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nyonyi lake는 우간다의 서남쪽에 있는 호수다.
길이25km, 폭 7km에 29개의 작은 섬들이 자리 잡고 있다.
드물게 원초(原初)의 환경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빅토리아 호수는 수질 오염이 심각하지만
부뇨니 호수는 여전히 청정 수질을 유지하고 있다.
유일하게 민물 가제가 잡힌다.
깊고 맑은 물과 함께 아름다운 풍광이 여행자의 발길을 잡는다.
아무 생각없이 물멍하기 딱 좋은 힐링 스폿이다.
확실한 휴식을 원하는 지친 여행자에게는 낙원이다.
그러나 좋은 점만 있는게 아니다.
불편한 점이 더 많다.
전기는 밤에만 제한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화장실도 불편하다.
온수도 나오지 않는다.
인터넷 사정도 열악하다.
가는 길이 멀고도 험하다.
우간다의 수도인 캄팔라에서 420km나 떨어져있다.
카벨레 까지는 포장 도로지만
카벨레에서 부뇨니 선착장까지는 비포장 산길을 넘어야한다.
다시 보트를 타고 숙소가 있는 섬으로 가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뇨니에서 나흘을 보냈다.
내 아프리카 여행지 중에서 최고의 장소였다.
나만의 안식처였다.
손님이라곤 나 하나 밖에 없었으니 나만의 쉼터가 맞다.ㅎ
따라하기 여행이 아니라 나만의 여행을 원하는 사람에 강추하고 싶다.
(물론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내 경우는 예약한 뱅기표를 2주 후로 변경하며 추가 수수료를 냈다.
기회 비용이라고 생각하고 감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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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 왔으니 카누 정도는 타줘야징~>
- 부뇨니 호수의 섬을 떠나 국경 도시 카발레로 오는 여정
섬에 들어갈 때는 모터 보트를 탔다. 빠르고 편하긴한데 운치가 없다.
나올 땐 일부러 카누를 불렀다.
카누하면 레프팅이나 조정 경기가 떠오른다.
첨단 소재로 만든 날렵하고 빠른 레저 스포츠용 카누다.
아프리카 카누는 전혀 다르다.
큰 나무를 잘라 가운데를 파내고 양면을 다듬어서 만든 원시 그대로의 통가리 카누다.
아프리카에 왔으니 오리지널 카누를 한번 타보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카누를 타고 나가겠다고 했더니 숙소 직원이 의아해 한다.
진짜 탈꺼냐고 되묻는다.
어쨋든 카누를 탔다.
캐리어와 배낭을 실었다.
나룻배 카누가 되버렸다.
나 한테도 노를 하나 준다.
함께 저으면 빨리 갈수 있단다.
"됐네 이 사람아.
팁은 넉넉히 줄테니 좀 봐주게나.
한 시간 동안 노를 젓는건 내 체력으로는 감당이 안되네"
그래도 미안한 마음이 드는건 어쩔수 없다. 사진 찍다가 틈틈히 운동한다 생각하고 용을 써봤다.
마침 호수 마을에 장이 서는 날이다. 여러 섬에서 크고 작은 배들이 장터로 향해 달려 나간다.
장터로 가는 사람들은 모두 모터 보트를 타고 있었다.
빠르게 지나쳐 가며 나를 신기한 눈초리로 바라다 본다.
오늘은 한산한 호수가 아니다.
분주하고 활기가 넘친다.
일주일에 두 번 장이 열리는데 그 때만 볼 수 있는 풍경이란다.
사람 구경, 풍경 구경, 사진 찍기, 간헐적 노젓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선착장(船着場)에 도착했다.
약속대로 팁을 후하게 주었다.
보트 맨은 돌아가면서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손을 흔들어 댄다.
기다리던 택시를 타고
르완다 국경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카벨레로 왔다.
모든게 잘 갖추어진 호텔에 도착하니 완전 딴 세상 같다.
호텔에는 거울도 있다요.
뜨거운 물도 나온다요 ㅎㅎ
무인도에 표류했다가 구조되어 문명세계로 나온 로빈손 크로스의 기분이 이런거였을까?
그래도 모든게 불편했지만 오지 섬에서의 추억은 평생 잊지 못할것 같다.
여유와 자유는 소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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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도제를 지내다>
- 부뇨니 호수 가는 길
우간다의 수도 캄팔라에서 부뇨니 호수까지는 420km다.
직통 야간 버스를 타면 9시간이 걸린다.
르완다로 가는 국제 버스다.
국경 가까이에 있는 카발레에서 내리면 된다.
낮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면 12시간은 잡아야 한다.
포장은 되있지만 단선 도로다.
화물차나 승합차 같은 저속 차량이 많아 지체가 심하다.
중간에 마을마다 타고 내린다.
마을에 서면 먹거리를 파는 행상들이 금방 차를 에워싼다
나는 택시를 타고 가기로 했다.
공항에서 시내까지 타고 온 택시 기사가 준 전번으로 연락을 해봤다.
'그냥 버스 타고 가시라~'고 답장 메세지가 왔다.
그렇다고 포기할 내가 아니다.
호텔측에 부탁해서 기사를 포함한 랜트카를 찾았다.
170달러에 가기로 합의를 봤다.
기사도 듬직 과묵하고 운전도 안전하게 잘 했다.
낮 1시에 출발해서 부뇨니 호수 선착장에 밤 11시에 도착했다.
굳이 택시를 타고 가겠다고 생각한건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우선은 번거로움을 피하고 여유롭고 편하게 가고 싶어서였다.
더 큰 이유는 따로 있다.
우간다의 시골 풍경을 제대로 보고 싶어서다.
더 중요한 진짜 이유는 우간다의 적도선에 내려서 나만의 적도제(赤道祭)를 지내고 싶어서였다.
적도선은 지구를 절반으로 나눈 선이다.
북반구와 남반구로 가른다.
남미의 에콰도르 (Equator는 적도라는 뜻이다)에 갔을 때는 일부러 적도 박물관을 찾아 갔었다.
가이드가 자세한 설명과 안내를 해주었다.
계란을 못 위에 세우는 실험이 재미있었다.
물을 부었을 때 내려가는 방향이 달라지는 신기한 현상도 체험했다.
북반구 쪽에서 물을 부으면 오른쪽으로 회전하면서 내려간다.
남반구 쪽은 왼쪽으로 회전하며 내려간다.
딱 0도 선의 중앙에서 부으면 수직으로 내려간다.
우리나라는 북반구다.
한번 확인해 보시라~
대힌민국 화장실에서 물을 내리면 물이 오른쪽으로 돌면서 내려간다.
적도선에 일직선을 그어 놓고 눈을 감고 걸어 보라고한다.
조금 걷다가 눈을 뜨면 똑바로가 아니라 옆 길로 빠져 있었다.
그러나 우간다의 적도선은 안내소도 가이드도 체험 시설도 전혀 없다.
달랑 노랑 줄로 적도선을 표시해 놓았을 뿐이다.
그래도 나는 에콰도르에서 한번 적도선을 경험해 봤기에 혼자서도 잘 즐겼다.
나 홀로 적도제를 지냈다.
적도제는 배가 항해 중에 적도선을 지날 때 안전과 행운을 기원하는 이벤트다.
진짜 뱃사람으로 거듭 나기위한 통과 의례이기도하다.
나는 안전한 여행과 행운이 함께하기를 빌었다.
진정한 여행자로 거듭 나기를 다짐했다.
그리고나서 달리고 달리고~
카발레에 도착하니 깜깜한 오밤중이다.
카발레에서 부뇨니 선착장 까지는 비포장 산길을 넘어가야 한다.
운전기사가 길을 잘못들어 불빛 하나 보이지 않는 귀곡 산장 같은 산길을 1시간 넘게 해메고 다녔다.
나중보니 20분이면 가는 길이었다.
그래도 기사가 끝까지 침착하게 잘 대처를 했다.
숙소에 전화로 연락해서 섬으로 들어가는 모터보트를 불러 주었다.
선착장에서 기다리지 않고 바로 타는 바람에 열두시 전에 무사히 숙소에 잘 도착했다.
아프리카의 여행 인프라를 고려해보면 아주 룰루라라한 여정이었다.
적도제 덕분 ?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안정훈의 세상사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