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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무덤의 배낭여행기
‘빈무덤(허광)’ 장기풍은 평화신문 미주지사 주간으로 15년 간 재직 후 은퇴하여 지금은 방랑여행과 글쓰기로 소일하고 있다. 미국 46개주와 캐나다 10개주 멕시코 쿠바 에콰도르 및 이탈리아 네덜란드를 배낭여행했다. 특히 원주민지역 문화와 생활상에 관심을 갖고 있다. 2014년 봄에 70일간 조국을 배낭여행했고 2017년 가을엔 45일간 울릉도와 남해안 도서를 배낭여행했다. 조국의 평화통일과 민족의 화해,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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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촛불

글쓴이 : 빈무덤 날짜 : 2019-12-24 (화) 22:37:46

 

 

대림환(待臨環)의 마지막 촛불이 켜졌습니다. 이제 가장 낮은 모습으로 세상에 오시는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기념하는 성탄축제가 다가왔습니다. 저는 주일 전날 어머님이 계신 공동묘지를 찾아 수많은 무덤 사이를 거닐며 모처럼 사색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많은 무덤들이 성탄을 상징하는 빨간 리본과 함께 대림환이 높여 있었습니다. 마치 사자(死者)들의 세계에도 성탄의 소식을 전하는 것 같았습니다.



Adventwreath.jpg

Advent Wreath www.en.wikipedia.org


 

묘비를 하나하나 읽으며 무덤사이를 걸었습니다. 대부분 간단한 고인의 이름과 생몰일자와 함께 짧은 성경구절을 적었지만 어느 묘비에 적힌 글귀가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Life is short and death is eternal”(인생은 짧고 죽음은 영원하다) “, 영원한 죽음을 살기 위해 짧은 세상에 때어났구나하는 깨달음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망자들의 생몰연월을 보면 갓난 아기부터 백 살에 이르는 다양한 기간을 이승에 머물다 영원한 저승으로 떠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73세의 저도 다른 사람 평균 이상으로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죽더라도 이상할 것이 조금도 없다는 생각입니다.

 

공동묘지 몇몇 곳에는 이날도 하관식이 거행되고 있었습니다. 한 곳에서는 트럼펫 악사까지 동원해 구슬픈 멜로디를 들려줍니다. 수십 명 조객들은 관이 묘지 위에 놓이자마자 자리를 뜨면서 금방 즐거운 듯 깔깔거리며 인사를 나누고 각자 차에 오릅니다. 망자에 대한 슬픔보다는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과의 재회가 더 기쁘고 즐거운 모양입니다.

 

순간 두려움이 몰려 왔습니다. 죽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주어진 짧은 이승에서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가, 나 죽으면 이승에 남은 사람들이 과연 나를 기억이나 할지, 몇 사람이 기억한다 해도 어떤 모습으로 기억할지 두려웠던 것입니다. 이튿날 미사에 참례하면서도 온통 그 생각이었습니다.

 

이날 시편 화답송이 머리를 때립니다. Who can ascend the mountain of the LORD? or who may stand in his holy place? One whose hands are sinless, whose heart is clean, who desires not what is vain. who desires not what is vain.(누가 주님의 산에 오를 수 있으랴? 누가 그 거룩한 곳에 설 수 있으랴? 손이 깨끗하고 마음이 결백한 이, 헛된 것에 정신을 팔지 않는 이라네)

 

저는 물리적 의미의 천당과 지옥은 믿지 않습니다. 그러나 영원한 죽음을 생각하면서 나 자신이 과연 떳떳한 마음으로 저승으로 향할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나름 치열하게 인생을 살아왔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이 이기적 삶이었는지 이타적 삶이었는지 곰곰 살펴보면 자신을 잃게 됩니다. 이제 노년에 들어 다시 인생을 새로 시작할 수도 없을 테니 남은 잔여 수명만이라도 더욱 이타적인 삶을 살아야겠다는 다짐이지만 그 생각이 얼마나 갈지는 저 자신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헛된 것에 정신을 팔지 않는 이라네만을 생각합니다.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다리면서 나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는 지독한 아이러니입니다.

 

(2019.12.23. 虛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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