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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촌의 사랑방이야기
등촌 이계선목사(6285959@hanmail.net). 광야신인문학상 단편소설로 등단. 은퇴후 뉴욕 Far Rockaway에서 ‘돌섬통신’을 쓰며 소일. 저서 ‘멀고먼 알라바마’외 다수. ‘등촌의 사랑방이야기’는 고담준론(高談浚論)이 아닙니다. 칠십 노인이 된 등촌이 젊은이들에게 들려주는 로변잡담(爐邊雜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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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와 부활절

글쓴이 : 이계선 날짜 : 2014-05-03 (토) 23:03:32


 


 

부활절날 교회가는 마음이 무거웠다. 세월호 때문이다. 200명이나 희생됐다. 100명은 아직도 가라앉은 배안에 갇혀 있다. 생각하면 끔찍스럽다. 조국은 전국이 초상집인데 교회에 나가 ‘예수 부활했으니 할렐루야!’ 를 외칠 기분이 아니다. 이럴 때는 빨리 끝내는 게 상책이다.


 

“기분도 그런데 간단하게 부활절예배를 끝내줬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교회당 안으로 들어가던 아내가 놀란다.


 

“여보, 저 앞에 적혀있는 찬송가 목록을 봐요. 7장이나 돼요”


 

내가 나가는 미국교회는 강단좌우편에 찬송가목록을 걸어놓는다. 주보가 있지만 청교도시절부터 내려오는 전통이다. 보통 4장인데 오늘은 7장이다.


 

‘4장 갖고 한 시간 반 예배인데, 맙소사! 오늘은 7장 이라구나’


 

이 교회는 파이프오르간 반주자가 웅장하고도 지리멸렬(?)하게 간주를 넣어 한절이 더 긴 셈이다. 찬송가 4장 때도 끼워 부르는 송영이 많아서 평균11장을 부른다. 오늘은 무려 20장이다.

부활절주일이라 세례식과 성찬식까지 있다. 아내가 속삭였다.


 

“미니멈 2시간반 이상 걸려야 할 것 같아요. 오늘은 일요일의 순교자(Sunday martyr)가 될 각오를 해야 겠네요”


 

미국교인들은 예배가 길면 교인들을 일요일의 순교자라고 불러준다. 한국교회는 런닝타임이 한 시간이다. 5분만 길어도 비비꼬고 야단이다. 내가 나가는 미국교회는 기본이 한 시간 반이다. 그런데 오늘은 2시간 반을 견뎌야 할 것 같다.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하는 영어예배라서 여간 지루한게 아니다.


 

“바빌론 포로가 아니라 교회포로가 되어 2시간 반 동안 고문당하는 셈 칩시다”


 


 

 

www.en.wikipedia.org


 


 

미국교회는 융통성이 없다. 특별 순서가 많은 부활절날은 평소 순서를 줄여야 한다. 그런데 십계명처럼 한가지도 생략하는 법이 없다. 세례식 성찬식도 시간을 잡아 먹는다. 순서마다 전체 교인들이 함께 참여하도록 돼있어 이래저래 길어진다.


 

그런데 놀랍다. 불평하는 이가 없다. 웬일일까? 알고보니 순서를 즐기는 것이다. 다다익선(多多益善)으로 시간이 길수록 내용이 많을수록 좋아하는 것이다. 이참에 우리부부도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100년전 럿셀미망인의 특별헌금으로 지은 이 교회는 뉴욕기념문화재다. 뛰어난 건축미에 음향효과가 카네기홀급이다. 평소 100명 정도가 참석하는데 오늘은 300명 넘게 나왔다. 미국교회는 절기에는 3배로 나온다. 한국교회는 성탄절이나 부활절이라고 더 모이지 않는다. 주일예배 수준이다. 성수주일 십일조를 안 하는데 부활절날 가봐야 소용있나?


 

미국교인들은 그렇지 않다. 교회를 꼬박꼬박 나가지 않아도 집에서 기도하고 성경을 읽으면서 신앙생활을 한다. 그러다 절기가 오면 부모님 회갑잔치에 참석하듯 교회를 찾는 것이다. 그래서 부활절이나 성탄절은 대축제가 된다.


 

전 교인이 일어나 부활절 찬송을 부를때는 모두가 맨해튼 오페라무대에 선 기분이 든다. 음악실력들이 대단하다. 90%가 흑인이지만 지성인들이라 화음을 넣어 찬양한다. 오늘따라 은퇴한 오페라 소프라노가수 스톤의 특송과 스튜아트의 파이프오르간 연주가 감동적이다.


 

미국찬송 "There is a balm in Gilead"는 언제나 나를 울린다. “길리아드에는 상처를 치유하는 유향이 있는데/ 너는 왜 찾아가지 않고 고집만 부리는가?”


 

그러나 이날 우리 부부를 크게 울린 건 흑인소녀의 퍼포먼스였다. 설교가 끝나자 강단위에서 6살짜리 흑인소녀가 가녀린 몸으로 춤을 추면서 내려왔다. 천둥처럼 들려오는 락뮤직 “Break Every Chain". 순간 나는 가슴이 터지고 터진 가슴사이로 눈물이 새어나왔다.


 

그러자 교회당 뒷좌석에서 세명의 흑인 아가씨가 춤을 추면서 어린 소녀를 맞으러 걸어왔다. 세명의 아가씨가 어린 소녀를 포옹하자 가슴이 아파 견딜수 없었다. 아내에게 주책없어 보일까봐 살며시 봤더니. 맙소서! 아내도 울고 있었다.


 

“Break Every Chain"


 

나를 얽어매어 꽁꽁 묶어맨 사슬들이 눈물에 녹아 모두 풀어져 내버리는 기분이었다.


 

2시간 반이 끝나는 시간에 다 같이 일어나 헨델의 할렐루야를 합창했다.


 

“할렐루야 할렐루야 할렐루야 할렐루야/ 전능의 왕이 살아나셨다”


 

덤으로 밴드삼인조가 연주하는 “When the Saints Go Marching In"


 

어디서 많이 들어본 댄싱 곡.


 

"그 다음엔 팬 여러분/ 멋들어진 아저씨들 / 신나는 장단 맞춰주면/ 나는 기뻐 춤춰요“

모두가 일어나 몸을 흔들면서 손벽춤을 추기 시작했다. 아내는 여고시절 부른 노래라고 반가워했다.


 

“여고시절 극장식당에서 밴드에 맞춰 춤춰본 노래예요”


 

미국교회는 이렇게 부활절예배를 드리는구나,


 

금년 부활절예배는 사건이었다. 세월호 아픔이 말끔히 씻겨진 기분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면서 아내와 이야기를 나눴다.


 

“6살짜리 흑인 소녀의 퍼포먼스에 왜 그렇게 울었을까? 이제 생각하니 그 소녀가 세월호로 죽은 단원고 학생들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3인의 흑인여대생은 위로 하시는 성부 성자 성신 삼위일체 하나님으로 보이고.”


 

세월호사건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삼풍백화점 시절에도 있었고 앞으로 또 일어날 것이다. 어른들의 잘못 만도 아니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선진국이 될 때까지는 어쩔수 없이 치러야 하는 희생과정일 뿐이다.


 

선진국은 출항하기 전에 철저한 검사 철저한 교육을 하기에 사고가 나도 구조된다. 우리나라는 설마하는 한탕주의 때문에 우선 배 먼저 띄워 놓고 본다. 그대신 사고가나면 대형사고요, 고양이 쥐 잡듯 책임소재를 밝힌다. 미연방지는 꼴찌이지만 사고수습만은 일류인 것이다.


 

“조국의 이름으로 세월호에 죽어간 300영령들의 명복을 빕니다.”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4-12-02 10:53:07 뉴스로.com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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