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요즈음은 혼자서 지구 반대편을 여행해도 객창감(客窓感)을 전혀 느낄수가 없다.
SNS라는 보이지 않는 다리로 실시간 연결되기 때문이다.
매일 한국 뉴스를 보고 가족이나 지인들과 소통한다.
그 중에서 아내의 친구분들이 보내준 가슴 따뜻해지는 메세지가 나에게 큰 힘을 주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1. 오늘 부산에 와서
낮선 책방을 갔다가
반가운 책을 보니
생각이 났습니다
건강 잘 챙기세요
힘내세요 힘내세요
책보고 반가운 마음에 문자 드립니다.
다음 책도 기다립니다.

2. 좀 아까는 엄마 친구 해진이모가 동치미랑 단호박 말린거 가지고 오셔서
언니랑 같이 인사하고 만났어요.
커피랑 빵이랑 먹고 이야기 나누다가 가셨지욥^-^♡
아빠 페이스북도 열심히 보고 배우고계신대용ㅡ(굿)(굿)
응ㅡ감사하지요ㅡ
엄마 이야기도하고 좋은 이야기들도 많이 해주시고 가셨어융^^
가져오신 동치미에 아삭아삭 밥 먹었어욥

3. 매일 보내오는 손주들 모습이 날 미소 짓게하고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최고의 비타민이다.
<킴 쉐프가 왔어요>
터키에서 만나 즐겁게 지내다가 헤어지면서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던 한국분이 있다.
나는 조지아를 거쳐 이집트 다합으로 왔다.
그는 헝가리로 갔다가 조지아를 여행하기 위해 터키로 다시 돌아갔는데 50년 만의 폭설로 발이 묶였다.
내가 다합에서 꿀잼을 빨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바로 티켓팅해서 날아왔다.
그는 예전에 서울 신천 먹자 골목에서 고깃집을 크게 했던 알아주는 한식 쉐프다.
현재는 몽골에서 150마리의 말과 수십 동의 게르를 운영하는 여행사 사장님이다.
오자마자 로컬 시장부터 찾았다.
역시 쉐프는 다르다.
소스만 9가지를 구입했다.
소고기, 닭고기, 과일, 채소, 쌀, 계란, 생선 통조림 등의 먹거리를 구매했다. 그리고 현지에서 오래살고 있는 코리안들도 다합에는 없다고 얘기했던 한국 라면까지 찾아내서 싹쓸이 해왔다.
확실히 장보는 스케일부터가 다르다.

구입한 식자재가 들고 걸어오기에는 넘 벅찰 정도라서 처음으로 닛산 트럭 택시를 탔다.
다합은 택시가 닛산 트럭이다. 앞 좌석은 운전기사와 그의 동료가 탔고 우린 뒷좌석에 탔다.
트럭 뒤쪽 회물칸에 실은 식자재. 기본 요금은 20 이집트 파운드(1,600원)다.
그래도 딴소리 할지 몰라 탈 때 요금을 확인했는데 20파운드라고 했다. 하지만 내릴때 20파운드를 주니 10을 더 달라고 한다.
무시하고 20파운드만 주고 내리자 험악하게 인상을 써가면서 자긴 30이라 말했다고 우긴다.
내가 그냥 가려고 하는데 킴쉐프가 10을 꺼내서 주고 말했다 그깟 800원 때문에 기분 상할 필요 없잖아요.
어느 나라든 못된 택시 기사는 비슷하다.
오자마자 여기 와서 인연을 맺은 사람들을 모두 초대하고 준비를 시작했다.
불고기, 잡채, 에그 스크램블, 불 조절이 잘된 맛난 쌀밥에 조니 워커와 맥주가 차려졌다.
디저트까지 이어진 식사는 무려 5시간이 지난 자정 무렵이 되서야 끝이 났다 .

참석자는 30대 부터 40대,50대,60대, 70대 까지 다양한 연령이 한자리에 모였다.
무려 최고 40년 이라는 넘사벽의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즐거웠다.
고양이에게도 맛난 참치캔을 나누어 주었다.
웃고 떠드느라 업된 기분을 식힐 겸 밤 바다로 나왔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나오긴 처음이다.
킴 쉐프가 넘넘 좋아한다.
나도 평화로운 밤바다가 너무 좋다.

바닷가 야외 테이블에 앉아 진저 티를 마시며 들은 그의 명언에 감탄했다.
"내가 태어날 때 세상은 시작되고 내가 죽을 때 세상은 끝이 난다. 나 부터 즐거워야 부모도 자식도 친구도 즐겁다. 내가 매일 매일 행복해야 세상도 이웃도 매일매일 행복하다."
명장 김 쉐프는 인생도 맛나게 산다.
유쾌 상쾌한 킴 쉐프의 등장으로 나의 아프리카 생활은 제대 앞둔 말년 병장 보다 더 늘어지게 생겼다.
감사하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안정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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