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데로 임하시는가
by 황룡 | 20.08.17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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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뜻대로 하소서

당신께 철없이 요망했으되

더 낮은 곳으로 임해야 하느니라

당신의 뜻은 그러했으리니

허나, 지금은 지구의 눈물이

저 낮은 곳에 부복(俯伏)한 사람들

한없이 높은 곳을 바라만 보는 사람들

더는 내려갈 곳 없는 사람들

갈 데까지 간 사람들

떠내려오는 온갖 추악한 욕망에 치이고

저 높은 곳에서 버려진 오물과 쓰레기가

온 힘을 다해 버티고 섰던 희망을 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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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돌아앉았던 뒷산이 덮치고

곁에 두었던 댐 물에 쓸리고

삶과 죽음의 경계가 찰나(刹那)에 갈리고

엎친 데 덮쳐 그 위에 또 퍼붓는

어쩌면 우리의 학대가 부메랑으로 오고

우리가 소비한 욕망의 잔해들

성난 파도로 밀려 오므로

결국 우리는 자학했나니

폼페이는 불로 최후의 날을 맞았으나

지구는 물로 종말을 맞이하게 되리라는

경고가, 저 낮은 곳으로

더욱 더 낮은 곳으로

뼈에 사무치게 임하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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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전야, 태연 칡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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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는 지구의 눈물이라 어쩌겠는가

낮은 데로 임하시겠다니, 기다릴 수 밖에

 

무지막지한 눈물을 머금고도

꽃들은 한 치 흐트러짐이 없구나

 

섬진강 터진 뚝 다시 막으면

억센 칡넝쿨 다시 기어 오를 거야

 

달맞이꽃 밤새 달님과 눈 맞췄나

벌써 아침을 맞이했는데 꼿꼿하네

 

싸리꽃 든든히 내린 뿌리

우천에도 품위를 유지했고

 

누구보다 땅 가까이 앉은 메꽃

저 흙탕물 어찌 저리도 잘 피했을까

 

강아지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털 하나하나 곧추세워 가을을 찾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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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추꽃 생글생글 폭우를 비웃고 있으니

하늘하늘 그리도 영양이 가득하겠지

 

장마 전부터 들 길을 장악했던 개망초

아직도 새 아기는 태어나고

 

가을은 그래도 억센 넝쿨로 오르는

화려한 칡꽃향으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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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룡의 횡설수설’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hwangl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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