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2025년부터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만 6세에서 만 5세로 앞당긴다는 계획을 29일 발표했다. 교육부는 급작스런 학제 개편으로 인한 혼란과 예산문제를 줄일 수 있도록 2025년부터 2028년까지 4년에 걸쳐 만 5세 아동을 일정 비율로 나눠 입학시키겠다고 밝혔다.
즉 첫 해인 2025년엔 현행법상 취학연령인 2018년생 아이들과 함께 2019년생 중 1~3월에 태어난 아이들을 추가로 입학시킨다. 이어 2026년에는 2019년생 4~12월생과 2020년 1~6월생이, 2027년에는 2020년 7~12월생과 2021년 1~9월생이, 2028년에는 2021년 10~12월생과 2022년 1~12월생이 입학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4년간은 최대 15개월차의 아이들이 한 학년에 동급생이 되고 2029년엔 만 5세인 2022년생이 입학할 수 있게 된다. 교육부는 2025년부터 2028년에 입학하는 어린이는 동급생이 25%씩 더 많아지지만 저출산으로 매해 출생아 수가 줄어들고 있어서 실제로 늘어나는 비율은 적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올해 초등학교 입학한 어린이들이 태어난 2015년 출생아 수는 43만8420명이었지만, 2025년 입학하는 2018년 출생아 수는 32만6822명으로 25.4% 더 적다. 현재의 교사와 교실 여건으로 감당(堪當)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려와 반발의 목소리가 잇따라 터져 나온다. 인위적인 학제 개편이 가져오는 후폭풍은 단지 예산문제만이 아니다. 해당 연령 아이들은 자연적인 인구감소로 입시나 취업에서 유리할 수도 있었지만 학제 개편으로 경쟁이 더 심해져 여러 갈등이 생길 위험이 높다.
뿐만 아니라 대학이나 취업의 경우 해당연도 전후로 2~3년 차이나는 출생자들도 잠재적인 경쟁대상이라는 점에서 대략 2015년생부터 2025년생까지 10년차 세대 전체가 장기간에 걸쳐 엄청난 경쟁구도속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당장 큰 문제는 만 5세가 제도권 공교육을 받을만큼 정신적 육체적 성장이 담보(擔保)되느냐라는 점이다. 요즘 아이들이 성장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라는 생각은 단견이다. 아동들의 학습 연령을 바꾸려면 장기간의 관찰과 연구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육아를 책임지는 학부모의 공감 또한 당연히 필요하다.
또한 최대 15개월차가 나는 아이들이 한 학년으로 묶여 자란다면 발달속도가 느린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게 엄청난 부담을 갖게 되고 어린 동생처럼 취급되어 정서적 위축이 체질화 될 수 있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아이들에게 1년 차이는 대단히 큰 것이다. 기존에도 최대 12개월차 나는 아이들이 한 학년에 섞이면서 생기는 문제들이 있는데 15개월 차라면 더 심각한 후유증(後遺症)을 가져오지 않겠는가.
정부는 이미 지난 90년대 후반부터 '5세 입학'의 길을 법적으로 열어뒀다. 그러나 자녀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할 것을 우려한 학부모들의 호응은 크지 않다. 특히 집단 따돌림이 사회적 문제가 된 2000년대 이후엔 자녀들이 좀더 자란 다음 학교에 들어가도록 취학의무 유예신청을 통해 1년 늦게 입학시키는 경우도 상당수 발생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번 학제 개편에 대해 "영유아와 초등학교 시기에 교육에 투자했을 때 효과가 16배 더 나온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사회적 약자도 빨리 공교육으로 들어와서 공부할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비판자들은 정부의 조치가 저출산·고령화 대책의 일환으로 청년층이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이른바 ‘입직연령(入直年齡)’을 낮춤으로써 초혼연령을 앞당기고 노동기간을 늘리기 위한 대책으로 보고 있다.
2006년 기준 우리나라의 입직연령은 25.0세(대졸자 26.3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2.9세(2000년)보다 2년가량 늦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다른 자료를 보면 입학연령을 당긴다고 입직연령이 낮아지는 것 같지는 않다.
OECD 20개국의 취학 연령을 살펴보면 영국이 만 5세로 가장 빠르지만 미국 캐나다 멕시코 네덜란드 노르웨이 독일 프랑스 벨기에 아일랜드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체코 포르투갈 헝가리 호주 등 15개국은 한국과 같은 만 6세다. 또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3국은 만 7세로 우리보다 늦다. 취학연령을 앞당긴다고 입직연령이 자동으로 당겨지는 것이 아니라 남성들의 병역 등 한국의 특수한 상황이 작용한다고 봐야 한다.
범위를 더 넓혀서 2005년 기준 유럽연합 34개국과 아시아 6개국, 북미 2개국 등 총 42개국의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보면, 만 6세가 27개국으로 역시 가장 많았다. 만 7세인 곳은 10개국으로, 스칸디나비아 3개국과 동유럽 5개국, 스위스 싱가포르였다. 참고로 만 5세인 국가는 영국 포함 영연방 6개국이었고, 북아일랜드는 유일하게 만 4세였다.
취학연령을 당기면 도미노처럼 파장이 계속된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유아원 등 이미 저출산으로 재정상 어려움을 겪어온 전국의 유아교육기관들이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 불보듯 훤하다. 또한 학부모들은 조기입학으로 공교육을 따라가지 못하는 자녀들을 위해 사교육을 강화할 수 밖에 없어 부담이 가중 될 것이다.
무엇보다 내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우리 아이들이 성장기에 마음껏 뛰놀수 없도록 하는 무한경쟁의 비정한 현실이다.
요즘 화제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ENA채널)에서 지난 27일 어린이 해방군 총사령관 '방구뽕’ 이야기를 다뤄 눈길을 끌었다. 드라마에서 초등생 아이들은 일명 ‘자물쇠반’으로 불리는 학원 교실에서 매일 밤 10시까지 저녁도 못먹고 화장실도 두 번 이상 가지 못하는 스파르타식 교육에 내몰리고 있어 충격(衝擊)을 주었다.
학원원장의 아들인 방구뽕은 학교와 학원에서 경쟁만 하도록 닥달받으며 놀지 못하는 어린이들의 해방을 주장하고 스스로를 ‘어린이 해방군 총사령관’으로 칭한다. 어느날 학원버스를 탈취한 방구뽕은 아이들을 산으로 데려가 자연에서 함께 뒹굴며 놀다가 학부모들의 신고로 미성년자 약취 유인 혐의로 체포되어 재판을 받는다.
법정에서 ‘망상장애’가 입증되면 구속을 면할 수 있지만 방구뽕은 자신의 소신을 저버리지 않고 불리한 재판을 감수한다. 방구뽕이 익살스런 동작과 함께 외치는 어린이 해방군 3대 선언이 인상적이다.
하나, "어린이는 지금 당장 놀아야 한다!"
둘, "어린이는 지금 당장 건강해야 한다!"
셋, "어린이는 지금 당장 행복해야 한다!“
방구뽕은 최후 진술에서 이렇게 말한다.
“어린이를 키우는 어른들게 몇 말씀 드리겠습니다. 어린이들은 당장 놀아야 합니다. 나중엔 늦습니다. 대학에 간후 취업을 한후 결혼을 한후에는 너무 늦습니다. 비석치기 술래잡기 말뚝박기 고무줄놀이.. 나중엔 너무 늦습니다. 불안이 가득한 삶속에서 행복으로 가는 유일한 일을 찾기에는 너무 늦습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방구뽕이 법정에서 해맑게 웃는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어린이 해방선언을 함께 외치는 모습은 뭉클한 감동이 느껴진다. 진정한 교육은 무엇인지, 우리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봤으면 한다.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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