도 유지였다.

 

오늘 최대한 가야 한다. 거리를 600마일 이하로 줄여 놓아야 내일 중 도착 가능하다. 배달은 모레 새벽 5시다. 나는 모레는 집에 가야 한다. 핏스톤 터미널까지 가는 게 내 목표다. 거기 내려놓으면 다른 트럭이 최종 배달할 것이다.

 

70시간을 거의 다 써서 3시간 30분을 더 달릴 수 있다. 그 시간에 갈 수 있는 거리를 따져봤다. 미시간을 벗어날 수 없다. 오하이오 첫 휴게소까지 가기엔 시간이 모자란다. 미시간에서 쉬어도 남은 거리가 520마일이니 문제는 없다.

 

23번 국도에 있는 Whitemore Lake 휴게소에 왔다. 자정인데도 자리가 열 곳이 넘게 비었다. 오면서 보니 다른 휴게소도 자리가 많았다. 미시간에서 나오는 트럭만 있어서 그렇다. 이런 곳이 좋다. 언제 와도 자리가 있는 곳. I-80은 전국에서 오가는 트럭이 모이는지라 늦은 밤이면 자리가 없다. 그러고 보니 오하이오까지 안 가길 잘했다.

 

내일 오전 10시에 출발할 수 있으니 열 시간 잡으면 오후 8시 전후로 핏스톤에 도착한다. 들어갈 때 검사하고, 트레일러 주차하다 보면 한 시간은 지난다. 그러면 내일 집에 못 간다. 막차 시간이 지난다. 모레 병원 검진 약속이 있다. 모레 새벽 첫차를 타면 시간을 맞출 수 있다.

 

아까 미시간으로 가면서 동아일보 특파원과 전화 인터뷰를 했다. 전에 택시 운전할 때 나를 취재했었다. 트럭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본다. 자율주행 차에서 시작해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의 소멸, 미래의 직업, 직종 변경, 보편적 기본 소득 등 광범위한 분야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내가 할 말이 이렇게 많았던가? 그리고 내가 아직도 영화를 만들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오늘밤은 리퍼가 조용하다. 실외 온도가 설정 온도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내일 낮에 기온이 올라가면 다시 작동할 것이다.

 

내가 운반하는 화물은 켈로그 상품이다. 켈로그가 비록 고객사지만 나는 시리얼은 포스트 제품을 더 좋아한다. 특히 堅果(견과)류 들어간 포스트 시리얼은 맛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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