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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정신세계수행자, IT전문가, 영화감독, 연극배우, 라디오방송기자 등 다양한 인생 여정을 거쳐 현재 뉴욕에서 옐로캡을 운전하고 있다. 뉴욕시내 곳곳을 누비며 뉴요커들의 삶을 지척에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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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바 찾는 법

아베 사과안하면 일본브랜드 노!
글쓴이 : 황길재 날짜 : 2019-11-14 (목) 09:34:10

      
0930 심바찾기2.jpg

 

11시가 돼 배달처에 다시 갔다. 경비실에는 아까와 다른 사람들이다. 야간조로 바뀌었겠지. 발송번호를 알려주니 어제 화물이라며 놀란다. 엄밀히 따지면 오전 3시고 아직 날짜가 바뀌지 않았으니 오늘 화물이다만 잠자코 있었다. 접수 사무실과 통화하더니 입장시켜준다.

 

15번 도어를 배정받았다. 원래 이곳도 후진이 까다로운 곳이다. 다행히도 왼편 닥은 비어서 그 공간까지 이용하며 후진했다. 바로 갖다 달라고만 하지 신분증을 맡기라고 하지는 않았다. 사무실에 가서 볼트 커터를 빌렸다. 아까와 크기가 비슷했다. 이걸로 될까? 힘을 잔뜩 주니 잘렸다.

 

새벽 2시에 짐을 다 내리고 나왔다. 이곳은 Late Fee를 따로 받지 않았다. 럼퍼피는 160달러로 같았다.

 

트럭스탑에 가봐야 자리 찾기 어려울 것이다. 발송처 앞 도로 갓길에 트럭 두세 대 주차할 공간이 있다. 그곳에 주차하고 잠을 잤다.

 

아침이 돼도 화물은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혹시나 메시지가 왔을까 싶어 간밤에도 몇 번을 자다가 깨어 확인했다. 프라임 앱을 보니 내 PTA(Projected Time of Availability)가 오후 6시로 돼 있다. PTA를 현재 시각으로 수정해 메시지를 보냈다. 곧바로 다음 화물이 들어왔다. 어제 화물 내리자마자 PTA를 수정했어야 했나? 보통은 화물 배달 완료 메시지를 보내면 그 시각으로 PTA가 업데이트되는데 어제는 왜 그랬지?

 

Vineland, NJ --> Gas City, IN

월마트로 가는 화물이다. 바인랜드라면 전에 가본 곳이다.

 

가까이 있는 Flying J에 가서 리퍼 연료 가득 채우고, 블루비콘에서 트레일러 세척도 마쳤다. 바인랜드로 출발.

 

발송처는 일요일이라 한산(閑散)했다. 트레일러 내려놓고 접수 사무실에 가니 아직 화물이 안 실렸단다. 트레일러가 닥에는 있다고 했다. 오후 7시 약속이지만 그전에라도 짐이 실리면 연락 준다고 했다.

 

야드에 주차하고 또 잤다. 오후 430분에 짐 다 실었다고 전화가 왔다. 서류 받고 트레일러 연결해 출발했다. 7시간을 더 운전할 수 있다.

 

Duncannon, PA의 파일럿 트럭스탑은 22번 국도상에 있다. 이곳에서는 주유만 하고 떠날 생각이었다. 작은 곳이라 주차가 만만치 않다. 지난번에는 낮에 와서 간신히 자리를 찾아 주차했던 것 같다. 기억이 가물가물. 주유하고 나가려는데 반대편에 더 넓은 공간이 있고 마침 주차하기 좋게 앞뒤로 한 열이 다 빈 곳이 있다. 이게 웬 떡이냐 싶어 얼른 주차했다. 어두워진 오후 830분에 트럭스탑에서 주차할 공간이 있다니. 여러 이유가 있을 것 같다. 국도변이라 고속도로보다 교통이 적은 탓이 있을 것이고, 일요일인 탓도 있고, 마침 배관 문제로 샤워실 사용 불가다. 아무튼, 적당한 시각에 적당한 장소에 주차해서 다행이다.

 

내일 한 500마일 달리고 쉬다가 모레 새벽에 최종 배달이다.

 

집이 넓지 않은데도 심바가 숨으면 찾기 어렵다. 이름을 불러도 모르는지 안 나온다. 심바 빨리 찾는 법을 아들이 아내에게 알려줬다. 엄마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아요. 그럼 나타나요. 직빵이었다고 한다.

 

 

 

0930 심바찾기1.jpg

 

 

덴버행 화물 예정

 

 

아침에는 샤워실이 문을 열었다. 하루를 샤워로 시작하는 것도 괜찮군.

 

이번 코스는 국도 구간이 길다. 인터스테이트 하이웨이를 타고 얼마간 돌아가도 되지만 경치 구경도 할 겸 최단거리 국도길로 갔다. 풍경은 가을인데 인디애나에 오니 바깥 날씨는 90도를 넘었다.

 

배달처에서 7마일 떨어진 플라잉제이 트럭스탑에 도착했다. 자정부터 오전 7시 사이에 배달하면 된다. 10시간 휴식 마치고 오전 4시에 배달 갈 계획이다.

 

다음 화물은 예고돼 있다. 30마일 거리의 앤더슨 네슬리에서 콜로라도 덴버로 가는 화물이다. 앤더슨 네슬리는 몇 번 가본 곳이라 익숙하다. 브라이언으로 매니저가 바뀐 후 보다 서쪽으로 가는 화물이 들어온다. 덴버에서 다시 동쪽으로 돌아설지 더 서쪽으로 갈지는 모르겠다.

 

 

Rework

       

 

 

1002 리웍.jpg

      

분주했으나 소득은 적었던 하루.

 

브라질(Brazil, IN)에 있다. 아침은 파리에서 먹었다. 정확히는 신파리(New Paris, OH).

 

새벽 4시 일어났다. 샤워하고 리퍼 연료 채우면서 타이어 공기압도 조정했다. 스티어링 타이어는 110psi로 맞추고 드라이브 타이어는 약 100psi로 조정했다. 원래는 35달러 정도 하는 타이어 공기주입기를 사려고 했으나 왠지 마음이 안 내켰다. 타로카드를 뽑으니 사지 말라고 나온다. 그래 자주 쓸 일도 없는데 짐만 된다. 오늘처럼 주유소에서 넣으면 된다. 모든 트럭스탑에 공기주입기가 설치된 것은 아니다. 없는 곳이 더 많다.

 

월마트 배달은 간단했다. 트레일러 내려놓고 새 트레일러 끌고 나왔다.

 

앤더슨 네슬리는 30마일 정도밖에 안 떨어졌다. 그런데 트레일러 세척(洗滌) 때문에 약 100마일을 더 돌아가야 했다. 근처에 트럭 세차장이 없다. 그나마 가까운 곳을 찾은 게 오하이오까지 갔다 와야 했다. 뉴 파리에 있는 페트로에서 리퍼 연료 채우고 블루비콘에서 트레일러 세차도 했다. 간 김에 아침도 먹었다.

 

오전 11시를 조금 넘겨 네슬리에 도착했다. 화물은 준비돼 있었다. 빈 트레일러 내려놓느라 조금 고생했다. 블라인드 사이드 후진을 해야 하는 공간만 남았다. 뒤에서 전진 주차를 시도해 봤으나 텐덤 타이어를 가장 뒤로 물린 상태라 각이 안 나온다. 트레일러 왼쪽 옆면을 긁게 생겼다. 두어 군데 시도하다 포기했다. 다행히 정상 후진이 가능한 자리가 딱 하나 있었다.

 

화물이 든 트레일러를 연결해 나왔는데 뭔가 이상하다. 텐덤 타이어가 가장 뒤로 물려 있는데도 드라이브 타이어가 3만 파운드다. 텐덤 타이어는 34천이다. 13번 핀으로 당기니 드라이브 타이어는 26, 텐덤 타이어는 36천을 넘어간다. 원칙적으로 12번 핀을 넘어가면 안 된다. 12번 핀에 맞추니 상황은 더 심각하다. 드라이브든 텐덤이든 34천 이하여야 한다. 이 경우는 화물이 너무 뒤로 실렸다. 이 상태로 운행하다 걸리면 벌금이다. 브라이언에게 얘기하고 캣스캐일에 무게 측정하러 갔다. 가장 가까운 트럭스탑은 8마일 떨어져 있다.

 

역시나 텐덤 타이어가 중량 초과다. 거의 37천에 육박했다. 이 경우 화물을 다시 실어야 한다. 발송처에서는 중량 측정표가 있어야 재작업을 해준다.

 

네슬리로 돌아가 스테일 티켓을 보여줬다. 경비실에서는 미안하다며 26번 닥에 대라고 했다. 기다리는 시간은 길었지만, 재작업 자체는 금방 끝났다. 12번 핀에 맞춰보니 양쪽 모두 32천이 나온다. 이 정도면 다시 측정 안 해도 된다. 내가 실은 화물은 커피 메이트였다.

 

오후 4시가 이미 지났다. 새벽부터 일을 시작했기에 남은 시간은 2시간 조금 더 된다. 3일 오전 5시까지 배달인데, 이미 불가능하다. 약속 시각을 변경하거나 리파워를 해야 한다. 퇴근 시간이라 인디애나 폴리스에서 차량정체까지 빚어졌다. 사고로 더 막혔다. 브라이언에게 연락했다. 언제까지 가능하냐 묻는다. 최대한 부지런히 가면 3일 오후 4시까지는 가능하겠다. 잠시 후 4일로 날짜가 변경됐다. 시각은 미정이다.

 

휴게소에서 쉴 계획이었는데 파일럿 트럭스탑에 왔다. 새벽에 샤워하고 하루 시작하는 것도 괜찮다. 오늘은 무척 더운 가을날이었다. 순간 최고 온도는 99도에 달했다.

 

재작업(rework)은 네이슨과 수련 기간에 캘리포니아에서 오렌지 싣고 올 때 한 번 했다. 솔로로 일하고는 처음이다. 오며 가며 시간과 수고는 많이 들고 돈은 안 되는 일이다. 트럭 운전사뿐 아니라 발송처도 작업자도 마찬가지다. 모두에게 도움이 안 된다.

 

아내와 아들, 아들 친구 셋이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 다녀왔단다. 마침 기타를 전시하고 있었다고 한다. 나는 옛날 클래식 기타인 줄 알았더니 전기 기타다. 지미 페이지의 기타도 있었다. 내가 갔어도 재미있었을 것 같다. 전설적 기타리스트의 악기가 전시돼 있다니.

 

브라질 파일럿은 와이파이가 잘 터진다. 공짜는 아니고 유료다. 주유하면 24시간 사용권을 준다. 대게의 트럭스탑은 건물 내부에나 들어가야 터지고 외부 주차장에서는 신호가 약해 쓸모가 없다. 와이파이 사용권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소멸해서 제대로 사용해 본 적이 거의 없다. 대게는 스마트폰 핫스팟 기능을 이용한다. 그런데 이곳은 와이파이 신호가 유튜브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을 정도로 좋다. 다른 곳도 좀 이랬으면 좋겠구만.

 

역시나 펜벤다졸이 화제다. 강아지 구충제가 암을 치료할 수 있을지는 곧 밝혀질 것이다. 말기암을 자가치유하는 사람들이 유튜브에서 펜벤다졸의 공개 임상실험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제약회사에서는 비용과 법률의 문제 등으로 이런 과감한 실험을 할 수 없다. 한다고 해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유튜브가 대단하다. 아니, 한국인이 대단한 건가?

 

 

한여름에서 가을로

       


1003 여름에서 가을로2.jpg


      

인디애나에서 출발할 때만 해도 더웠다. 낮 기온은 90도를 넘겼다. I-70을 따라 서쪽으로 계속 가는 길이다. 대도시를 지날 때만 외곽 우회도로로 잠깐 빠졌다.

 

배가 살살 아파 화장실에 갈 요량으로 휴게소에 들렀다. 작은 곳이다. 화장실에 대변기는 두 칸이 있는데 하나는 고장이었다. 다른 하나는 누가 쓰고 있다. 미국 공중 화장실은 문틈 사이 틈이 넓어 안에 누가 있는지 보인다. 팔뚝에 색상 문신이 잔뜩 있다. 미국인의 습관 중 우리와 다른 것이 있는데, 화장실 변기에 앉았을 때 바지를 발목까지 내린다는 것이다. 영화에서도 가끔 봤을 것이다. 우리는 무릎까지만 내린다. (나만 그런가?) 아무튼 이놈이 아무리 기다려도 나올 생각을 않는다.

 

청소하는 관리직원 여성에게 물어봤다. 여자 화장실 써도 되냐? 청각장애자다. 말은 하는데 들을 수는 없는 모양이다. 입술을 보고 이해를 한다. 남자 화장실은 저기다. 하나는 고장이고 하나는 사람이 있다. 잘 이해가 안 되는 모양인지 앉아 있는 다른 남자 직원을 부른다. 그는 앞니가 다 삭았다. 약간 덜 떨어져 보이는 인상이다. 그들에게는 결정권이 없는 모양이다. 감독관에게 얘기해보라고 한다. 감독관은 뚱뚱한 몸매의 인상 좋은 여성이다. 아까 내게도 웃는 얼굴로 먼저 인사했었다. 그녀가 오길래 사정을 얘기했다. 그녀는 여자 화장실에 사람이 없는지 확인하고 내게 들어가라고 했다.

 

볼일을 보고 나올 때도 그녀는 밖에서 망을 보다 내게 나오라고 손짓했다. 남자 화장실이 고장 나서 내게 미안하다고 했다. 남자 화장실에 앉아 있던 놈은 아직도 그대로다. 이 새끼 변비야 뭐야? 그 앞에는 다른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휴게소에서 쉴 때 남은 거리와 시간을 다시 따져보니 내일 정오에는 도착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도착예정시각을 수정해 알렸다. 그런데 배달 약속 시각이 5일 오전 4시로 변경됐다. 뭐지? 그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미리 배달할 수 있냐? 안 된다. 이틀 대기 요청이다. 대신 트레일러를 드랍할 수 있는지 알아봐 주겠다. 잠시 후 덴버의 프라임 야드에 내려놓으라는 연락이 왔다. 오늘 브라이언은 쉬는지 CW라는 이니셜을 쓰는 사람이었다. 덴버에도 프라임 야드가 있었구나. 그렇다면 조금 여유 있게 가도 되겠다.

 

캔자스시티를 지나 캔자스에 들어서니 하늘이 흐리고 간간이 비도 내렸다. 온도계가 가리키는 기온이 63도로 떨어졌다. 산맥이 가로막은 것도 아닌데 기온이 이렇게 떨어질 수도 있나?

 

시간이 거의 끝나가 살리나(Salina, KS)에서 쉬어간다. 이곳 파일럿 휴게소는 내부 구조를 보니 전에 왔던 기억이 난다. 피곤해 저녁을 먹고 바로 침대에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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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버 찍고 턴

 

 

새벽형 인간이 됐다. 새벽같이 일어나 일 시작하고 해지기 전에 마치는 일과가 며칠째다. 좋은 일이다.

 

자다가 새벽에 히터를 켰다. 서쪽으로 갈수록 기온이 떨어졌다. 오전 8시쯤 캔자스 끝에 도착했을 때는 기온이 43도로 내려갔다. 초겨울 날씨다. 주유하다 추워서 긴 옷을 한 벌 더 껴입었다.

 

콜로라도에 오니 낮이라 기온이 올라간 것인지 평년 가을 기온으로 회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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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때문인지 덴버 가까이에서 도로가 많이 막혀 기다시피 갔다. 오후 2시 프라임 야드에 도착했다. 프라임 야드는 덴버 남쪽 공업지대에 있었다. 배달처도 덴버인데 5일 새벽에 누가 배달을 갈지 모르겠다. 거리도 얼마 안 돼 돈도 안 될 텐데.

 

트레일러 내려놓기 바쁘게 다음 화물이 들어왔다. 캔자스에서 조지아로 가는 화물이다. 총거리는 약 1,600마일. 하루 550마일 이상 부지런히 달려야 하는 일정이다. 브라이언은 쉴 틈을 안 주는군. 오늘 시계는 3시간 남았다. 프라임 야드에서 자려던 계획을 변경해 빈 트레일러를 달고 급히 나왔다. 덴버는 콧바람만 쐬고 가는군.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달린 지난주에 계산 거리는 2,900마일이 넘었다. 나의 역대 최장 거리다. 실제 거리는 그보다 길다. 계산 거리는 거의 직선거리에 가깝다. 트레일러 세차나 리퍼 주유를 위해 돌아가는 거리는 포함도 안 된다.

 

목요일은 페이첵이 들어오는 날이다. 프라임앱이나 이메일로 확인할 수 있다. 커네티컷 배달처에서 낸 지각료가 환급되지 않았다. 매니저도 사람이라 실수한다. 한 명이 담당하는 사람 숫자가 많으니 예외적인 항목은 일일이 못 챙긴다. 글렌도 몇 번 그런 적 있다. 내 몫은 내가 챙겨야 한다. 브라이언은 다음 주급에 포함하겠다고 했다. 알아서 챙겨주겠지 하고 확인 안 했는데 어느 날 글렌이 실수한 것을 발견한 이후로는 항목을 더 꼼꼼히 살펴본다.

 

플래글러(Flagler, CO)의 코노코 트럭스탑에 들어왔다. 넓은 흙바닥에 트럭은 몇 대 없다. 오늘은 조용한 밤을 보내겠다.

 

요즘 대부분 요리를 전기밥솥 하나로 해결한다. 전기스토브와 프라이팬에 했던 요리도 전기밥솥을 이용한다. 도구를 꺼내기 귀찮아서다. 생활이 단순해진다. 의외로 전기밥솥으로 웬만한 요리는 된다. 라면도 한번 도전해봐야겠다. 라면용 전기팟도 있는데 커피물 데우는 데만 쓴다.

 

 

 

1004 덴버찍고3.jpg

 

 

구름이 땅으로 내려온 날

 

 

대기가 젖었다. 처음에는 가랑비라고 생각했다. 구름이 낮게 깔리다 못해 땅까지 내려왔다. 작은 물 알갱이가 공중에 떠 있는 상태다. 스프레이 속을 달리는 상태다. 와이퍼는 때로는 부지런히 때로는 게을리 오갔다.

 

들판을 가로질러 놓인 고속도로에는 가로등이 없다. 불빛 없는 새벽 고속도로는 어두워 위험하다. 속도를 내기 어렵다. 여명이 터 올 때까지 속도를 줄이고 달렸다.

 

I-70을 따라 동쪽으로 향하다가 US-83을 타고 남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리버럴(Liberal, KS)은 캔자스 남부 오클라호마 접경지역이다. National Beef Packers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시다. 처음 오는 곳이라 입구를 찾는데 다소 헤맸다. 헷갈리게 설계됐다. 화물은 준비되지 않았다. 40시부터 5일 오전 2시까지가 약속 시각이다. 입구에서 밥테일로 기다리다 인근 월마트로 왔다. 리버럴 월마트도 트럭 주차를 위한 공간을 따로 마련하고 일반 승용차 주차구역과 분리했다. 마침 식품 보충이 필요하던 차였다.

 

7일 오전 5시 배달인데 갈 길은 1,200마일이 넘는다. 출발이 늦어지면 시간 맞추기 힘들다. 이틀간 야간 운전을 해야 할 것 같다.


1005 구름이땅으로1.jpg

 

컵라면 상표 중에 Nissin이 있다. 나는 일본 상품 불매를 계속한다. 니신 라면이 한국 라면 대용으로는 괜찮아 가끔 이용했으나 지금은 끊었다. Manchurian이라는 상표도 있다. 이름 때문에 중국 상표로 생각했다. 만추리안도 일본 브랜드였다. 제조는 미국에서 한다. 니신과 만추리안은 전국 월마트 어디에든 라면 코너를 장악했다. 가끔 농심 사발면과 신컵라면이 아시아 식품 코너에 있다. 없는 곳도 많다. 한국 기업이 좀 더 적극적 마케팅을 했으면 한다. 니신과 만추리안은 아베가 진심으로 사과할 때까지 안 먹을 작정이다.

 

 

엉망이었던 하루

 

 

이상한 날이다. 예상치 못한 일이 연속 발생해 일정을 꼬아 버렸다.

 

간밤에 몇 번을 전화했다. 그럴 때마다 준비 안 됐다는 답변을 들었다. 오전 8시에 전화했을 때는 서류가 있다고 했다. 그게 트레일러가 준비됐다는 뜻이냐? 아마도. 알겠다. 곧 가겠다.

 

내셔널 비프에 도착해 경비실로 갔다. 한 명은 대기 목록을 확인하며 일일이 전화하고 있었다. 내 전화기가 울렸다. 헬로. 여기 내셔널 비프다. 그래, 나 너 앞에 있다.

 

야드에서 찾은 191617 트레일러를 연결하려니 오른쪽 트레일러와 간격이 좁다. 랜딩기어 손잡이를 돌릴 공간도 안 된다. 지나가는 야드자키에게 꺼내 달라고 했다. 그는 멀찌감치 끌어도 놓았다.

 

경비실에서 서류를 받고 서명을 했다. 젊은 여직원이 임시 씰을 확인하더니 번호가 다르단다. 저울 있는 곳에 가서 씰 번호를 재확인하고 오란다. 출구에서 트럭을 돌려 저울로 갔다. 남자 직원이 오더니 손짓으로 저울 위로 오가라 했다. 뭐가 문제냐? 무게 괜찮은데? 무게가 아니라 씰 번호가 문제다. 서류와 다르단다. 그는 씰을 끊어 트레일러 안을 살폈다. ? 이거 짐을 싣다 말았다. 어쩐지 무게가 가볍더라니. 저기에 트레일러 주차해라. 주문 확인하고 연락 주겠다.

 

야드 한쪽에 주차하고 기다렸다. 야드자키가 내 트레일러를 닥에 댔다. 이제 정시 도착은 물 건너갔다. 아침을 먹었다. 잠깐 한눈파는 사이에 트레일러가 없어졌다. 치운 모양이다. 나보고 연결해 가라고 하면 될 것을.

 

넓은 야드를 일일이 뒤졌다. 가장 먼 곳에 뒀다. 이번에도 간격이 좁다. 기다렸다 지나가는 야드자키에게 꺼내 달라고 했다. 절반 정도 앞으로 당겨 놓고 갔다. 다시 경비실로 가서 서류를 받아 출발했다. 아까보다 화물도 많고 무게도 더 나가지만 서류에 적힌 중량은 안 되는 것 같다. 도착해서 화물이 모자란다고 클레임 들어올 것 같다.

 

발송처 밖 도로에 세우고 출발 보고하니 오전 1130분이다. 도착 예정시간을 7일 오전 10시로 보냈다. 오전 5시가 약속이다. 이번 주말 담당자는 더그(Doug). 아칸소 클락스빌에서 리파워하란다. 400마일이 넘는 거리다. 남은 시간은 9시간도 안 된다. 중간에 30분 휴식하고 주유도 해야 하는데 갈 수 있으려나? 최선을 다할 수밖에. 오후 10시까지 도착한다고 했다.

 

오클라호마도 거북이가 많다. 도로에서 몇 마리를 봤다. 그중 한 마리는 내 트레일러 바퀴에 깔려 죽었을 것이다. 오클라호마 거북이는 나거보다 크기가 작고 껍질에 푸른색이 돈다. 아직 어린 녀석들인가? 나거의 경험도 있어 야생 거북이는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 가다 보니 차바퀴에 깔려 내장이 터져 나온 채 납작해진 모습도 보였다.


1006 엉망하루1.jpg

 

경찰차가 따라왔다. 경광등을 켠 상태길래 비켜주려고 갓길로 붙이니 나를 따라 갓길로 붙는다. 나를 잡으러 오는 게 분명했다. 갓길에 세웠다. 운전석 창문을 내리고 기다렸다. 경찰이 오더니 문을 열란다. 문을 여니 올라서 전자로그를 보자고 한다. 내가 근무 시간을 넘기지 않았는지 확인하려는 것이다.

 

운전면허증 보자. 지갑에서 꺼내 건넸다. 내가 왜 세웠는지 아나? 모르겠다. 아까 좌회전할 때 스탑 사인에서 완전히 서지 않았다. (그랬나? 선 것 같은데) 트럭과 화물 서류 다 갖고 차로 와라.

 

경찰차로 갔다. 조수석에 앉으라 했다. 그는 인스펙션을 했다. 서류에는 문제가 없다. 당신에게 경고장을 주겠다. 고맙다. 다행히도 티켓은 끊지 않았다. 그가 작업하는 동안 앞에 있는 트레일러를 보니 이상했다. 비상등 켰는데 왜 아무런 불도 안 들어오지?

 

경찰관은 인스펙션 서류 두 장을 출력해 내게 사인하라고 했다. 한 장은 내게 주며 회사에 보고하라고 했다. 인스펙션은 통과했고, 교통표지판에 따르지 않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트럭을 몰고 출발했다. 경찰차는 뒤에 계속 서 있었다. 얼마를 가서 유타를 갓길에 세웠다. 트레일러 등이 하나도 안 들어온다. 방향지시등도 미등도 아무리 생각해도 경찰관이 봐준 것이다. 경찰관이 그걸 못 봤을 리 없다. 못 본 체해준 것 같다. 그걸 지적하면 티켓을 발부해야 할 테니.

 

그나저나 트레일러 불이 언제부터 나갔지? 아침에 연결할 때 확인 안 했나? 이 상태로 계속 갈 수는 없다. 밤이 되기 전에 고쳐야 한다. 낮에도 위험하다. RA에 연락했다. TAPetro에 가서 고치란다. 2시간은 더 가야 오클라호마시티에 있다.

 

오클라호마시티 TA에 도착했다. 주차하고 샵으로 가니 4~5시간 기다려야 한단다. 별수 없다. 번호 남기고 왔다. 더그에게 연락했다. 네댓 시간 기다려야 수리 시작한다는데 그 시간이면 난 14시간 지나서 운전 못 한다. 그래도 트레일러 교환하러 가야 한단다. 안 그럼 시간 못 맞춘다고. 규정 위반하고 달리란 말이냐? 야간 담당자와 얘기하란다.

 

오후 8시 조금 지나 전화가 왔다. 고치러 오란다. 베이에 트레일러를 대고 살펴봤다. 1분도 안 돼 끝났다. 트럭 쪽 전원 커넥터가 빠져 있다. 트레일러 쪽은 살펴봤는데 트럭 쪽은 생각도 못 했다. 그쪽이 빠진 일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발송처에서 잭나이프 턴하다가 빠진 모양이다. 나는 바보다. 가뜩이나 바쁜데 귀한 시간을 허비했다.

 

이번 주말 야간 담당자는 조쉬(Josh). 1시간 25분 남았는데 어떻게 할까? 계속 가라. 알았다. 당연히 가는 중간에 업무 시간을 넘겼다. 그러거나 말거나 계속 달렸다. 이상하다. 핏스톤의 매니저들은 운전시간을 어겨가며 일을 시키지 않는데, 여기는 상관없다는 분위기다. 이 정도 위반은 적발되지 않나?

 

중간에 주유하고 계속 달렸다. 나와 교대할 사람이 보내준 주소가 실제 위치와 달랐다. 돌릴 곳이 없어 마을까지 들어가 한 블락을 돌아서 나왔다. 만나기로 한 장소에 가니 자그마한 주유소다. 새벽 2시가 넘은 시간이라 주차공간은 다 들어찼다. 아까 통화하며 목소리를 들으니 흑인 여성이다. 내려서 프라임 트럭을 찾으니 운전석에서 통화하고 있었다. 그녀는 잠시 기다리라고 했다. 프라임에 통화 중이라 했다. 나는 건물 뒤로 가서 주차할 곳이 있는지 살폈다. 주유소 공간은 아니지만 주차할 장소가 있었다. 거기 세우고 트레일러를 막 분리하려는 순간에 그녀가 왔다. 잠깐만. 배달시간이 변경될 거라는데? ? 무슨 소리냐? 나보고 여기서 교환하라고 해서 왔는데. 너가 전화 받아봐라. 그녀가 내미는 전화기를 받으니 상대방은 조쉬였다. 나 길이다. 어떻게 된거냐? 미안하다. 늦게 연락했다. 배달 약속을 변경할 거니까 트레일러 교환할 필요 없다. 너가 끝까지 배달해라. ~ 진즉에 그렇게 할 일이지. 규정 위반하고 4시간이나 초과해서 왔는데. 발송처에서 약속보다 9시간이나 늦게 짐을 실었으니 배달 일정도 연기하는 게 당연하다.

 

트럭으로 돌아오니 조쉬가 보낸 문자가 있었다. hey we are going to reschedule JOSH 장난하냐? 그 자리에 주차하고 잘까 하다가 아무래도 남의 주차장 같아서 13마일 떨어진 휴게소로 가기로 했다. 막 고속도로 진입로로 들어서는데 조쉬에게서 전화가 왔다. 뭐 하는 거냐? 응 트럭스탑에 자리가 없어서 휴게소로 간다. 너는 쉬어야 한다. 거기 그녀 옆에 자리가 없냐? 없다. 휴게소 얼마 안 머니까 거기로 갈거다. 주차하면 연락해라. 알았다.

 

휴게소에 자리가 없으면 입구나 출구 갓길에 댈 생각이었다. 입구 갓길에 댄 트럭은 없었다. 휴게소 트럭 주차구역으로 들어갔다. 나 새우라는 듯, 한 자리가 비어 있다. 누가 금방 떠난 모양이다. 땡큐 베리 마치다. 주차하고 조쉬에게 연락했다. 배달처 도착 예상시각을 묻길래 내일(7) 오후 3시라고 했다.

 

정신없는 하루가 지났다. 여러 일이 생겼지만, 다행히 아무 사고도 없다.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사건과 내가 멍청하고 부주의했던 일이 뒤죽박죽 섞였다. 대게 천재지변은 인재(人災)를 수반해 더 커진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그랬듯이. 다시 말하면 불가항력 사건이 생기더라도 정신 차려 대응하면 웬만큼 수습할 수 있다. 오늘의 실수는 잘 되새겨 반복하지 않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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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트럭 세차

 

 

일도 많고 탈도 많았던 화물을 무사히 배달했다. 예상과 달리 클레임도 없었다. 이번 화물의 후유증이 또 있다. 어제 새벽에 리파워 하려다 애용하는 장갑 한 짝을 잃어버렸다.

 

캔자스에서 조지아 남부까지 대각선으로 왔는데 유난히 국도 구간이 길었다. 앨라배마에서 조지아로 오는 길은 언덕도 많고 툭하면 신호등에 걸려 속도도 안 나고 연비도 낮다. 조지아는 아직 여름 풍경이 대부분이다. 가을이 막 시작할 참이었다.

 

역시나 금방 다음 화물이 들어왔다. 조지아에서 사우스캐롤라이나로 가는 화물이다. 내일 저녁에 받아서 모레 아침에 배달한다. 모처럼 시간 여유가 있는 화물이다.

 

Tifton 파일럿 트럭스탑 안에 있는 블루비콘에서 트럭과 트레일러 내외부를 모두 세차했다. 130달러가량 나왔다. 나는 회사 소속이라 세차비가 나온다. 외부에서는 한 달에 두 번 정도 트럭 세차를 할 수 있다. 나는 트레일러 내부 세차는 거의 매번 해도 트럭 세차는 웬만하면 회사 터미널에서 했다. 이제는 집에 갈 때 핏스톤에 주차하지 않기 때문에 터미널에 갈 일이 거의 없다. 블루비콘은 트럭 한 대에 여섯 명 이상이 붙기 때문에 혼자서 세차하는 회사 터미널보다 품질은 월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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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콜 세차

 

 

새벽에 누가 문을 두드렸다. 뭐지? 이 시간에? 옆 트럭이 주차장에서 나가려다 내 트럭과 부딪힐 것 같으니 좀 움직여 달라는 경우 말고는 문을 두드릴 일이 없다. 자다 일어나 문을 열어보니 어떤 흑인 사내다. 그가 한 말은 놀라웠다. 자기를 도와줄 수 있냐는 것이다. 한마디로 동냥이다. 황당했다. 이 새벽에 구걸하자고 자는 사람을 깨우다니. 4달러만 도와 달란다. 왜 또 하필 4달러냐? 어이없었지만 지갑을 찾아 5달러 지폐를 건넸다. 요즘엔 트럭스탑에서 구걸하는 사람을 못 봤는데, 자는 사람을 깨워서 돈 달라는 경우는 처음이다. 이유야 어떻든 도와달라고 한 사람을 외면하기도 그렇다.

 

오늘은 일정이 여유로워 늦게까지 잤다. 일어나 보니 운전석 창문에 종이 카드가 꽂혀 있다. 블루 비콘 매니저 명함이었다. 광고인가 싶어 봤더니 뒷면에 손글씨가 적혀 있었다. 자신들의 세차에 만족하지 못하니 전화를 주거나 직접 방문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나는 특별히 문제점을 찾지 못했는데? 그는 언제 어떻게 내 트럭을 알아보고 명함을 창문에 끼워 놨을까? 아무튼, 신기해서 가보기로 했다. 블루 비콘은 자신들의 세차가 마음에 안 들면 언제든 얘기하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자진해서 다시 세차하라니 서비스 정신이 투철하다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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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차를 기다리는 트럭 줄이 길었다. 바쁘지 않으니 괜찮다. 차례를 기다려 카드를 보여주니 영수증을 보잔다. 전부 다 해달라기도 그래서 트럭만 다시 해달라 했다. 어차피 트레일러는 바꿔 달 가능성이 크다.

 

트럭 세차도 노동집약산업이다. 오늘 보니 베이에서 일하는 숫자가 열 명 정도였다. 시간이 돈이기는 하다. 빨리 세차해서 많은 트럭을 받을수록 이익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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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차 후 발송처로 출발했다. 가는 도중 문자가 들어왔다. 약속이 오후 7시였는데 오후 11시로 미뤄졌다는 내용이다. 시간 안배가 약간 더 까다로워졌지만 큰 문제는 아니다. 발송처에는 주차할 공간이 있다고 했으니까.

 

오후 4, 발송처에 도착했다. 뭔가 이상하다. 트럭이 몇 대 서 있기는 한데 조용하고 사무실도 찾을 수 없다. 아무래도 입구가 다른 곳인 모양이다. 주변을 탐색하고 위성사진, 발송처 정보를 종합해 잘못 들어왔다고 결론을 내렸다.

 

제대로 입구를 찾아 주차하고 체크인하러 갔다. 29번 도어에 대란다. 거기엔 이미 트레일러가 있었다. 이 사실을 알리고 31번 도어로 수정했다. 다른 프라임 트럭도 주변에 몇 대 있었다.

 

그리고는 밤 10시까지 아무 소식이 없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트럭도 마찬가지다. 리퍼 엔진만 쓸데없이 혼자서 계속 돌고 있다. 연료 아깝게끔. 늦어도 새벽 3시에는 출발해야 하는데.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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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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