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 참! 이전에는 잘나가던 종견(種犬)이었는데 왜 저렇게 됐나?"
동두천에 있는 종견번식장(種犬繁殖場)을 찾았더니 그 주인이 하는 말이다.
정말 그 개를 보니 개장 안에서 벽앞 30cm 정도로 바짝 붙어 앉아서 벽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개장은 4면 중에 앞과 좌우옆은 스테인레스 철망으로 되어 있고 뒤편만 판넬인데, 그 판넬을 보고 앉아 있는 진돗개.
이름하여 면벽구(面壁狗)!
가만있자 스님들이 벽만 보고 9년 동안 앉아 있으면서 깨달음을 얻었다는 ‘면벽구년(面壁九年)’이라는 말은 들어봤지만 벽만 보고 앉아 있는 개는 어디서도 듣지도 보지도 못했는데 어떤 사연일까?
저 면벽구는 내둥 앞을 잘 보고 있다가도 암컷의 발정기(發情期) 냄새만 맡으면 저렇게 돌아앉는다는 주인의 말. 얼마나 질렸으면....
애견전람회에서 일등도 수차례 한 튼튼하고 잘생긴 종견이 있으면 이런 수컷에게는 암컷 주인들이 자신들의 개와 교배(交配)하자고 줄을 서게 된다.
수컷 주인은 당연히 교배비를 책정해서 받고 발정기가 된 암컷과 수컷을 한방에 넣게 되면 그 개 두 마리는 응응응 하고 두달 뒤에 강아지가 태어나게 된다.
개들도 다른 포유류의 동물과 같이 암컷만 발정기가 있으며 수컷은 일년 365일 모두 교배가 가능하다. 암컷의 발정기는 대략 18일간 지속된다. 이때 지속적인 출혈이 있으며 가장 임신하기 좋은 시점은 발정시작 후 10일에서 14일 정도이다.
보통의 경우 여러 마리의 개들 중에 발정견 한 마리가 섞여 있으면 난리가 나는 것이 보통이다.
우리네 사고방식으로는 암컷의 발정 냄새가 나면 수컷들은 발정견을 찾느라 분주할 것으로 알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수컷이 한 마리만 있다면 발정견을 냄새로 찾아 나서겠지만 수컷이 여러 마리가 있다면 일단 옆에 있는 수컷과 한바탕 전투를 치르게 되는데 이는 정적이 될 가능성이 있는 수컷을 때려 눕히고 혼자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서이다.
이렇게 수컷들은 종족번식을 위한 욕구가 뛰어나지만 정력은 절륜(絶倫)하지 못해서 지속적인 교배를 시킬 경우 수컷들은 의기소침(意氣銷沈)해지고 체력이 바닥나서 발정냄새만 맡아도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게 된다.
우리가 알고 있기로는 개들은 정력이 뛰어나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 인간과 비교하면 10% 정도의 정력밖에 없다.
개의 건강을 지키며, 적당히 교배를 시킬 경우는 하루에 운동을 2시간 이상 지속적으로 시키고, 충분한 영양분을 공급하는 조건에서 일주일에 2번 정도의 교배가 가능하며, 이 이상 교배를 시킬 경우 개의 건강에 문제가 발생한다.
그런데 수컷을 이용하여 교배비를 벌겠다는 욕심으로 시도 때도 없이 암컷을 개장으로 밀어넣으면 수컷은 암컷을 못본 척 하고 돌아서서 벽을 보거나 도망다니게 된다.
애달픈 이름하여 ‘면벽구’. 돈도 좋지만 싫다는데 억지로 시키면 ‘애견성폭행’이 아닐까.
견주(犬主) 여러분! 우리 싫다는 개 억지로 시키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