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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촌 이계선목사(6285959@hanmail.net). 광야신인문학상 단편소설로 등단. 은퇴후 뉴욕 Far Rockaway에서 ‘돌섬통신’을 쓰며 소일. 저서 ‘멀고먼 알라바마’외 다수. ‘등촌의 사랑방이야기’는 고담준론(高談浚論)이 아닙니다. 칠십 노인이 된 등촌이 젊은이들에게 들려주는 로변잡담(爐邊雜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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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이 됐으니 봄이 오겠지!

글쓴이 : 이계선 날짜 : 2013-02-11 (월) 12:48:57

 

“형님, 이계송입니다. 어제 1월 1일에 지원용박사님께서 돌아 가셨습니다”

 

‘???.....’

 

가슴이 아파 말문이 막혀버렸습니다. 슬픔을 타고 추억(追憶)이 밀려왔습니다.

 

<片雲 지원용박사.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컨콜디아대학교수. 한국보다는 미국과 유럽에서 더 유명한 세계적인 루터신학자>

 

이런 분을 제가 알고 있습니다. 유학 와서 그분의 제자가 된 건 아닙니다. 유학은 커녕 그분이 한신대 감신대 장신대에서 강의 할때도 청강 한번 들어 본적이 없습니다.

 

엉뚱하게도 내고향 글갱이에서 인연이 됐습니다. 시골중학교를 나온후 농사꾼이 된 나는 술과 울분으로 막판을 살고 있었습니다. 교회 다니시는 어머니의 심부름으로 쌀 한말을 메고 동내교회 목사님을 찾아갔습니다. 목사님은 아주 가난했습니다. 쌀을 받은 목사님은 이런 얘길 들려줬습니다.

 

“해방이 되자 이북에서 형제가 월남(越南)했다네. 3.8선을 넘으면서 형은 매일 새벽기도를 했지 ‘나에게 배울수 있는 길을 열어주시면 이몸을 주님께 바치겠습니다’ 악전고투 속에서도 하나님께서 기도를 들어주셨어. 한신대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독일로 유학하여 박사가 됐지. 미국선교사 자격으로 한국에 왔는데 그가 한국루터교 설립자 지원용박사야. 동생이 내 친구 지원상목사이고”

 

이야기를 듣고 다음날부터 새벽기도에 나갔습니다. 나의 교회출석은 주일이 아니라 새벽기도부터입니다. 많은 기적을 체험하면서 감신에 입학했습니다. 3년만에 박사님에게 첫 편지를 보낸후 찾아 뵈웠습니다. 그분은 감신대의 학비와 생활비를 대주셨습니다. 내고향 글갱이까지 오셔서 우리집 사랑방에서 이틀을 묵기도 하셨구요. 아들처럼 사랑해주셨습니다. 그때부터 제 마음이 괴로웠습니다.

 

그분을 이용하는 것 같아 몰래 감신을 떠나버렸습니다. 그때 그분은 감신에서 강의를 하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40년후 난 뉴욕으로 왔습니다. 세인트루이스에 계신 그분에게 “멀고먼 알라바마”를 보내드렸습니다. 이런 편지와 함께.

 

“박사님, 이계선을 아십니까? 이틀 동안 묵고가신 글갱이 사랑방을 기억하십니까?”

 

며칠 후 답장이 왔습니다.

 

“독일 여행 다녀와서 이목사의 편지와 책을 받았어요. 알고 말고, 단숨에 읽어버렸지. 내아내도 읽었고 친구에게 빌려주었소. 부록 ‘글갱이 사람들’이란 단편소설도 읽었소. 내고향 평안도 박천을 가보는 듯, 구수하고 아름다운 향토묘사가 좋았소..”

 

뉴욕에서 만난 박사님은 놀라워 하셨습니다.

 

“야! 착하고 여리기만 했던 이계선 신학생이 이렇게 헌헌장부 목사가 되다니? 거기다 소설가까지 됐으니 반갑고 기쁘오.”

 

크리스마스때 300불을 보내드렸더니 되돌아왔습니다.

 

“난 대학교수라서 이목사보다야 훨씬 낫소. 마음만 받으니 그리 아세요. 탱큐”

 

그런 분입니다. 아버지의 마음이지요. 그때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납니다.

 

5년전 한국여행을 다녀온 박사님은 피곤했습니다. 병원에 가봤더니 뇌종양(腦腫瘍)이랍니다. 박사님은 반대했지만 의사들이 하도 권해서 수술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뇌를 뻐개놓고 봤더니 멀쩡했습니다. 서둘러 덮어버렸지만 늦었습니다. 횡설수설 오락가락 하셨습니다. 나중에는 식물인간으로 사셨습니다. 찾아가 뵈오려고 했더니 사모님이 꺼려 하셔습니다

 

“박사님이 완쾌하신 후에 오세요”

 

5년 후에 돌아가셨습니다.

 

편운(片雲) 지원용박사!

 

人生何處來 人生何處去(인생하처래 인생하처거)

人生一片浮雲起 人生一片浮雲滅(인생일편부운기 인생일편부운멸)

 

인생은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한조각 구름처럼 떠올랐다가

한조각 구름처럼 사라져 간다.

 

片雲 지원용박사! 아호 片雲처럼 박사님은 아름다운 한편의 조각구름이 되어 88년동안 세상을 날라 다니셨습니다. 삼팔선을 넘고 태평을 넘어 세계를 날라 다니다가 한조각 구름처럼 사라져 가버렸습니다.

 

그런데 박사님이 가신지 일주일후인 7일에 한동신이 갔습니다. 그리고 27일에는 이흔영님도 갔습니다. 1월이 끝났으니 이제 더 갈분이 없겠지요? 안심이 됩니다.

 



 

고백할게 있습니다. 1월에 함께 갈뻔 하다가 아슬아슬하게 살아난 사람이 있습니다. 저와 해암 박평일의 처 캐롤박 입니다.

 

1월 14일입니다. 새로 구입한 차를 몰고 후러싱을 가는데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케네디 공항을 지나 커브를 도는데 차가 빨리 달린다 싶었습니다. 좌회전을 하는데 오른쪽 벽으로 달려갔습니다. 어허! 거의 부닥치는 순간에 왼쪽으로 꺾어지더니 후진을 합니다. 요동치면서 한 바퀴를 돌고 난후 오른쪽 펜스를 들이받으려고 돌진합니다. 차들이 달려오다가 아슬아슬하게 피해갑니다. 내차는 급발진상태로 사방을 향하여 몸부림칩니다.

 

이게 교통사고로구나. 차도 나도 죽는구나! 나도 모르게 풀과 나무가 있는 언덕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차가 멈췄습니다. 차도 나도 멀쩡했습니다. 죽었다 살아난 기분이었습니다. 하나님이 대리운전을 해준것 같습니다.

 

해암의 처도 그랬답니다. 좁은 산길에서 달려오는 차와 마주쳤답니다. 피할 길이 없어서 눈을 감고 죽을 때를 기다렸답니다. 기다려도 아무일이 없어 눈을 뜨고 보니 살아나 있더랍니다. 모세가 하나님을 만날 때 바위를 가르고 지나간 하나님처럼 상대방차가 자기차를 가르고 지나갔다는 겁니다. 하나님의 기적(奇蹟)이라는 거예요.

 

삶과 죽음은 몇 초 차이입니다. 거리로 따지면 세발자국정도 될까요?

1월이 가버렸습니다. 죽음도 사고도 가버렸습니다. 2월입니다. 입춘이 오면 대길이 오겠지요. 立春大吉하소서!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4-12-02 10:51:03 뉴스로.com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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