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인들 대부분이 상원 회의장 복도에 나와서 모였다. 기자와 특파원들은 사진 찍고 취재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잠시 후 블랙 의원이 복도로 나와 한인들과 얼싸안고 함께 기쁨을 나눴다. 여러 어르신들이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고 서로 축하의 악수를 나누거나 껴안았다. 얼마나 감동적이고 역사적인 순간인가? 버지니아주 한인들이 풀뿌리 운동으로 일본 정부와 맞대결을 펼치고 3전 3승을 거둔 것이다. 다시 일어날 수 없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일본 특파원들은 또다시 필자를 따라다니며 인터뷰를 요청했다. 하지만 필자는 끝내 일본 특파원들과의 인터뷰를 완강히 거절 하고 한국 특파원과 기자들의 인터뷰만 받아들였다 (첨부: 61-2, 72-1, 145 페이지).
그런데 한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축제 분위기인 그 자리에 법안 상정자인 마스덴 의원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그 당시에는 너무 기쁜 마음에 무심코 지나쳤지만 지금와서 생각 해보면 정말 의아한 일이었다. 블랙 의원은 의사당 복도로 나와서 한인들과 함께 기뻐했는데 마스덴 의원은 왜 그러지 않았을까? 도대체 누구의 눈치를 보고 있었을까? 주지사? 민주당 지도부? 참으로 알수 없는 이상한 일이었다.
하지만 당시 필자는 이에 대해서 깊은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다. 마스덴 의원은 나중 끝날 무렵 한인들이 의사당 밖으로 나올려고 할때 조용히 모습을 드러내고 한인들과 사진을 몇장 찍는 정도가 다였다. 그리고 주의사당 밖으로 한인들을 따라나와 한인들과 단체로 기념 사진을 찍었다. 필자는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나왔지만 아직은 갈길이 멀다고 판단하고 냉정심을 되찾은 후 차분히 한인들을 챙겼다.
버지니아 주 의회에서 기쁜 마음으로 워싱턴으로 돌아오는 길에 필자는 워싱턴 포스트 기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워싱턴 포스트의 로라 보젤라 (Laura Vozzella) 기자는 먼저 “’미주 한인의 목소리’의 피터 김 회장이 맞습니까?”하고 물었다. “그렇다”고 필자가 답하자 로라 기자는 “우선 상원에서 동해 법안이 통과된 것을 축하합니다. 그런데 테리 매컬리프 주지사가 작년 선거 운동 때 한인들에게 동해 병기 법안을 지지한다고 약속했습니까?”하고 물었다. 필자는 “네, 그렇습니다. 그 당시 주지사가 서면으로 약속을 했고 한인 식당에 와서 기자 회견까지 열었으며, 한인 단체장들과 기자들 앞에서 법안 지지를 공표한 바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로라 기자는 다시 “그때 주지사가 공문을 피터 김 회장에게 주었습니까?”하고 물었다. 필자는 “네! 제가 직접 공문을 받았고 지금도 갖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로라 기자는 다시 그 공문에 주지사가 서명(署名)을 했느냐고 물은 뒤 그렇다는 필자의 대답에 그 공문을 자기에게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필자는 “지금 워싱턴으로 돌아가는 중인데 사무실에 들어가는 즉시 이메일로 보내주겠습니다”라고 약속을 했다. 그러면서 필자가 이렇게 한마디 덧붙였다. “저희는 지금 주지사의 행동이 너무나도 이해가 안 됩니다.” 이에 로라 기자는 “주지사가 선거 운동을 할 때 한인들에게 공약을 했다면 약속을 지켜야 마땅한데 일본 정부에 설득이 되어 지금 이상한 방향으로 잘못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것은 누가 봐도 분명히 잘못된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필자는 다시 한번 “어째서 주지사가 한인들에게 이처럼 등을 돌릴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라고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로라 기자는 “주지사 후보가 선거 운동 때 소수민족에게 가서 표를 얻기 위해 어느 특정 이슈를 지지하겠다고 공약했다면 이런 약속은 꼭 지켜져야 합니다. 주지사가 선거 때 약속했던 공약을 취임한지 한 달도 안돼 어긴다면, 게다가 외국 정부의 로비에 넘어가 외국 정부의 편을 들어준다면 버지니아 주민들이 어떻게 신뢰하고 믿을 수 있겠습니까? 이것은 신뢰 문제인 동시에 도덕적인 문제이므로 버지니아 주민들이 주지사의 행동을 그대로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시원스럽게 말했다. 그는 또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입니다. 주지사가 하원에서도 법안 방해 공작을 하는지 안하는지, 그리고 법안이 하원을 통과했을때 약속대로 법안에 서명을 하는지 아니면 거부권 행사를 하는지가 우리 언론사의 최대 관심 사항입니다”라고 추가 설명을 해줬다.
필자는 “주지사가 서명한 공문을 곧바로 보낼줄테니 이 사실을 버지니아주 주민들에게 확실하게 알려주면 고맙겠습니다”라는 간곡히 부탁을 한 후 전화를 끊었다. 다음날 워싱턴 포스트 신문은 테리 매컬리프 주지사의 비도덕성과 신뢰성을 거론하면서 주지사의 변심에 대해 상세히 보도하고 강력히 비난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동해 병기 법안이 상원을 통과하자 여기저기서 축하한다는 인사가 빗발쳤다. 그중 가장 인상적 이었던 것은 대한민국 국회 새누리당의 김무성 의원의 비서관에게서 온 연락이다. 이때는 김무성 의원이 새누리당 당대표가 아니었다. 비서관은 필자에게 “김무성 의원이 버지니아 동해 병기 법안 상원 통과에 대해 크나큰 감동을 받고 한인들에게 고맙다는 서신과 선물을 보내주시기를 희망하니 회장님의 주소를 알려주십시오”라고 말했다. 필자가 주소를 가르쳐주니 나중에 김무성 의원이 정말로 한인들에게 고맙다는 편지와 의원 사무실에 놓여있던 독도 모형을 소포로 보내 왔다. 필자는 이 모형을 사무실에 놓아두었다가 나중에 팀 휴고 하원의원에게 선물로 주었다.
동해 병기 법안이 상원을 통과하자 그동안 동해 병기 법안 통과 가능성에 대해 반신반의 해오던 많은 한인들이 관심을 갖게 되었고 앞으로 하원에서는 어떻게 될지에 모든 관심이 집중됐다. 이때부터 뭔가 될 것 같아 보이니 더 적극적으로 주의회에 쫓아가겠다는 한인들과 단체장들의 숫자도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