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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적당히 타협하고 살다가 지하철 공짜로 타는 나이가 됐다. 더 늦기 전에 젊은 날의 로망이었던 세계일주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출가하듯 비장한 각오로 한국을 떠났다. 무대뽀 정신으로 좌충우돌하며 627일간 5대양 6대주를 달팽이처럼 느리게 누비고 돌아왔다. 지금도 꿈을 꾸며 설레이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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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내속에 처음 피어날때처럼

글쓴이 : 안정훈 날짜 : 2022-01-07 (금) 13:54:33


 

 

설핏 잠이 들었는데 갑자기 폭죽 터지는 소리에 놀라서 깨었다.

새해의 첫날을 터키의 안탈리아에서 요란한 폭죽소리를 들으며 맞이했다.

()을 물리치고 복()을 불러 오고 싶어하는 마음은 어디서나 똑같구나 .

 

다시 자려고 해보지만 쉽지가 않다.

인터넷 검색을 하다 시 한편이 눈에 확 들어온다.

 

 

* 선운사에서

- 최 영미 시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재작년 선운사에 동백꽃을 보러 갔었다.

붉은꽃이 땅으로 지는 모습이 왠지 처연해 보였다.

시인은 지는 동백꽃을 애처로워하는 마음을 시에 담았다 .

그런데 읽는 나는 먼저 간 아내 생각에 눈물이 났다.

나더러 어쩌라고? ?

그리움은 작아지기는 커녕 더 커지는거야?



 


스무살, 열 아홉살에

생애 첫 미팅에서 만나

딱 오십 년의 세월을 함께했다.

한번도 빼먹지 않고 제야의 종소리를 듣고 신년을 카운트다운하고 덕담을 나누면서 새해를 맞았다.

떨어져 있을땐 자정에 맞춰 통화를 했다.

하지만 이젠 얼굴도 볼 수 없고 목소리도 들을 수가 없다.

그리움과 눈물만 있다.

그래 이왕 우는거 오늘은 참지말고 일년치 다 쏟아 내야겠다.

 


 

< 2021년 마지막 날의 단상>

 

터키의 안탈리아에서 2021년의 마지막 날을 맞는다.

사흘 동안 쏟아 붓던 비가 그쳤다.

지중해를 마주한 카페에서 한 해를 돌아본다.

제주도에서 1년 살이하며 한 바퀴에 425km인 올레길을 6번 돌았다.

덕분에 몸과 마음이 많이 건강해졌다.

팬데믹 시대지만 제주도에 있는 동안 서울에 있을 때 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찾아주어서 만나는 행운을 누렸다.

 

제주 생활을 정리하고

서울로 올라와서 두번째 세계일주 여행을 준비하던 중에 청천벽력을 맞았다.

아내가 코로나 예방백신 주사를 맞고나서 갑자기 폐출혈로 세상을 떠났다.

하늘이 무너진듯 나는 허물어졌다.

많이 아팠다.

병원에 가고 약을 먹어도 소용이 없다.

코로나 유사 증세를 보이는 최악의 상태에 빠졌다.



 


두 딸들에게 뒷 처리를 맡기고 한국을 떠났다.

방에 누워서 죽으나 나가서 걷다가 죽으나 죽기는 마찬가지라 생각했다.

아내 먼저 보내고나니 죽음이 두렵지 않았다.

아내 뒤따라 가는데 겁날게 없지.

나이 칠십이면 살만큼 산거지.

다행히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이 나를 이해하고 성원과 격려를 보내주었다.

 

그렇게 터키의 이스탄불로 왔다.

몸은 계속 최악이었다.

지중해 연안의 세계적인 휴양도시 안탈리아로 옮겨 몸을 추스렸다.

제주도에서 매일 올레길을 걷듯이 하루도 빼먹지 않고 지중해 트레일을 걸었다.

20여 일이 지나서야 몸 컨디션이 겨우 회복되었다.



 


몸이 나아졌으니 며칠 후에는 조지아의 트빌리시로 떠나려한다.

그리고나서 다시 가는데까지 가보려고한다.

죽고 사는건 내 뜻대로 되는게 아니라 하늘에 달린거다.

오늘은 선물이다.

감사하며 기쁘게 살기로 했다.

 


 

<비 오는 날은 집밥이 최고!!>

 

사흘째 비가 계속 내린다.

내일까지 온다니 거의 장마 수준이다.

그런데도 안탈리아의 오늘 기온은 18도로 전혀 춥지 않다.

12월에 내리는 비가 마치 봄비같이 느껴진다.

비 오는 날 호텔에 혼자 있자니 답답하다. 우울해진다.

이럴 땐 비를 쫄딱 맞더라도 무조건 나가는게 답이다.

 

우산을 받쳐들고 비 오는 거리로 나왔다.

버스를 타고 이 곳에서 규모가 가장 큰 Migros Mall로 갔다.

우리나라 이마트나 홈플러스만큼 크고 전국적으로 체인이 많은 몰이다.

입구에서 큐알을 확인을 한다.

터키에 와서 처음으로 큐알 체크를했다.



 


슈퍼마켓으로 가서 며칠 동안 먹을 일용할 양식들을 샀다.

생선 코너에 있는 오징어가 싱싱해 보였다.

그냥 데쳐서 먹으면되니 조리의 편리성 때문에 망설임없이 쇼핑카트에 담았다.

한국 보다 저렴한 견과류와 방울 토마토도 사고 바로 먹을수 있는 볶은밥과 샐러드와 가지볶음도 담았다.

이것 저것 많이 구매했는데 영수증을 보니 우리 돈으로 35,000원 정도다.

카드 전용 계산대라기에 터키 와서 처음으로 크레딧 카드로 결제했다.

 

돌아오는 길에 강풍과 폭우를 만나 우산이 뒤집어지고 난리 블루스를 쳤다.

근처 스타벅스로 들어가 비가 좀 주춤해지기를 기다렸다.

비가 좀 약해지자 바쁘게 호텔로 돌아와 집밥을 차렸다.

, 오징어 데침, 식초 절인 오이와 야채, 고추장으로 차려놓으니 그럴듯한 한상 차림이다.



 


터키 음식이 다양하고 저렴하고 우리 입맛에도 잘 맞아서 먹는 불편함은 별로 못느끼고 지냈다.

비록 엉성하고 보잘것 없는 밥상이지만 역시 K- food의 오묘한 맛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제대로 먹으니 개운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비 오는 날은 집밥이 최고다.

집밥 한끼가 나홀로 여행자를 행복하게 한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안정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an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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