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by 황룡 | 20.01.26 18:08

 
설날.jpg


동구 밖 품 넓은 느티나무

평상 위 고목처럼 앉아 기다리던

어깨 위로 회한(悔恨)의 시간이 저물고

서울가는 완행열차로 가출했던 아이

느티나무 한쪽 가지 썩어 부러지도록

쌓인 그리움은 수십 년

놓인 그대로였다

 

철없던 밤기차 도시로 도망치듯

고단한 서울 살이 팍팍했을 세월은

이제 동승한 새벽 어스름을 헤치고

고향 찾아 돌아오는 길

그믐달도 애써 밝히고

다소곳한 아내와 함께 아비가 되어

그들만의 자식이었던 아이들을

할머니 품에 안기고

스무 해 겹겹이 껴안았던 그리움은

여장(旅裝)을 풀었다

 

닮은 사람들, 닮은 눈으로 나누던 대화

만남과 헤어짐 사이에 침묵이 끼어들고

그들은 막연히 함께 살 날을 기대하며

저무는 강을 건너갔다

 

어머니는 다시 노을 등지고 눈물 훔치며

그리움 묻어 둘 뒷곁으로 나가신다

 

 

 

82840856_2972628812798067_397475807083102208_o.jpg

 

 

순천만에서 / 김령

 

해 질 녘 갈대밭은 바람결 따라 눕는다

모여 앉은 물오리 바람결 따라 몸을 모으고

뻘밭의 숨구멍도 얼굴을 돌린다

 

바짝 엎드렸다 밀물 밀려들면

몸을 일으켜 다시 하루를 맞는다


83651797_2972628702798078_3349298428944318464_o.jpg



 

바람이 부는 쪽으로 누울 수도 있다는 걸

그때는 알지 못했다

거센 물살 거슬러 목적지까지

다다르는 것만이 삶이라 믿었다

 

세찬 강물, 얼굴 내밀어 숨만 쉬고

한 시절 건널 수도 있다는 걸

그때는 알지 못했다

다시 일어서는 법을 몰랐다


83806739_2972628619464753_2537593697839611904_o.jpg

 

온몸 경련 일도록 악물던 이

먼 곳 돌아와 갈대밭 물오리 옆

오므려 앉아 바람을 맞는다

 

새가 지나간 자리

새의 형상으로 가슴에 구멍 뚫렸다가

가장자리부터 서서히 메워져 온다

 

#시집_어떤돌은밤에웃는다

#시인_김령

 

 

 

83813585_2972628552798093_269846537440329728_o.jpg

 

*

마음에 쏙 들어오는 젊은이를 보면 며느리 또는 사위로 삼고 싶을 때가 있는 것처럼,

 

시집에서 '순천만에서' 詩를 읽다가 2009년 순천만에 처음 갔을 때가 생각나 찍었던 사진을 찾았으나 못 찾고, 페북 그룹 <모퉁이돌의 사진이야기>에서 훨씬 멋진 사진들을 찾았기에 시와 짝지어 줍니다.

 

그때는 알지 못했더라도 이제는 바람이 부는 쪽으로 누울 수도 있다는 걸...

 

모두 여유롭고 행복한 설 명절 만드시길요~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룡의 횡설수설’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hwanglong

 

 

 

 


뉴스로 PC버전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