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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촌의 사랑방이야기
등촌 이계선목사(6285959@hanmail.net). 광야신인문학상 단편소설로 등단. 은퇴후 뉴욕 Far Rockaway에서 ‘돌섬통신’을 쓰며 소일. 저서 ‘멀고먼 알라바마’외 다수. ‘등촌의 사랑방이야기’는 고담준론(高談浚論)이 아닙니다. 칠십 노인이 된 등촌이 젊은이들에게 들려주는 로변잡담(爐邊雜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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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키구장에서 춤춘 뉴욕!뉴욕!

글쓴이 : 이계선 날짜 : 2014-07-12 (토) 09:42:51

 

“큰딸 진명이 전화로구나. 얘야, 소파에 누워서 고화질 TV화면으로 보면 편한데 고생하면서 브롱스 양키구장까지 갈게 뭐냐?”

 

“아빠, 이건 야구 좋아하는 장인을 위하여 제 남편 마이클이 80불씩 주고 4장이나 산거예요.”

 

그렇다면 가야지. 6월 27일 오후. 룰을 몰라 망설이는 둘째딸 은범이와 함께 길을 나섰다. 전철안에서 그림을 그려가면서 야구보는 법을 가르쳐 주니 신기해했다. 양키구장으로 가는 전철은 양키팬으로 만원이다. 6.25때의 피난민(避難民) 기차를 연상케 했다.

 

스포츠는 전쟁이다. 선수들은 죽기살기로 경기한다. 홍명보의 월드컵 팀이 러시아에 선제골을 넣자 한국선수들은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군들처럼 환호했다. 알제리에게 4:2로 참패했을 때는 포로수용소로 끌려가는 패잔병(敗殘兵)들처럼 기가 죽었다.

 

5년전 새로 지은 양키구장은 외곽이 고전적이다. 로마의 경기장 콜로세움을 연상케한다. 안에 들어가 보니 카네기홀에 들어온 기분이다. 이조백자를 부풀려 놓은 모양새다. 음향시설이 완벽하여 관중들의 함성이 거대한 합창(合唱)으로 들려온다.

 

이전 양키구장은 5만8천석인데 4만2천석. 비슷한 해에 새로 지은 퀸즈의 메츠구장 시티필드보다도 작다. 공사비는 메츠의 2배가 넘는 20억 달러. 시설이 호텔급인 세계최고의 호화구장이다. 고급화시켜 수입을 올려놓는 양키스작전이 엿보인다.

 

A급 B급 C급 D급 좌석. 맨 꼭대기 D급에 앉아서 봐도 운동장에서 뛰는 선수들이 눈앞에서 경기하는 것처럼 가까이 보인다. 우리는 B급 앞자리였다. 경기하는 모습이 손금을 들여다보듯 환히 보였다. VIP석인 A급 좌석은 아니지만 2층이라 적당히 높아서 눈이 피곤하지 않아서 좋았다. 군것질을 들면서 관전을 즐겼다. 콜로세움 경기장에 앉아 닭다리를 뜯으면서 검투사들의 경기를 즐기는 네로황제가 된 기분이다.

 

 

 

 

 

“홈런왕 오티스가 이끄는 보스톤의 털보군단이 드디어 1회초 공격을 시작 했군요.”

 

드디어 경기시작. 우리는 양키스 승리를 기대않기로 했다. 새로 지은 양키구장 구경이 목적이니까. 오늘밤 양키스와 붙은 레드삭스는 지난해 월드시리즈 챔피언이다. 전력이 그대로다. 양키스는 정반대다. 방출(放出)한 카노 휴즈 가브리엘 노바는 이적 팀에서 펄펄 난다. 대신 남아있는 선수들은 맥을 못 춘다. 3할 넘게 치는 선수가 하나도 없다. 붙박이 에이스 사바티아는 몇달째 부상자다. 일본투수 다나카 구로다가 분전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오늘밤 양키즈 선발투수는 1승 5패의 누노. 보스톤은 제2에이스 워크맨.

 

2회 말에 양키스가 1점을 냈다. 레드삭스가 곧 따라붙겠지. 그런데 4회 말에 양키스가 다시 3점을 보탰다. 9번타자 존스의 투런홈런에 이어 1번 가드너가 랑데부홈런을 날린 것이다. 스코어 4:0. 이변은 5회 말에도 이어졌다. 뚝심의 포수 맥킨이 워크맨의 강속구를 받아쳐 투런 홈런을 날렸다. 6:0으로 양키즈리드. 놀랍게도 홈런 3방이 모두 하위타선에서 나온 것이었다.

 

더욱 놀라운 건 촌놈 누노의 호투였다. 5회까지 레드삭스의 강타선을 단 2안타로 꽁꽁 묶어놓았기 때문이다. 6회말에 안타를 허용하자 마운드로 뛰어나온 지라드감독이 등을 두드려준다. 수고했어 누노. 투수교체를 한 누노가 양키스 덕아웃으로 걸어나가자 관중들은 기립박수(起立拍手)로 축하해준다. 미운오리새끼가 백조로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파이널스코어 6:0, 안타도 9:3이니 양키스의 완승이었다.

 

1회에서 9회 말까지가 금방이다. 화장실에 한번 다녀 오는것까지 아까울 정도로 재미있기 때문이다. 관중들은 여자와 남자, 어린이와 노인이 반반씩 섞여있다. 남녀노소가 모두 즐거워한다. 승부 말고도 양키스야구는 최고의 그라운드예술이기 때문이다. 모자이크무늬가 그려진 잔디그라운드는 무대처럼 아름답다. 180도로 급회전 점프하면서 1루로 공을 던져 주자를 아웃시키는 중견수 지더. 우익수 이치로의 멋진 다이빙케치. 9명 모두가 묘기백출(妙技百出)을 자랑하는 파란잔디위의 발레리나들이다.

 

즐거움의 압권은 경기 사이사이에 등장하는 엔터테인먼트. 게임을 시작 하기전 미국국가가 울려 퍼지면 펄럭이는 성조기를 향하여 모두 일어난다.

 

O say, can you see, by the dawn’s early light,

What so proudly we hailed at the twilight’s last gleaming....

 

따라 부르는데 오버랩 되어 들려오는 애국가.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나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7회전은 럭키세븐. 7회초 보스턴 공격이 시작되기 전 7인 보컬 ‘보엠’이 부르는 ‘YMCA’가 울려 퍼진다. 열명의 인부들이 뛰어나와 5개의 거적대기를 끌고 다니면서 흙바닥 고르기를 한다. 타자들이 달리느라 흙바닥이 거칠어졌기 때문이다. 단순한 인부들이 아니다. 리듬에 맞춰 거적대기를 끌고 다닌다. “와임씨에이 와이엠씨에이” 코러스가 터져 나오면 펄쩍 뛰어오르면서 공중돌기를 한다. 우스꽝스런 몸짓과 표정이 브로드웨이 뮤지컬수준이다.

 

보스톤의 7회초 공격이 끝나자 ‘God Bless America’가 울려퍼졌다. 보스턴이 6:0으로 지고 있어서 ‘God Bless NewYork’으로 들린다.

 

7회전이 끝나면 ‘7이닝 스트레치’라는게 있다. 관전하기 지루하니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라는 시간이다. ‘Take me out to the ball game’ 노래를 들으며 관중들은 화장실로 달려간다. 판매원들은 관중사이를 비집고 돌아다닌다. 솜사탕을 머리에 이고 다니는 바보남자. 삼지창처럼 가지많은 막대기에 팝콘을 주렁주렁 매달고 다니는 비쩍마른 할아버지. 먹거리를 파는 장사치들도 일류배우들이다. 파는 이도 사는 이도 즐겁다.

 

이날의 하일라이트는 9회말이다. 9회초 보스턴의 공격이 끝나자 프랭크 시내트라의 ‘뉴욕뉴욕’이 울려 퍼졌다. 그러자 모두 일어나 손에 손을 잡고 ‘뉴욕뉴욕’을 합창하면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홈경기에서 9회초 상대공격이 끝나고 양키스가 리드하면 9회말 공격이 필요 없게 된다. 대신 모두 일어나 프랭크 시내트라의 ‘뉴욕뉴욕’을 부르면서 춤을 추는 것이다. 양키즈가 6:0으로 이겼다. 그래서 관중들은 ‘뉴욕! 뉴욕!’을 부르면서 춤을 추는 것이다.

 

“아빠, 이 맛에 뉴욕커들이 양키구장을 찾는 모양이에요.”

 

등번호 19가 쓰여진 다나카 T셔츠를 입은 딸 은범이가 신나게 춤을 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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