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장기판을 벌이자
by 강명구 | 18.06.10 05:05

 

34693947_1639752759456325_2139012512203407360_n.jpg

 

 

얼마 전 호르고스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모여 장기를 두었다. 장기 알이 우리 웬만한 밥사발만 하다. 유라시아 실크로드는 장기의 길이기도 했다. 체스와 장기는 둘 다 인도기원설이 맞는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이 둘 뿌리는 같다고 봐야한다. 체스 기원은 약 4000년 전 고대 인도사원에서 시작되었다. 6세기경 페르시아를 거쳐 7세기 페르시아를 정복한 아라비아로 들어갔다. 다시 15세기경 유럽 전체로 퍼져나가 19세기에 현대 체스가 완성되었다고 한다. 한편 동쪽으로는 미얀마를 거쳐 중국으로 들어갔고, 또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들어갔다.

 

장기의 역사는 전쟁을 좋아하는 인간본능을 잠재우고 대리만족을 주는 게임으로 출발했다고 한다. 핵단추를 누르겠다고 서로 으르렁대던 두 정상이 마주앉아 평화를 논하겠다고 하니 마주앉은 테이블에 장기판이라도 올려놓고픈 마음 간절하다. 장기 두다가 출출해지면 먹으라고 햄버거도 하나씩 나누어주고.

 

곧 평화로운 세계로 가기 위한 세계적인 장기판이 유라시아 곳곳에서 벌어질 것 같다. 일단 시작은 동쪽 끝의 한반도다. 다음 판은 싱가포르다. 문재인 대통령이 바람잡이 역할을 맡았고 김정은 위원장이 청(靑)을 잡고 트럼프 대통령이 홍(紅)을 잡은 형국이다. 청(靑)은 원앙마포진의 포진을 선택했고, 홍(紅)은 면상포진법을 선택했다.


34666103_1639752876122980_3659918542624522240_n.jpg

 

세기의 장기판답게 훈수꾼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훈수꾼들은 두들겨 맞아가면서도 훈수(訓手)를 둘 기세인데 제일 꼴불견 훈수꾼은 아베와 존 볼튼 그리고 펜스다. 판이 벌어지기도 전에 이들 고춧가루 훈수로 트럼프의 행마 구상이 꼬이는 형국이 되어버렸다. 뭣도 모르면서 훈수를 두는 꼴이 맞아도 한참 맞아야할 것 같다. 아마도 이들은 판 자체를 뒤엎고 싶은 가보다.

 

청(靑)이 먼저 행마를 했다. 모든 훈수꾼들이 세계무대에 혜성(彗星)처럼 등장한 이 신예 기사의 행마에 숨소리도 죽이고 바라보는 가운데 핵시설을 파괴하는 것으로 첫 수를 던졌다. 첫 수는 신예답지 않은 통렬한 한 수였다. 훈수꾼들의 놀란 입은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 한 수는 앞으로 그의 행마가 범상치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수였다. 그 수는 앞으로 유라시아에서 펼쳐질 크고 작은 세계적 장기판에 모두 당당히 출전하여 실력을 과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과 다름 아니었다.

 

홍(紅)을 잡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포(包)와 차(車)가 상대보다 몇 십 배 많은 절대적 우위 군사력으로 상대를 제압하던 전술에 능통하던 그였다. 똑같은 조건에서 하는 게임이 그에겐 오히려 포(包)와 차(車) 다 떼고 두는 불평등 게임 같은 형국이 되어버렸다. 그는 첫 수도 두기 전에 안한다고 일어섰다가 훈수꾼들 야유를 받고서야 마지못해 다시 자리에 앉았다. 애초 한판에 승부를 가리겠다는 그의 호언장담(豪言壯談)은 간데없이 은근히 사라지고 이길 때까지 장기를 두겠다는 말로 바뀌었다.

 

그는 상대방에게 포(包)와 차(車) 다 떼면 돈은 주겠다고 뒷거래를 하는가본데 상대방도 품위유지비가 필요한 궁색한 신예인지라 그 조건에 동의는 한 것 같다. 문제는 먼저 다 떼면 나중에 보상하겠다는 얄팍한 꼼수에 있다. 그런 꼼수는 국제무대에서 수도 없이 사용하여 이제는 누구도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얼마 전 리비아와 이라크와의 대결에서 그런 꼼수로 승리를 하여 이제 더 이상 그런 수는 통하지 않을 거라는 것은 그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1527577162869.jpg

 

유라시아 평화마라톤의 수많은 난관(難關)을 뛰어넘는 장애물 마라톤이다. 현장법사가 제자들과 서역으로 불경을 구하러 다녀오는 과정에서 만난 81개의 난간은 이미 다 넘은 줄 알았다. 중국에 들어와서는 마을마다 들어오고 나갈 때 공안 검문검색은 나의 마라톤을 허들경기로 변색시키고 말았다. 지난번에 텐산의 정상을 못 넘고 700km를 우회했는데 이번에는 규이튼 들어가기 전에 19km를 못 통과하고 100km를 우회했다.

 

샤완 현에서 숙소를 잡으려고 호텔에 들어갔는데 직원은 손님을 못 받는다고 하는데 옆에 있던 사장이 받을 수 있다고 하면서 공안에 전화를 했다. 아마 공안에 꽌시(인맥 관계)가 있는 것 같았다. 무장경찰 4명이 출동하는 데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들은 또 누군가에게 무전을 치고 다시 무장경찰 3명이 출동했다. 결국은 이웃마을인 쓰허즈까지 가라고 한다. 쓰허즈에서 처음 들어간 호텔은 5성급으로 잠만 자는 우리들에게 낭비인 것 같았다. 다시 피곤한 몸이지만 좀 쌈직한 호텔을 찾았다.

 

호텔에서 여장을 풀고 샤워를 하려는데 다시 노크 소리가 나서 문을 여니 무장경찰 2명이 찾아와 여권을 보자고 한다. 검문소에서 만난 무장경찰을 빼고도 오늘 나 때문에 출동한 무장경찰이 22명이나 되더라! 그들이 정중하게 경례를 붙이고 나가고서야 나는 비로소 하루 피로를 풀 수 있었다.

 

이제는 검문소를 볼 때마다 신경쇠약이 걸릴 정도이다. 검문소에 한번 들어가면 소중한 시간은 훌쩍 지나버리고 만다. 내일을 위해 휴식하고 회복할 시간을 경찰서 철장 너머에서 다 허비하는 것이다. 내가 장기판의 포(包)라면 검문소를 훌쩍 넘어버릴 텐데 하는 생각마저 든다. 차(車)라서 졸이 막고 있으니 못 넘어간다. 손오공이라면 구름을 타고 넘을 텐데.

 

1949년 인민해방군의 점령으로 중국령이 된 이래 신장은 끝없는 분리·독립 요구로 늘 삼엄한 경계를 펼치는 지역이 되었다. 이 지역 중국 통치와 우리 분단 역사와 비슷한 세월이 흐른 것 같다. 아마도 우리 평화통일 염원보다도 이 사람들의 독립 염원이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통일 의지를 꺾지 못하듯이 이들의 독립 의지를 꺾을 수 없을 것이다.

 

예상컨대 한반도에서 세기의 장기대결이 끝나면 아마도 이곳에서 또 다시 세기의 장기대결이 펼쳐질 것 같다. 이 지역 평화를 건 세기의 대결, 그때 대국자는 누가 될지 자못 궁금하다. 곧 평화로운 세계로 가기 위한 세계적인 장기판이 유라시아 곳곳에서 벌어질 것 같다. 일단 시작은 동쪽 끝 한반도에서 판이 벌어지다니 싱가포르로 무대는 옮겨졌다. 과연 트럼프의 첫 수는 무엇일까?

 

 

 

34811889_1639753119456289_1868145434698973184_n.jpg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강명구의 마라톤문학’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gmg

 

 

뉴스로 PC버전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