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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친일파재산 위헌법률심판청구’를 시작으로 리움박물관을 상대로 ‘현등사 사리구 반환’ 운동 등 반출된 불교문화재반환운동 참여. 2006년 동경대학 소장 <조선왕조실록> 오대산사고본 반환운동 주도. <조선왕실의궤> 환수운동 앞장서며 2011년 일본정부로부터 불법반출된 1205점의 문화재 돌려받는데 공헌했다. 지은책으로는 <조선을 죽이다> <의궤-되찾은 조선의 보물> <빼앗긴 문화재를 말하다>, 등이 있다. ‘문화재 제자리찾기’ 대표로 잘못된 우리 문화재의 진실을 바로잡는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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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스퀘어 한국광고판 유감

글쓴이 : 혜문스님 날짜 : 2013-03-09 (토) 13:54:57

 

2013년 1월. 뉴욕에 오자마자 제일 먼저 가본 것은 타임스퀘어 광장이었다. 거기서 나는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 있었다. 2011년 오세훈 서울시장 재직 당시 타임스퀘어 광장에 설치했던 서울시 광고가 아직도 걸려 있는지 알고 싶었다.

 

2011년 1월 뉴욕에 문화재 환수문제로 방문했던 나는 타임스퀘어 광장에 걸린 서울시 홍보 광고를 보고 깜짝 놀랐다. 세계의 중심이라 일컬어지는 맨하탄 한복판에 서울시 광고가 있다는 자부심에 사로잡힌 것은 잠시, 주머니에 손을 넣은 서양남자, 그리고 지붕 처마 위에 한복을 차려 입은 한국 여성이 환하게 웃고 있는 이 광고는 나를 한 없이 불편하게 했다.

 

숙소에 돌아와 곰곰히 불편한 감정의 원인을 되새겨 보고, 서울시가 왜 그런 광고를 했는지 관련 기사를 검색해 보았다. 서울시의 설명에 의하면 “타임스퀘어에 설치된 서울의 빌보드 광고판은 서울시가 미주권을 대상을 진행하고 있는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도시, 서울’ 의 컨셉에 맞게 처마위에 한복을 입은 여성(전통의 美)과 고층빌딩위에서 서 있는 양복차림의 외국인(현대의 美)을 이미지화 해 ‘로맨틱한 사랑이 서울에서 시작된다’ 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했다.(2010 12.31 아시아경제.< 서울시 빌보드 광고, 전 세계인이 본다>

 


 

우선 나를 불편하게 한 것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서양 남성과 한국 여성의 형상화 문제이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다는 것은 우리 문화의 입장에서 본다면 대단히 오만(傲慢)하거나 무례(無禮)한 자세이다. 우리 사회에서 누군가가 선배나 어른 앞에서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다면, 당장 누군가가 혼을 내기 마련이다. “주머니에 손 빼!”

 

둘째 로맨틱한 사랑이 서울에서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 서울시의 생각이다. 우리나라 여성을 도대체 어떻게 생각하기에 서양 남자가 서울을 방문하면 로맨틱한 사랑이 시작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우리 여성들이 서양 남자를 만나면 로맨틱한 사랑에 빠질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알려 주려 하는 것일까? 이것은 명백하게 한국 여성을 모욕하거나 ‘성적 노리개’로 여성을 비하(卑下)하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셋째 지붕 위에 올라가서 웃고 있는 여성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내가 아는 상식선에서 여자가 곱게 옷을 차려 입고 지붕 위에 올라가 웃고 있는 경우는 투신자살하려 하거나 아니면 미친X. 둘 중에 하나 뿐이다. 우리 문화의 배경에서 여성이 지붕 위에 올라간다는 것은 매우 휘귀하거나 이상한 사건이다.

 

게다가 그 여성이 밟고 서있는 건물이 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다. 여성의 발 아래 위치한 건물은 일반 민가에서 발견할 수 없는 팔작지붕에 단청(丹靑)이 되어 있는 한옥인데, 이런 건물은 우리 나라에서 궁궐이나 사찰 대웅전에서만 발견된다. 서울시 광고임을 고려한다면, 이 광고에 등장하는 한옥은 아마도 경복궁(景福宮) 근정전(勤政殿)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렇다면 이 여성은 한 나라의 궁궐 지붕위에 올라가 있는 아주 이상한 꼴이 되고 만다. 한마디로 이해가 가지 않는 모습이다.

 

2011년 뉴욕 방문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온 뒤, 나는 서울시를 비롯한 관계자들에게 이 광고가 문제가 있다고 몇 번이나 지적한 적이 있었다. 어떤 사람은 나에게 말했다.

 

“에이 스님께서 예술을 모르니까 하시는 말씀이죠. 작가의 표현의도를 존중해 주셔야죠.”

 

또 어떤 사람은 말했다.

 

“그냥 좋은 의도로 한 광고인데 너무 심한 지적이나 비난은 좋지 않을 듯하네요”

 

“그럼 자기 문화의 상징성과 관습을 무시하고 무조건 남보기 좋거나 예쁘게만 하면 예술이 됩니까?”

 

그들의 이견도 일리가 있는지라 나는 호되게 쏘아 부치려는 마음을 접은채 그냥 상황을 묵과하고 있었다.

 

2013년 1월 다시 타임스퀘어 광장을 찾았을 때 그 광고는 없었다. 오세훈 시장이 사퇴한 뒤, 박원순 시장으로 교체되면서, 문제의 광고는 사라진 모양이었다.

 

그런데 타임스퀘어 광장의 한 귀퉁이에서 다른 광고를 발견했다. 서울시 광고가 사라진 대신 잘 보이지 않는 한쪽 귀퉁이에 독도 광고가 있었다. 나는 물론 이 광고를 언론을 통해 접하긴 했었다. “9000마일(약 1만4484km)의 해안선과 3000여개의 아름다운 섬들, 한국의 매력을 발견하세요”하는 내용과 함께 독도 사진이 담겨져 있는 옥외광고였다 

 


▲ 타임스퀘어 광장의 독도광고. 독도를 배경으로 한국 방문을 홍보하고 있다. 독도근처에 요트를 즐기는 모습은 합성된 사진인 듯하다.

 

사실 이 광고를 직접 보기 전까지 나는 ‘독도가 대한민국 땅’이라는 내용인 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광고는 한국 관광을 선전하는 광고였다는 점은 좀 의외였다. 독도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관광지였나? 하는 의문이 슬쩍 들었다.

 

이 광고는 독도에서 요트를 즐기는 모습을 형상화 했는데, 독도를 관광지로 선전하려다 보니 사실과는 다르게 요트관광이 가능한 곳으로 묘사한 듯 했다. 독도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면, 그냥 정면으로 “독도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영토입니다” 라고 직설적으로 광고하면 될 일을 한국 방문과 독도를 무리하게 연결시킨 것은 좀 이상해 보였다. 나아가 “9,000마일의 해안선, 3,000개의 섬” 등을 언급한 대목은 자칫 우리나라가 섬 나라로 착각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 보였다. 더욱 나를 의아스럽게 한 대목은 “discovery unexpected charm of Korea” (‘예기치 못한 한국 매력의 발견) 였다.

 

문구 그대로를 연결해서 “한국을 방문하세요. 9000마일 해안선, 3000여개의 아름다운 섬들, 예기치 못한 한국매력의 발견” 이라고 읽어보면 아무래도 어색해 보였다. 명사인 ‘discovery’가 아닌 동사 ‘discover’를 사용해서 “한국의 매력을 발견하세요”라고 하는 쪽이 훨씬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주위의 미국분들에게 물어보니 그들도 ‘discover’가 자연스럽고 문법적으로도 맞는듯하다고 말하고 있다)

 


 

▲ 타임스퀘어 광장의 독도 광고. 빌딩 숲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다. 위치 선정이 그다지 좋지 않아 보인다.

 

물론 나는 타임스퀘어 광장에 거액의 돈을 들여 서울시를 홍보하려 했던 사람들, 독도광고(사실은 독도광고가 아니라 한국관광 홍보 광고이지만)를 진행한 사람들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그러나 조금 더 생각하고 준비했더라면 더 좋은 광고를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았을까? 우리 전통문화의 가치를 어떻게 형상화할 것인가? 독도를 어떻게 홍보할 것인가? 에 대한 정교한 고민없이 ‘이슈’에 매몰(埋沒)된 광고는 ‘대충주의’에 물든 시민운동에 대한 냉혹한 비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뉴욕타임즈에 게재된 이영애 비빔밥 광고가 나타난다. 영어로 설명하다가 벌어진 일이란 점을 감안하더라도 비빔밥 재료를 설명하면서 김을 일본식 표기인 ‘노리’라고 표기한 실수는 ‘완벽’에 다가가려는 진지함의 결여가 파생시킨 ‘웃을 수 없는 코미디’이다.

 


 

타임 스퀘어 광장의 광고가 애국심에 기초한 일회성 ‘한 건 했다’를 넘어 7천만 겨레 모두를 감동시키는 그날이 오기를 기다리며, 나는 ‘홍보 이벤트’에 빠져있는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에게 회초리를 든다.

 

이런 말을 기억하라.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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