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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촌의 사랑방이야기
등촌 이계선목사(6285959@hanmail.net). 광야신인문학상 단편소설로 등단. 은퇴후 뉴욕 Far Rockaway에서 ‘돌섬통신’을 쓰며 소일. 저서 ‘멀고먼 알라바마’외 다수. ‘등촌의 사랑방이야기’는 고담준론(高談浚論)이 아닙니다. 칠십 노인이 된 등촌이 젊은이들에게 들려주는 로변잡담(爐邊雜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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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섬에 이런 교회가 있다니!

글쓴이 : 이계선 날짜 : 2011-09-07 (수) 10:41:48

아름드리나무들이 교회를 에워싸고 있었다. 숲속에 웅크리고 있는 교회 모습이 특이했다. 고딕으로 올라가다가 뾰족탑을 생략해 버린 건축미였다. 나무도 교회건물도 100년은 넘어 보였다.

숲속에 숨어있는 로빈후드의 산채(山寨)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화로 읽은 로빈후드의 산채를 찾아가는 어린이처럼 기분이 들떠버렸다. 타임머신을 타고 100년 전으로 돌아가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이교회에는 의적 로빈후드처럼 날씬하고 잘생긴 백인목사님이 설교하고 있겠지?”

우리 부부는 흥분하면서 교회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강단에서 설교하는 목사는 로빈후드가 아니었다. 흑인뚱보 리틀존이었다. 로빈후드의 오른팔 리틀 존. 걷기도 힘든 뚱보지만 칼만 잡았다하면 전광석화처럼 전장을 누비는 항우 같은 괴력의 사나이. 뚱보목사님의 이름은 벤자민 패터슨이었다.

그런데 로빈후드가 없는 건 아니다. 로빈후드처럼 날씬한 백인이 파이프오르간을 치고 있었다. 음악목사 스튜어트 라흐였다.

교회 안이 아름다웠다. 150명 정도 모였지만 500석 교회였다. 그림이 있는 스테인리스글라스에는 고색(古色)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천정이 3층높이, 강단부분은 4층높이였다. 전면 벽에는 오래된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돼있었다. 에어컨대신 선풍기가 돌아가고 있었다. 돌섬교회에서, 아니 미국 와서 처음 구경하는 선풍기교회였다. 얼마나 돈이 없기에 선풍기일까?

하기는 이렇게 넓고 높은 건물 안에 에어컨을 설치한다면 전기요금이 엄청날 것이다. 그런데 신기하게 덮지 않았다. 실내가 넓고 높은데다가 교회를 둘러싸고 있는 아름드리 나무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워낙 시원하기 때문이었다.

예배도 시원했다. 사도신경과 주기도문도 있었다. 찬송을 4장씩이나 부르는데 천정이 하도 높아 찬송소리가 하늘보좌에 까지 올라가는 기분이었다. 나 같은 음치도 소리만 지르면 멋진 테너음이 나올 정도로 울림이 아주 좋았다. 북을 두드려대는 보컬부대도 없었다. 한 두명이 부르는 특송은 수준급의 클래식이었다. 대부분 흑인들인데 경건하고 우아했다.

음향시설이 나빠서 목사님의 영어설교가 제대로 들려오지 않았지만 괜찮았다. 앞전 교회에서는 한 시간 반을 견뎌냈는데 30분 설교를 못 참으랴! 런닝타임 한시간 30분.

축도가 끝나고 목사와 예배위원들이 모두 뒤로 물러가자 강단아래에는 파이프오르간만 남았다. 이때 로빈후드가 나타나 파이프오르간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음악목사 스튜어트 라흐가 연주한 곡목은 세바스챤 바하의 “Allegro". 100년 묵은 예배당 안에 울려 퍼지는 바하의 칸타타 연주는 수백명 성가대가 부르는 송영(頌榮)보다도 장중하고 신비했다.

“다른 것 그만두고 파이프오르간으로 연주하는 바하의 칸타타 한곡만 들어도 이 교회에 온 보람이 차고 넘쳐요”

아내가 속삭였다. 예배를 끝내고 나가면서 우리는 교회주변을 찬찬히 살펴봤다.

First Presbyterian Russel Sage Memorial Church of Far Rockaway.

옛날 화라커웨이는 어부들이 사는 돌섬이었다. 어촌과 농장과 숲이 우거진 벌판이 전부였다. 돌섬 동쪽의 Five Town이 중심이 되어 다운타운이 형성되고 그 중심에 First Presbyterian Church of Far Rockaway 교회를 세웠다. 그게 1887년.

교회가 번창하자 뉴욕의 정치인 Russell의 미망인이 거금을 내어 지금의 새 성전을 지었다(1908-1910). 덕분에 교회이름에 Russell이름이 더 붙여졌다. 최고의 설계사 Adam Cram이 New Gothic 스타일로 설계했다. 그래서 뾰족탑이 없다.

유명한 디자이너업체 Tiffany Glass Studio가 설계한 스테인리스글라스도 이 교회의 자랑이다. 그러나 이교회 최고의 자랑은 3에이커나 되는 정원이다. Olmsted Brother가 설계했기 때문이다. 옴스테드 형제는 맨해튼의 Central Park와 부르크린의 Prospect Park를 설계한 전설적인 조경건축설계사 Prederick Olmsted의 아들들이었다.

럿셀교회는 지금 미국 국가지정 문화재 기념건축물이다. 교회로 들어서면 정원에서부터 미국의 역사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기분이다. 청교도역사가 조금은 남아 있는 미국 교회를 만나는 느낌인 것이다. 맨해튼 리버사이드처치에서는 맛 볼수 없는 미국교회의 고전 같은 것을 말이다.

우리 부부가 아파트 앞에 있는 Tabernacle 교회를 떠나게 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설교만 시작하면 아내가 졸기 때문이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영어설교라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한국어라도 매주 한 시간 반 동안씩 설교한다면 졸지 않고는 배겨나기 힘들 것이다.

예배시간이 무려 세 시간인데도 일년 내내 찬송가는 물론 사도신경이나 주기도문을 구경 할수 없었다. 예배 분위기도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샤만을 연상케 하는 부분이 많았다. 이 모든 것들이 우리 부부를 졸리게 했다. 설교시간이면 비몽사몽을 헤 매던 아내가 드디어 두 손을 들었다.

“여보, 파리독버섯 먹은 병아리처럼 꾸벅꾸벅 졸고 있는 모습을 미국교인들에게 보이는 것도 어느 정도예요. 예배시간이 좀 짧은 미국교회를 찾아보자구요”

그러나 다른 교회도 마찬가지였다. 돌섬에는 흑인들 취향에 맞는 오순절계통 교회가 판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침례교회가 있어 찾아가 봤지만 한수를 더 떴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낭보(朗報)를 갖고 왔다.

“돌섬의 구시가지인 다운타운 뒤에서 오래된 교회를 발견했어요. 교회 정원에 서있는 아름드리나무가 100살도 더 돼 보이니 100년 이상 된 교회가 틀림없어요. 역사가 있는 교회라서 미국교회의 아름다운 전통을 고수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주일이 되자 우리는 신대륙을 찾아가는 청교도(淸敎徒)들처럼 그 교회를 찾아 나섰다. 그렇게 해서 자동차로 10분, 걸어서 40분 거리에 있는 럿셀기념교회로 가게된 것이다. 신기하다. 내가 사는 돌섬에 이런 미국교회가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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