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놔! 자꾸 붙잡지 말라니까’
타지키스탄으로 갈 때도 굽이굽이 사연(事緣)이 많았다.
그런데 올 때는 더 많았다.
인도로 가는 뱅기를 타기 위해 우즈벡으로 가야하는데 나의 매력(?)을 알아채버린 타직이 내 바짓가랑이를 부여 잡는다.
타직의 수도인 두샨베에서 육로로 국경을 넘어 우즈벡의 수도인 타슈켄트로 가는 여정이다.
470km의거리다.
택시를 몇 번 갈아 타고 가면 8시간 정도 걸린다.
국경에서 입출국 수속하는데 넉넉잡아 2시간.
쉐어 택시로 가니까 다른 승객들 다 찰 때 까지 기다리는 시간을 1시간 정도 잡는다.
총 11시간을 예상 했다.
하루면 갈 수 있다.
그런데 눈물 없이는 들을수 없는 사연이 발생해서 1박2일을 찍었다.
1. 시작부터 어쩐지 개운치가 못했다.
숙소에서 택시를 타고 쉐어택시 정류장으로 갔다.
미터 요금이 33소모니(약 4,200원)가 나와서 줬다.
그런데 46소모니를 내라고 한다.
인물은 번듯한데 젊은 기사가 심보가 틀려 먹었다.
번역 앱으로 따졌다.
내가 잘못 본거라고 우긴다.
우헤헤헤 왕싸가지 만났다.
살살 어르고 달래서 40소모니 주고 끝냈다.
2. 택시 기사를 돌려 보내고 나서 보니 내 짐이 보이지 않는다.
당황해서 두리번 거리며 찾았다.
수염이 덥수룩한 덩치 큰 녀석이 다가와 느물느물한 웃음을 지으며 손가락으로 SUV 차를 가르킨다.
차 지붕 위에 내 케리어가 실려있고 밧줄로 단단히 묶여있다.
요것들봐라!
지들이 갑이라 이거지?
타슈켄트 가는 국경 까지 요금을 물어봤다.
1인당 250소모니(32,000원)라고 한다.
나는 버스 타고 갈꺼니까 내 트렁크 내리라고 했다.
바로 꼬리를 내린다.
계산기에다 200소모니를 찍어서 보여준다.
차 안을 보니 손님이 다 차있다.
나만 타면 출발 할수가 있는 상황이다.
못 이기는척 올라탔다.
순식간에 갑과 을이 바뀐거다.
어쨌든 곳곳에 인간 지뢰들이 도사리고있다. 아무래도 가는 길이 험난할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3. 식사 할 시간도 주지않고 총알 택시 처럼 달린다.
중간에 나이 먹은 승객이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해서 산 길에서 잠깐 멈췄다.
수도인 두샨베에서 국경 근처의 큰 도시인 후잔트 까지는 300km 정도 된다.
산길 눈길을 4시간 만에 주파했다.
달리는 내내 가슴이 쫄깃쫄깃해지는 느낌을 만끽(?)했다.
배는 고프고 자리는 불편했다.
비상용으로 구입해 둔 식빵을 계속 뜯어 먹었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와도 나는 배를 채우기 위해 비록 맨빵이라도 맛나게 먹을 것이다.ㅎㅎ
4. 시내 들어 가기 전에 앞 좌석에 앉았던 거구의 여자 손님을 내려준다.
나는 국경 가려면 여기서 내리면 되냐?고 물었다.
더 가야한단다.
한참을 달려 시내 가까이 왔다.
옆 옆자리의 젊은 여성이 번역기를 보여준다.
타슈켄트 국경으로 가려면 아까 그 여자가 내린 곳이 가깝단다.
머리에서 김이 솟아 오른다.
우이쒸! 그걸 왜 지금에야 얘기 해주느냐고?
어차피 이 차가 돌아 갈 것도 아니다.
복잡한 후잔트 시내에서 내렸다.
차에서 발을 내딛는 순간 내 몸이 휘청거렸다.
무의식 중에 보호 본능이 발동했나 보다.
몸을 날려 인도로 떨어졌다.
일어나려고 보니 내 등짝은 눈이 녹아 질척거리는 보도 위에 닿아 있었다.
다행히 옷은 흙탕물에 젖었지만 몸은 전혀 다친데가 없다.
운전기사가 차를 세운 장소가 하필 뚜껑없는 하수도 옆이었던 것이다.
쉬팍!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이거 오늘 일진(日辰)이 하수상하다.
정신 바짝 차리고 몸조심 해야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5. 일단 택시를 타고 국경으로 가는 쉐어 택시 환승장으로 갔다.
30소모니(4천원)을 부른다.
정상 요금의 두배다.
아뭇 소리도 않고 주어 버렸다.
따식! 오늘 저녁은 아주 행복하겠구나 쯧쯧.
6. 내리자 마자 호객꾼들이 달려든다.
국경으로 가는 합승 손님이 다 찰 때 까지 기다려야 한다.
날은 어두워졌다.
30분을 기다려도 합승 손님이 없다.
순간적으로 판단을 했다.
여기서 하루 자고 가는게 낫겠다.
혼자서 배낭 여행을 할 때 밤에 이동하는건 위험을 자초(自招)하는 짓이다.
예전에 쿠바와 인도에서 여권을 잃어 버린것도 늦은 밤에 도착하자마자였다.
페루에서 배낭을 도둑 맞은 것도 심야 버스 안이었다.
말레시아에서 택시 요금을 왕창 바가지 쓴 것도 도착 첫날 늦은 밤이었다.
짐을 내렸다.
쉐어 택시 승강장은 외곽 지역이라 주변이 깜깜하다.
우버 콜 택시를 부르려고 했지만 인터넷이 먹통이다.
핸드폰에 지도도 뜨지 않는다.
가끔 지나가는 마을 버스 같이 생긴 마슈르카가 보였다.
어림 짐작으로 시내쪽으로 가는 마슈르카를 탔다.
한참 가다가 불빛이 환한 중심가에서 내렸다.
7. 택시가 보이기에 가까운 호텔로 가자고 했다.
선하게 생긴 늙은 기사는 영어도 못하고 네비게이션도 쓸줄 모르고 지도를 볼 줄도 몰랐다.
막대기 폰으로 여기 저기 전화를 하더니 알았다며 달린다.
가는 중간 중간에 차를 세우고 사람들에게 뭔가를 묻는다.
그리고는 또다시 여기저기 전화를 한다.
나중에 알고보니 오버 액션, 친절 코스프레였다.
암튼 깔끔한 호텔 앞에 멈췄다.
멀지않은 거리인데 100소모니(13,000원)를 내라고 한다.
(다음날 보니 같은 길을 택시 타고 가는데 25소모니였다)
50소모니를 주겠다고 했더니 갑자기 태도가 돌변한다.
눈을 부라리며 자기가 여기를 찾는데 얼마나 힘들게 고생한줄 아느냐. 절대 안된다. 100소모니 내라고 위협적인 표정을 짓는다.
심지어는 내 지갑을 나꿔채려는 동작까지 보인다.
이걸 싸워말어?
죽여 살려?
아니다.
오늘은 일진이 사나운 날이다.
마음을 다잡고 화를 꾹꾹 눌러 참았다.
시비에 말리지 말자고 다짐했다.
지갑에 있는 잔돈 80소모니를 주고 끝냈다.
그리고 전혀 맘에도 없는 행동을 해주었다.
허그도 해주고 엄지척도 해주고 등도 두드려 주고 악수도 해줬다.
그래 그 돈으로 술이나 마시지마라.
마눌과 애들에게 맛난거라도 사주거라.
8. 힘들었지만 결말은 해피 앤딩이 되었다.
리셉션에 있는 젊은 청년이 유창하게 영어를 잘했다.
자상하고 친절했다.
내가 한국인이라니까 호기심이 작열해서 계속 얘기를 한다.
호텔 겸 호스텔이란다.
방 하나에 4명이 사용하는 호스텔은 지금 손님이 없기 때문에 혼자서 쾌적하게 쓸수 있다고 권한다.
요금은 호텔 룸의 1/4도 안된다고 안내를 해준다.
키를 가지고 따라 오라면서 호스텔 방을 보여준다.
쾌적하다. 굿굿.
에그 착하기도 해라.
그리고 자기 호텔의 예식장도 있는데 후잔트에서 시설이 제일 좋다고 자랑한다.
현 대통령이 호텔 준공식에 참석해서 찍은 기념사진도 보여준다.
그리고는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예식장을 보여준다.
등이란 등은 모조리 켜고 열심히 설명한다.
200명이 앉을수 있고 전통 춤 공연과 식사도 한다고 자랑이다.
국경 가는 방법을 물으니 밖으로 나가서 택시 기사한테 확인하고 알려준다.
9. 다음날 아침 호스텔 앞에서 마슈르카(요금 4소모니 - 500원)를 타고 어제 갔었던 쉐어 택시 환승장으로 다시 갔다.
얼마 기다리지 않고 합승 택시를 타고 타직 국경 검문소에 도착했다. (요금 50소모니-6,000원)
국경의 중간 지대에 있는 매점에서 남은 타직 돈인 소모니를 모두 털어냈다.
햄버거와 쥬스로 점심을 해결하고 간식꺼리도 구입하니 소모니 잔액과 딱 맞아 떨어졌다.
우즈벡으로 넘어 오자 마자 바로 전에 사용하고 보관해 두었던 U-CELL 유심 카드로 교체하니 바로 인터넷이 잡힌다.
인터넷이 자주 끊기는 타직 보다 우즈벡이 훨씬 낫다.
국경 철문을 통과하자 마자 택시 기사들이 달려든다.
인상이 그나마 좋은 기사를 따라 차로 가서 합승을 했다.( 요금 200,000숨-23,000원)
현지인 손님들 3명이 모두 뚱뗑이들이다.
씨름 선수 같이 생긴 녀석이 앞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는데 시트가 푹 꺼진다.
뒷자리에 3명이 앉았는데 비좁은건 견딜만 했다.
힘든건 따로 있었다.
도로 사정이 나쁜데도 로켓의 속도로 달리니 마치 말을 타고 달리는 것 같다.
덕분에 이 날 저녁에 한번도 깨지않고 잠을 잘잤으니 한편으론 고맙기도하다.ㅠㅠ
마침내 오후 5시 경에 우즈벡의 수도인 타슈켄트의 예약한 숙소 앞에서 하차했다.
길고 긴 여정을 무사히 마쳤다.
10. 앞으로 남은 인생을 어떤 방식으로 살건지 다시 생각하게 됐다.
이미 알고 있지만 다시 한번 리마인드다.
- 피할수 없으면 즐기자.
- 남들이 고생이라고 쓰면 나는 즐긴다로 읽자.
-앞으로 남은 시간은 짧다. 기승전결의 결은 항상 해피 해피로 만들자.
- 싸우면서 시간 낭비하는 바보가 되지 말자.
- 안되면 되게 하라는 말은 젊었을 때나 하는 말이다.
안되면 빨리 다른 해결 방법을 찾자.
- 최선이 아니면 망설이지 말고 차선을 선택하자.
-지옥 같은 땅에서도 착한 사람은 있다.
인간에게 희망을 걸자.
- 마음 청춘으로 살자.
- 푼돈에 연연하지 말자.
- 가끔은 알면서도 속아주자.
모르고 속으면 멍청한거지만 알면서도 속아주면 대인배다.
제가 지금 까지 포스팅한 글 중에 가장 기네요.
남들 처럼 짧으면서도 임펙트 넘치게 쓰고 싶은데 그게 안되네요.
노땅이 되서 주저리주저리 하는게 아닌가 싶어 은근 걱정도 됩니다.
긴 글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타직은 90%가 산

타직 수도에서 국경 근처의 도시인 후잔트로 가는 합승 택시. 짐은 차 지붕 위에 싣는다. 얀덱스 택시는 중앙아시아의 우버 택시다. 중앙아시아는 전체직으로 물가가 싼데 특히 택시 요금이 저렴해서 자주 이용하게 된다. 시간대별로 요금 차이가 많다. 한국보다 편리하다고 느낀 딱한가지가 얀덱스앱이다.

택시에 미터기가 달려 있는게 아니고 택시 기사의 핸드폰에 요금이 표시된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안정훈의 세상사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