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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촌 이계선목사(6285959@hanmail.net). 광야신인문학상 단편소설로 등단. 은퇴후 뉴욕 Far Rockaway에서 ‘돌섬통신’을 쓰며 소일. 저서 ‘멀고먼 알라바마’외 다수. ‘등촌의 사랑방이야기’는 고담준론(高談浚論)이 아닙니다. 칠십 노인이 된 등촌이 젊은이들에게 들려주는 로변잡담(爐邊雜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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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3주년> 우리 부부는 매일 싸운다

글쓴이 : 이계선 날짜 : 2013-06-13 (목) 14:35:28

 

1. 부부싸움만 안하면

 

아내는 채시라보다 예뻐 보인다. 채시라가 뭔가? 나는 당나라 황제 현종이 되고 아내는 양귀비가 되어 무능도원을 즐긴다. 세상에 우리보다 행복한 커플이 있을까? 세상에 우리보다 더 아름다운 원앙이 있을라구?

 

아내가 사랑스러워 어쩔 줄을 모른다. 솔로몬이 그토록 사랑한 슐라미 여인이 내 아내만 할라구? 어림도 없다. 어림도 없구말구.

아내의 서비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희준이 노래한 “우리애인은 올드미스” 보다도 넘버원이다. 그냥 그냥 죽여준다. TV에 잉꼬부부들이 나와서 애정경쟁을 벌리고 있었다.

 

“남편에게 묻겠습니다. 다음에 다시 태어난다 해도 지금 아내와 결혼하겠습니까?”

 

“그럼요 그럼요. 골백번 다시 태어나 천만번 결혼해도 난 일편단심 지금 아내와 결혼 할 겁니다.”

 

“대단한 아내사랑입니다. 그러면 손을 거짓말 탐지기위에 올려놔보십시오. 자 어서.”

 

남자가 손을 올려놓는 순간 빨간 불꽃이 팍! 터져 나오면서 거짓말이 들통나버렸다. 하나같이 그랬다. 그러나 난 아니다. 골천번 다시 태어난다 해도 난 지금 아내 이현자와 결혼할 것이다. 부부싸움만 안하면 아내는 천사(天使)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2. 우리부부는 매일 싸운다.

 

우리 부부는 태생적으로 매일 싸우면서 평생원수로 살도록 돼 있다. 모든게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아내는 하이에나 저리가라는 육식성인데 난 코끼리처럼 채식성이다. 우리는 밥 먹을 때마다 싸운다. 아내는 드라마광(狂)인데 난 스포츠중계를 좋아한다. 우리는 TV를 볼적마다 싸운다. 아내는 바늘구멍도 살피는데 난 설렁설렁 대충대충이다. 우리는 쇼핑 할적 마다 싸운다.

 

아내는 싸움기술이 탁월하다. 시작하자마자 악마로 변한다. 아내는 부부싸움을 했다하면 용감무쌍 임전무퇴(臨戰無退)다. 잘잘못을 가려도 소용없다. 휴전을 청하면 더 노발대발(怒發大發)이다. 이길 방법이 없다.

 

난 삶의 끝을 체험한다. 우주의 종말이 이런 거라구나. 결국 석고대죄를 청한다. 일본천황처럼 무조건 항복도 해본다. 병자호란을 만난 인조가 남한산성을 나와 청태종에게 항복하듯 항복한다. 그래도 아내는 들어주지 않는다. 유리잔이 깨질듯 깨질듯 하다가 마지막에 겨우 구원받는다. 난 부부싸움을 끝낼 적마다 후회한다. 단 한 번도 이겨 본적이 없으면서 왜? 부부싸움을 하는지!

 


www.ko.wikipedia.org

 

3. 부부싸움 안하는 부부는 얼마나 행복할까?

 

패전지장이 된 남편은 초등학교여자동창 송담(松潭)에게 전화를 건다. 시카고에 사는 송담은 교회권사인데 한때 혼담이 오가던 사이였다. 그게 초등학교 학예회 때였지만.

 

“송담, 나 등촌이야. 송담도 부부싸움 하면 남편에게 소리 지르면서 싸우나?”

 

“우리부부는 생전 부부싸움 해본적이 없어. 그러니 소리 지를 기회도 없지. 장로권사부부로 워낙 사이좋게 살았으니까.”

 

충격을 받았다. 생전 부부싸움 안하고 산 송담부부는 얼마나 행복할까? 부러웠다. 아내에게 송담얘길 했다.

 

“송담부부는 장로권사부부인데 평생을 부부싸움 한번도 안하고 살았다네. 우리는 목사부부이지 않소. 우리도 부부싸움 하지 맙시다. 우선 말부터 바꿉시다. 최수종 하희라부부는 자녀들에게도 존댓말을 쓴다고 합디다. 우리도 존댓말부터 씁시다.”

 

“천하에 부부싸움 좋아하는 여자가 어디 있어요? 당신이 나에게 존댓말을 써준다니 좋아요. 날 후궁 대하듯 반말하던 당신이 날 중전마마로 모실 모양이군요.”

 

우리부부는 말도 거룩하게 행동도 거룩하게 했다. 화가 나도 참았고 속상한일이 생겨도 꾹꾹 눌렀다. 참으면 참을수록 속상한일이 더 많이 생겨나는 것 같았다. 답답하고 힘들었다. 속에서 뭐가 부글거렸다. 시들해지고 견딜수 없었다. 며칠을 못가 참다 지친 아내가 소리쳤다.

 

“못 참겠어요. 머슴이 양반노릇 하는 것처럼 답답해서 못살겠어요. 사람이 화날 땐 싸우고 답답할 때 소리쳐야 해요. 이렇게 참고 견디면서 억지천사노릇 하다가는 암에 걸리고 울화병 우울증에 걸려 제명에 못 죽고 일찍 가겠어요. 우리 다시 싸워요.”

 

아내의 선전포고(宣戰布告)에 나 역시 대찬성이다.

 

“맞아 싸우기도 해봐야 사랑이 달콤하지. 싸울때는 싸우고 사랑할때는 사랑합시다.”

 

4. 싸울 줄 알아야 사랑할 줄도 안다

 

난 송담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송담, 우리부부는 평화협정을 깨고 다시 부부싸움을 하기로 했어. 억지로 참고 부부싸움을 안하면서 지내다 보니 속에서 화가 뭉쳐 금방 암이라도 걸릴 것 같더군. 사랑도 싸움도 자연스러운 게 행복한것 같아.”

 

“맞아. 부부싸움하면서 사랑하는 등촌부부가 제일 행복한 거야. 우리부부는 생전 부부싸움한번 못해보고 살아있지만 남편이 겨우 60넘기고 일찍 암으로 가버렸어. 이제 생각해 보니 적당한 부부싸움은 건강에 좋은것 같아. 부부싸움 안하고 일찍 가는 것 보다 싸움하면서 오래 사는게 더 행복하겠지.”

 

요즘 우리부부는 부부싸움을 안한다. 늙고 병들어서가 아니다. 45년간 부부싸움을 하면서 내가 맹수조련법을 터득했기 때문이다. 착한 동물들은 때리면서 훈련시킨다.

 

사자 호랑이 곰 같은 맹수들은 먹이를 주면서 조련시켜야 한다. 그러면 양처럼 순해진다. 길들인 사자를 강아지처럼 끌고 다니는 미녀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비위만 맞춰주면 아내는 어린양이 된다. 그렇게 착할 수가 없다.

 

부부싸움하고 나면 나는 가슴이 찢어진다. 뻔히 질 텐데 왜 싸웠나? 가녀린 여자와 싸워 이겨서 어쩌자는 것인가? 무조건 져 줘라. 무조건 양보하라.

 

나에게 시집와서 70 노파로 늙어버린 아내를 보면 가슴이 아프다. 나에게 시집오지만 않았어도 이렇게 늙지는 안 했을 텐데.

 

“남편들아 아내 사랑하기를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시고 위하여 자신을 주심같이 하라”(엡5:25)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4-12-02 10:53:07 뉴스로.com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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