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3일, 뉴욕 타임스를 읽다가 일단 놀랬다. ‘대장금’의 주인공 이영애가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나온 비빔밥 광고가 전면에 실려 있었기 때문이다.
“와! 우리 음식이 뉴욕타임스 전면광고로 실릴 만큼 세계화 되었구나 “
낯선 이국을 방문하고 있는 처지라 그랬는지 모르지만, 뭔가 뭉클한 자랑스러움이 가슴속을 뿌듯하게 채우는 느낌이었다. 순간 ‘그런데 왜 많은 음식중에 하필 비빔밥이지?’ 하는 의아심이 생기면서, 지난해 11월 26일 박근혜 대통령 후보의 단독TV토론 장면이 교차되었다.

당시 박근혜 후보는 가장 자신있는 요리로 ‘비빔밥’을 꼽은 뒤, “각기 다른 재료들이 섞여서 완전히 다른 음식이 되는 비빔밥처럼, 우리도 각자 다 개성이 다르고 지역의 특성도 다르지만 다같이 융합(融合)해 하나가 될 때 시너지 효과가 나고 새로운 발전과 도약을 하게 될 것”이란 설명을 덧붙인 적이 있었다.
“에이 설마 그래서 뉴욕타임즈에 비빔밥 광고를 한 것은 아니겠지?”
혼자 웃음을 지으며 광고를 찬찬히 훑어보다가 나는 두번째 놀랬다.
광고에는 비빔밥이 어느 나라 요리라는 설명이 없었다. 물론 한국의 전통음식이란 추가 설명도 없었다. 이영애가 한복을 입고 있고, 아주 작은 글씨로 대장금이 16세기 한국 여인이란 언급이 있지만, 미국인이 비빔밥이 한국의 전통음식이란 걸 유추할 수 있는 광고는 아니었다. 뉴욕 타임스에 비빔밥을 광고한 취지가 ‘한국 음식의 홍보’라는 걸 감안한다면, 한국의 전통 음식이란 느낌을 강조하지 않은 것은 좀 의아한 일이었다.
“어 이거 좀 이상하네?”
살짝 호기심에 사로잡힌 광고문안을 꼼꼼히 들여다보다가 순간 거의 경악(驚愕)에 사로잡혔다. 비빔밥의 재료를 설명하면서 “구운 노리( toasted nori)”란 단어가 등장하고 있었다.
“이럴 수가? 노리는 ‘김’이라는 뜻의 일본어인데?”

뉴욕 타임스에 한국 음식을 소개하는 광고에 “구운 김”이란 좋은 말을 버리고, 왜 “노리”란 일본어를 사용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우리나라 김이 일본이나 중국산 김보다 훨씬 우수하고 맛있다는 것도 모르고 이런 광고를 낸 것일까? 미국 사람들이 김을 “노리”라고 많이 알고 있기에 그렇게 했다고 한다면, 비빔밥은 왜 설명 없이 “bibimbap”이라고 썼던 것일까? 김을 의미하는 영어단어 Laver를 함께 병용해서 “Gim(means by laver) 라고 표기하면 충분히 의사전달이 가능한데 굳이 일본어인 “nori”란 표현을 쓴 것은 무슨 의도일까?
순간적으로 이런 저런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머릿속을 채웠고, 누군가의 무관심과 경솔함으로 대충 처리하다보니 저런 짓을 저질렀을거라 생각해 보니 은근히 부아가 치밀었다.
관련 자료를 찾아 보니 비빔밥 광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2009년도에도 뉴욕타임스에 비빔밥 전면광고를 게재했었는데, 그때도 오류(誤謬)가 많이 있었던 점이 지적되고 있었다. 당시 미주중앙일보는 광고에 실린 식당 이름이 정확하지 않으며, 유명식당들의 이름이 대거 빠져 있던 점, 비빔밥을 설명하는 카피의 영문구도 어색하고, 한인타운의 영문표기도 ‘코리아(Korea) 타운’이 아니라 ‘코리안(Korean) 타운’으로 잘못 표기돼 있다는 점을 기사로 다루기까지 했었다.
* 2009 12. 22 뉴욕 중앙일보 < NYT ‘비빔밥’ 광고 오류 투성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960990
물론 이번 광고에 재능을 기부해준 이영애 씨, 광고를 후원한 치킨마루, 광고가 나갈 때까지 애썼던 서경덕 교수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의 애국심은 감동적인 자기희생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거액을 들여 뉴욕타임즈에 전면광고를 게재할때는 단순한 일회성 홍보를 넘어 정교(精巧)하고 치밀한 검증 절차를 거쳐야 했지 않았을까?
이번 광고를 기획한 사람들의 인터뷰 기사를 보니 뉴욕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비빔밥 광고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말 김을 버리고 일본어 ‘노리’로 표기하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는 더 이상 지속되어선 안 된다. 비록 고생하셨던 모든 분들에게 죄송하지만, 그 분들의 더 큰 영광을 위해 나는 무거운 마음으로 그들에게 돌팔매를 던진다. 이런 말을 기억하라.
“악마는 세밀함에 숨어있다.”
마치, 달을 보라고 가르키는데 정작 달은 보이지도 않고(보려 하지도 않고) 손가락에 낀 가락지와 손톱에 칠해진 메니큐어에만 온통 눈을 빼앗긴 모습이었다고 하면 비유가 될지 모르겠네요. 고 비용을 들여서 하는 전면광고이니 만큼 감 좀 더 신중하게 감수를 받아서 세세한 부분에도 신경을 썼다라면 좋았을텐데 말이죠.
'비빕밥' 이라는 음식에 대한 홍보와 더불어서 한복을 통한 전통적인 한국의 미 까지 종합적으로 알릴 수 있었을 좋은 기회였는데 일본어 표기인 '노리'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도 황당했고 인위적인 비빔밥의 구성도 현실적이지 않은 부분이라 좀 아쉽더군요. 앞으로라도 작은것을 소홀히 넘기지 않고 세심하게 신경을 써서 1석 3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를 바랄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