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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훈의 ‘혼자서 지구한바퀴’
세상과 적당히 타협하고 살다가 지하철 공짜로 타는 나이가 됐다. 더 늦기 전에 젊은 날의 로망이었던 세계일주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출가하듯 비장한 각오로 한국을 떠났다. 무대뽀 정신으로 좌충우돌하며 627일간 5대양 6대주를 달팽이처럼 느리게 누비고 돌아왔다. 지금도 꿈을 꾸며 설레이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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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건 추억 , 나쁜 건 경험

생각을 바꾸니 짜증 대신 웃음이..
글쓴이 : 안정훈 날짜 : 2019-04-30 (화) 20:25:13
안정훈의 혼자서 지구한바퀴 (21)

             

 

두번째 위조지폐 경험은 캄보디아의 씨엠립에 있는 한국 식당에서였다. 100달러 지폐를 냈더니 종업원이 한 눈에 보고 가짜라고 말했다. 이런 경험이 처음이 아니고 벌써 두 번째였지만 역시나 당황 할 수 밖에 없었다. 보통 사람들은 평생에 한 번도 경험하기 어려운 일을 나는 한 해에 두 번이나 당했다. 외국 사람들은 호구를 알아보는 재주가 있는게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들었다.

 

할 말을 잃고 카운터 앞에 서 있는데 한국인 주인이 오더니 이곳에서는 이런 일이 자주 발생 한다면서 너무 놀라지 말라고 안심 시켜 주었다. 그나마 한국 식당이라서 다행이지 만약 현지인 식당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으면 어떤 상황이 벌어 졌을까? 다행히 가지고 있던 나머지 100불 짜리 지폐들을 확인해 보니 이상이 없었다.

 

한국인 사장님은 위변조 지폐 식별법을 하나하나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가짜 달러는 손가락으로 만져 보면 확인하는 부분에 까칠 까칠한 촉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밋밋하다. 불 빛에 홀로그램 부분을 비춰 봐도 음영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건 알겠는데 나를 빵 터지게 만든 건 가짜 지폐 아래 부분에 COPY 라고 찍혀 있는 글씨를 발견 한 순간 이었다. 세상에나 이건 장난도 아니고 우롱하는 거야 뭐야 ? 난 어이가 없었다. 나의 덜렁 덜렁이 창피 했지만 웃음이 터져 나오는 걸 참을 수가 없었다.

 

나는 이미 오래 전에 한국에서 바꿔 간 달러를 다 써 버려서 현지 은행 ATM에서 수수료를 내고 인출해서 쓰고 있었다.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 도착 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캄보디아는 자기네 화폐인 리알 (RIAL)과 미국 달러를 같이 사용했다. 1달러가 4000리알 정도 했다. 리알로 계산을 하려면 돈을 뭉탱이로 내야 하기 때문에 불편해서 인지 자기 나라 화폐 보다 달러를 선호했다.

 

프놈펜에 도착해서 알아보니 ABA은행 ATM에서 달러 인출이 가능했다. 한 번에 980 USD 까지 인출 할 수 있고 수수료는 금액에 상관없이 1회 당 9불이었다. 최대한 많이 인출하는 게 그나마 이익이라서 980불을 인출했다. 그 때 찾은 9장의 100불 짜리 지폐 중에 가짜가 한 장 섞여 있었던 것이다. 은행 안에 있는 ATM이라서 믿었는데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힌 셈이었다. 은행에서 인출했으니 문제 없겠지 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다. 그 자리에서 바로 확인하지 않은게 실수였다.

 

캄보디아는 가짜 돈이 많아 1불 짜리도 꼼꼼하게 확인 한다. 가짜는 물론이고 구겨지거나 낙서가 있거나 훼손 된 돈은 절대로 받지 않는다. 현지인들이 가짜나 훼손 된 돈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주로 확인이 소홀한 한국 사람들에게 거스름 돈을 줄 때 섞어서 준다고 한다. 돈을 찾거나 받으면 바로 그 자리에서 확인해야 한다.

 

일이 벌어지고 나서 후회 한 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내 능력으로 해결 할 수 없는 문제는 빨리 잊어버리는 게 상책이다. 순간적으로 은행에 가서 따져 볼까? 했다가 바로 접어 버렸다. 따지기보다는 빨리 잊어 버리는게 나에게 더 이익이라는 걸 알기에 쉽게 마음을 정했다. 아마도 ATM 관리를 맡은 대행 회사의 직원이 현금을 기계에 넣을 때 바꿔치기 한게 아닐까 추측할 뿐 이었다. 그런데 하필 나한테 그 위조 지폐가 걸려들게 뭐람.

 

시엠립에 있는 내가 프놈펜에 있는 은행을 찾아가서 따져 본들 결과는 안 봐도 비디오였다. 은행에서 "아 그러세요? 미안합니다. 진짜 돈으로 바꿔 드리겠습니다." 하며 해결해 줄리는 만무 하다. 오히려 나에게 책임을 뒤집어 씌우고 발뺌 할 게 뻔 했다.

 

이젠 여행의 내공이 좀 쌓인 것 같다. 예전에 이런 일을 당 했다면 열 받아서 씩씩 거렸을 것이다. 하도 황당한 경험을 많이 하다 보니 이제는 이력이 난 것 같다. 허접한 칼러 복사에 COPY 라는 글자 까지 찍힌 가짜 돈을 보면서 깔깔 대고 웃어 버리고 넘겼다. 좋은 건 추억이고 나쁜 건 경험이라고 하지 않는가?

 

비싼 수업료 내고 또 하나 새로운 걸 배운 셈 치기로 했다. 생각을 바꾸니 짜증 대신 웃을 수 있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안정훈의 혼자서 지구한바퀴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anjh

 

 

 

 


1 백달러카피.jpg

씨엠립에 있는 대박 식당에서 내가 낸 100달러 짜리가 위조지폐였다. 다행히 여사장님이 내가 놀라지 않도록 잘 설명해주어서 크게 당황하거나 열 받지 않고 웃으면서 추스릴 수 있었다. 제일 웃기는게 좌측 아래 COPY라고 찍혀 있는 것 이었다. 처음에 가짜라는 걸 알고 당황하고 화가 났었는데 COPY라는 글자를 보는 순간 빵 터지고 말았다. 지금은 귀한 여행 기념품 중에 하나가 됐다. 후회하지 말자

 

 

 

2 캄보디아 ATM.jpg

20181129일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 시내에 있는 ABA 은행 ATM 에서 수수료 포함 989 달러를 출금 했는데 그 중에 100불 짜리 하나가 가짜 였다. 방심하면 코 깨진다는 말이 맞았다. 특히 해외 나가면 확인 또 확인 해야 한다. 믿을 사람 하나도 없다. 남 탓 해봐야 아무 소용 없다. 모든게 내 책임이다.

 

 

 

3 씨엠립.jpg

씨엠립 워킹 스트리트의 화려한 밤 거리. 내가 10년 전에 갔을 때 와는 너무나 많이 변했다. 그 때는 비포장 길이 많아 숙소에 돌아와 샤워하면 머리에서 황토물이 줄줄 흘렀었다. 씨엠립 시내는 홍대앞 이나 이태원 처럼 변했지만 앙코르와트 사원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만약 외국인이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 한다면 경복궁이나 덕수궁을 계속 찾아 갈까 ?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봤다. 앙코르와트 사원도 처음 볼 때가 좋았었다. 이번에 가서는 시내와 정글과 강을 찾아 다녔다.

 

 

 

5 서민의 삶.jpg

아무리 상전벽해의 변화와 발전이 됐다고 해도 고달픈 서민들의 삶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뚝뚝이 기사의 휴식 모습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 같았다.

 

 

 

 

7 씨엠립 한국식당.jpg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며 현지 한국 식당은 거의 다 가봤다. 씨엠립에 있는 한국 식당은 대박집이 아니라도 모두가 가격 대비 가성비 최고였다. 중요한 것은 한국이나 외국에 있는 한국 식당은 거의가 삼겹살은 2인분 이상만 파는데 여기는 1인분도 절대 마다 하지 않고 맛깔나게 준비 해 준다. 군고구마가 별미 였다. 지금 필리핀에 있으며 이 글을 쓰는데 여기도 삼겹살은 2인분 이상만 판다. 삼겹살 한번 먹으려면 선수 모집해서 가야 한다.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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