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바위 II
by 황룡 | 20.07.26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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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였을까, 긴 세월 초연히 앉아

공허한 말 부끄럼 없이 난무하는

세상을 보았겠구나

 

세상만사 어처구니없는 일들

어떤 연유로 그러한지

넌 말없이 지켜만 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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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떼의 새가 지나다 머물고

구름도 흐르다 쉬어가는 네 어깨는

어쩌면 그리도 조화로울 수 있는지

 

비바람 악다구니 하듯 몰아치고

세상은 갈팡질팡 흔들려도

넌 결코 흔들리지 않을 걸 알지만

 

말 좀 해 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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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를 캐면서

 

호박이 넝쿨에 앉아 수자폰 부는 날

장마가 잠시 졸고 있는 틈에

호미 날이 감자를 베거나 찌를까

손목은 힘을 빼려 잔뜩 긴장하고

이랑을 좌우로 헤집으며 감자를 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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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포기 줄기에 달린 감자들도

저 마다 다른 모양을 하고 나서는

인간의 뱃 속을 채우는 형식마저

제 각기 다릅니다

 

우량아로 태어난 놈 강판에 갈리고는

뜨거운 팬에 데여 감자부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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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지도 작지도 않아 튀지 못하는 놈

압력밥솥에 앉혀 숨 한 번 크게 못 쉬고

팍팍하게 쪄진 감자로,

 

어디에 쓸까 갈등하다 선택되어

날카로운 칼에 베이고 썰어져

마늘 고추가루와 섞여 볶인 감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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쬐끄맣게 태어난 것도 서러운데

시커먼 간장 뒤집어 쓰고 뜨거운 불 위에 끓고 끓면서 조려진 감자로,

 

감자로 산다는 게 뭔지

시커먼 뱃 속을 채워 줘야하는

기구한 운명이라

태어난다는 건 곧 운명을 달리하는 일

난 그 우울도 모른 채

감자 농사 풍년이라고 좋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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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를 캐면서

내 어설픈 호미질에

세 알의 감자는 찔리고 베이는

참변을 당했습니다

세상 사는 일이 감자를 캐는 일과

같을까 우울한 요즘입니다

 

 

 

 

흔적

 

지나온 내 삶의 흔적이

굽이굽이 선명한

저 방석 놓였던 자리 같다면

어디쯤엔가 붉은빛 남산타워가

어지럽게 서 있을 테고

또 어느 굽이엔가 신혼의 반지하 월세방이 눅눅하게 닫혀 있겠지

어느새 저만큼이나 지나갔나,

돌아 올 수도 없는 길

뭘 그리도 서둘렀을까

돌아보니 흔적은 바르게 남아

거칠던 바람

흔들리던 세월은 다 지워졌고

그늘 넓은 나무 한 그루

곁에 서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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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룡의 횡설수설’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hwangl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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