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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된 조국, 한반도의 남쪽에 사는 일은 고립된 섬과 같은 무의식으로 늘 외로움의 관성이 있습니다. 평화로 하나 된 한반도를 꿈꾸고, 그 실현을 위한 움직임으로 대륙을 지향하며 세계와 소통하는 일은 의미가 크다고 믿습니다. 풀 한 포기와 나무 한 그루의 흔들림에도 한반도 평화의 의미를 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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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의 화해

아버지 시리즈 1~3
글쓴이 : 황룡 날짜 : 2019-09-14 (토) 13:33:49

 '시시한 역사, 아버지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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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을 주문해 받고 책상 위에 놔둔 지 몇 달이 지나도록 읽기를 여러 번 망설였다. 작가는 책의 제목을 '시시한 역사'라 했는데, 내 아버지의 역사는 뭐라고 할 수 있을까? 정리되지 못한 생각 때문이기도 했고, 아직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내 아버지 얘기는 조만간 하기로 하겠다.

 

우일문 작가는 <시시한 역사, 아버지> 책의 말미에 행장(行狀)을 기록했다. 아버지가 암 투병 끝에 돌아가시게 되고 담담히 기록해 장례식장을 찾은 문상객들에게 알린 것이다. 비슷한 연세이신 내 아버지가 가시게 되면 난 행장(行狀)을 어떻게 기록해야 할까 생각하게 되었다.

 

작가가 '시시한 역사'라 했던 아버지의 삶은, 1 열 여덟에 인민의용군으로 끌려가 6개월간 도피생활을 하다 잡혀 거제포로수용소에서 지옥같은 생활을 했고, 민간인 억류자로 풀려났지만 서울상고 졸업 후 부역자로 의심받아 취직도 할 수 없었다. 결혼을 하고 부역자 꼬리를 떼려고 군대에 자원입대 하여 국가를 위해 성실하게 복무했음에도 부역자 꼬리는 떨어지지 않았고 취직도 여전히 할 수 없었다. 결국 아버지는 젊은 날의 꿈을 접고 가족을 위해 농사를 지으시며 자식들은 당신과 다르기를 기대하며 살다 가셨다.

 

"아버지는 국가의 조롱과 멸시에 모욕과 수치를 느꼈지만 평생 내색하지 않았다"고 작가는 책 표지에 묵념처럼 기록했다.

 

아버지 세대는 늘 사선을 넘나들었던 고난의 역사를 헤쳐왔다. 일제강점기, 좌우대립, 6.25, 분단, 군부독재 등의 역사는 의지도 선택도 허락되지 않았고, 외세와 일부의 권력의지에 끌려 민중의 삶은 거칠게 흘러왔다.

 

<시시한 역사, 아버지>는 작가의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과 자전적인 이야기다. 작가와 비슷한 군부독재 야만의 시대를 헤쳐 온 세대로서 친숙한 단어들, 학보사, 학사경고, 강제징집, 지도휴학, 녹화사업, 운동권, (유인물), 구속, 열사, 분신 등으로 아픈 역사를 되돌아 보기도 했다.

 

책을 읽다 눈물 낸 적이 언제던가 기억이 아련한데 <시시한 역사, 아버지>를 읽다 여러 공감으로 대상화 되고 감정이 이입되면서 몇 차례 눈물짓기도 했다.

 

야만의 시대 국가는 무책임하고 무력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깜냥 미달의 권력자들이 오로지 권력에 눈 멀고 귀 멀어 공존공생의 민주주의가 설 자리는 없었다. 이데올로기는 상대를 제거하는 명분으로 망나니 칼에 지나지 않았고, 그 와중에 민중은 고단했지만 그들이 헤쳐온 삶은 결코 '시시한 역사'는 아니었다. 오늘의 촛불을 있게 한 밑거름이었고, 아이러니는 태극기를 모독하는 친일민족반역자들이 맘놓고 서울 한 복판에서 자유롭게 떠벌일 수 있도록 희생해 이룬 역사였다는 것이다.

 

작가는 자신 가족의 이야기라 '시시한 역사'라 했겠으나, 동 시대를 그들과 함께 한 민중의 역사는 고단했지만 단연코 '대단한 역사'라 하고 싶다.

 

 

아버지 시리즈 2

아버지의 새벽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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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수 작가의 소설 <아버지의 새벽>은 최근 40 여 년 동안의 10.26, 12.12, 5.18, 6.10, 촛불까지의 역사 중 한일 남여 주인공의 비극적 전개 과정을 통해 우리와 일본의 역사의식을 묻는다.

 

소설에서 아버지 김형호는 교육자, 독립운동가로 해방 전 일본 고등계 형사의 고문으로 사망했고, 아들 김재오는 신문기자로 박정희 정권에서 전기 고문을 당했으며 전두환 정권의 납치와 고문 끝에 고향 보길도에서 주검으로 발견된다.

 

홋카이도 삿뽀로 공원에서의 일본인들, 오키나와 뒷 골목 동네 식당의 일본 주민들을 보며 내 가졌던 의문을 여주인공 세이코가 자조섞인 감정으로 일본인에 관해 아래의 의문을 말한다.

 

"지나치게 깨끗함을 강조하는 것과 뒤에 지저분하고 더러움, 거룩하고 성스러움을 지향하면서도 엽기적이고 음난하며 난잡함, 예의 바르고 따뜻한 친절이지만 반대로 상상을 뛰어넘는 잔인함 등, 함께 존재하지만 혼란스럽고 무질서하게 섞이어 있는 극단성 속에 놓인 생명들, 이것이 일본의 세계 인지도 모르겠어요."

 

남주인공 김재오 역시 돌아가신 아버지를 고문했던 일본 고등계 형사를 찾는 과정에서 "친절과 반대되는 극단적인 잔인성은 일본인들의 마음에 어떤 악마가 있어서 인간의 내부에서 분열을 획책하고 착함을 배반할 수 있었는가 의문입니다." 라고 묻는다.

 

어느 나라나 민중의 본질은 선하다고 믿는다. 역사에서 늘 악마적인 결과는 극우 이념으로 무장된 권력의 집단적 광기로 야만의 조직적 폭력이 자행된 것이겠다 생각한다.

 

세이코는 2016 촛불혁명을 보며 한국인들이 이번에는 기필코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역사를 만들어내기를 바라며 "사랑하는 한국인 여러분, 여러분은 오늘날 일본 사람이 도저히 이룰 수 없었던 민주주의를 진전시켰던 분들입니다. 그 소중한 민주주의를 지켜내도록 응원합니다."라고도 한다.

 

한편 김재오는 한 번도 부당한 지배권력에 저항한 적이 없다고 생각했던 일본의 농민 봉기 역사를 들춰낸다.

 

"17세기 중반 가톨릭에 대한 탄압과 과도한 부역, 무거운 세금에 반발해 가톨릭 신자 농민들의 반란인 '시마바라의 난'이 일어났는데, 16세의 '아마쿠사 시로'를 지도자로 약 90일 간의 농민전쟁에서 37천여 명의 농민들이 죽거나 참수형을 당했다.

일본 민중의 정체란 자발적인 예속에 길들여진 신민(臣民)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권력에 굴복하고 옹기종기 무리 지어 사는 것만이 일본 민중들 삶의 전부는 아니었다."

 

김재오와 세이코는 서로 상대 나라의 역사를 살피며 인간이 고문같은 그 어떤 야만의 폭력도 없이 존엄할 수 있는 민주주의를 지향한다. 그들 사랑의 결실인 딸 미아의 탄생은 한일 국민 간의 결합으로 극우 수구정권과 극우 군국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두 나라 민중의 연대를 상징한다고 보면 지나친 억측일까?

 

'아버지의 새벽'은 아직 오지 않았지만 딸 미아를 통해 올 것이며, '아시아의 상처'는 한일 민중의 연대로 극우 파시즘에 저항할 때 치유되고 평화로운 새벽으로 올 것이라 믿는다.

 

#김상수_작가 #아버지의_새벽

 


 

아버지의 화단

아버지 시리즈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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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난 지금까지 한 번도 누구와 치고박고 주먹질하며 싸워 본 적 없고, 그랬으니 그 누구를 때려 본 일이 없다. 그러나 맞아 본 기억은 중고교 때 선생님이 몽둥이로, 아버지가 회초리로, 뿐아니라 무자비한 군부독재 권력으로부터 고문도 당해봤다.

 

아버지는 아파트 화단 하나를 독점하고 나무와 각 종 꽃을 심어 가꾼다. 이것도 일반적이지 않은 일종의 특혜라 주민들이 좋아하고 응원으로 동의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87세의 아버지는 식물을 사랑하고 생명의 소중한 가치를 새삼 느끼기에 잘 가꾸겠지만 젊었을 때 당신은 결코 그렇지 않았다.

 

더 생각해보면 어린 난 폭력적인 가부장의 권력을 증오했다. 내 태어나기 전의 일이라 어머니가 맞으셨다는 것을 본 적은 없지만, 어릴 적 아버지의 주사(酒邪)로 밥상이 날아가고 고추장이 천장에 가서 붙는 풍경은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나에게 아버지는 그렇게 두려운 대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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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14살 때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생모와는 그 전에 헤어졌다 하고 갑자기 계모와 배다른 두 남동생을 책임지게 된 것이다. 국민학교도 제대로 마치지 못하고 농사에 전념해야 하는 소년 가장의 중압감은 생각보다 컸으리라 짐작한다. 몇 년 뒤 6.25전쟁이 나고는 인민의용군으로 끌려 갔으나, 함께 갔던 친구와 목숨 건 탈출로 한 달 만에 되돌아 오기도 했다.

 

아버지는 나이 스물에 고향 옆집에 살던 열아홉의 어머니와 결혼 했다. 힘들던 세상과 마주하며 술 마시면 주사(酒邪)가 있어 어머니에게 화풀이 했고 어머니는 지옥같았다고 한다. 자식들만 없었다면 일찌기 그 곁을 떠났을 것이라 했다. 어머니는 그 때의 일들로 후에 척추, 양쪽 슬관절 수술을 하시기도 했다.

 

어린시절엔 집에 아버지의 부재 여부에 따라 가족들의 표정이 달랐다. 독재의 그늘은 집에서도 짙었다. 성적이 떨어져도, 동생들이 잘못해도 맏이의 책임으로 고3 때까지 아버지의 회초리를 맞았다. 내가 한 건 고작 맞을 각오하고 아버지가 원하는 것을 반대로 하는 치기어린 저항 뿐이었다.

 

그 무렵 형성된 저항의식은 대학에 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확장되었던 것 같다. 아버지 보다 더욱 강력한 박통의 군부독재에 눈 뜨게 된 건 아이러니하게도 아버지의 독재로 생긴 저항의식이 의식화의 단초가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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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어머니를 닮아 뼛 속까지 초식동물이다. 그러나 아버지는 완벽한 육식동물이다. 아버지는 사랑을 받아 본 적이 없기에 사랑하는 방법도 몰랐고, 외톨이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모든 판단의 최우선에 자신을 놓아야 했다고 이해된다. 예전엔 결혼도 사랑의 확인 과정없이 했고, 정들어 살면서 사랑을 느끼게 되는 '선혼후사(先婚後思)'가 대부분이었다. 어머니는 자식들에 잡혀 미운 정도 정이라고 그냥저냥 참고 살다보니 90가까이 버텨오신 것이라 생각된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다만 모난 부분이 깎여나가고 노화되는 몸따라 조금 순화될 뿐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아버지의 성격은 여전히 변함없는 것 같다. 아버지는 평생 나의 딜레마였다. 나는 어떻게 하면 닮지 않을까 하는 타산지석이었고, 떨어져 있으면 이해되고 생각나다가도 마주하면 상극의 원점으로 되돌아 가곤 했다.

 

앞서 독후감으로 올린 두 권의 책 <시시한 역사, 아버지><아버지의 새벽>을 읽으면서, 내 아버지의 역사는 참으로 시시했지만 힘없던 나라의 고단한 역사를 온몸으로 뚫고 온 거친 아버지를 생각하며, 가신 뒤에 더 크게 후회하지 않기 위해 이제 내 안의 아버지와 화해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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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벗 백아 님께서 <시시한 역사, 아버지>의 독후감에 댓글로 이 시를 주셨는데... 눈물 난다.

       

 

입관 / 김보일

 

죽은 사내가 옷을 입네

팔을 들라 하면 당신은 팔을 들고

돌아눕자 하면 당신은 돌아눕네

 

이리로 하면 이리로

저리로 하면 저리로

당신은 손사래를 모르는 착한 사람이 되었네

두레박줄에 딸려오는 밤중의 우물물이 되었네

 

이 늘어진 주검을 잡아 끌면

주검은 새벽의 성기처럼 단단해질 태세네

주검이 생에게 저렇게 순순히 끌려다닐 수 있다니

쓰면 쓰고 달면 달다

한 치수가 크네 작네 입은 토달지 않고

눈은 멀고 귀는 닫혔는데

옷고름 하나 풀 수 없는

오그라진 손, 뒤틀린 팔을 꽁꽁 싸매네

 

아침에 떠놓은 뭇국은 식고

머위 잎은 말라가는데

나무상자 안으로 가서 당신은 묶인 몸을 눕히시네

 

촛농은 고름처럼 흘러내리고

향불은 척추를 잃고 무너져 내리는데

옥잠화가 시든 연보라색 길쪽으로

당신은 돌아 눕고

사람들은 허공에 눈을 맞추네

눈물이 발등으로 떨어지지 말라고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룡의 횡설수설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hwanglong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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