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춘대길
시베리아 한랭기류가 움직이지 않아도
어쩌다 찬 바람에 실려 온 추위는
그래도 겨울이었다
흐르던 강은 여전히 흐르고
흐르지 못하던 물은 얼어붙었다

너는 흐르고, 나는 얼었다
흐르는 물 위로 세상 부유浮游하고
고단한 삶도 의지없이 흐르며
얼어붙은 물 아래 발버둥치는 강江
보이지 않는 하늘
썩지 않으려 움직이며
녹여 올 봄을 기다렸다

photo by 송영경
수 십 번 봄은 왔어도
강은 그늘져 녹지 못하고
이 땅의 계절을 순환시킬 참 봄은
좀처럼 오지 않았다
강은 그렇게 나뉘었다
흐르는 강과 얼어붙은 강으로
너와 내가 그렇게 살았다

대갓집 솟을대문에 맥없이 붙었던
입춘대길 봄 희망이
이제야 비로소 움직인다
얼음새꽃 봄을 알리더니
매화, 동백이 일어나고
새가 꽃 봄을 물고 올라 온다



올 봄엔 기필코 내가 녹아
너와 하나로 흐르리라
한강, 임진강, 예성강이 만나 흘러
바다로 바다로 흐르듯
온전히 하나로 뒤섞여 흘러
바다로 바다로
평화의 물결로 가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