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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무덤의 배낭여행기
‘빈무덤(허광)’ 장기풍은 평화신문 미주지사 주간으로 15년 간 재직 후 은퇴하여 지금은 방랑여행과 글쓰기로 소일하고 있다. 미국 46개주와 캐나다 10개주 멕시코 쿠바 에콰도르 및 이탈리아 네덜란드를 배낭여행했다. 특히 원주민지역 문화와 생활상에 관심을 갖고 있다. 2014년 봄에 70일간 조국을 배낭여행했고 2017년 가을엔 45일간 울릉도와 남해안 도서를 배낭여행했다. 조국의 평화통일과 민족의 화해,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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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라장속에서 피는 희망

뉴욕에서 벗님들께 보내는 여섯번째 편지
글쓴이 : 장기풍 날짜 : 2020-04-17 (금) 11:08:09

 

예수, 참으로 부활하셨도다. 알렐루야!!!

 

사랑하고 존경하는 벗님 여러분, 예수님 부활을 축하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휩쓴 뉴욕은 침묵 속에 맞이하는 부활대축일입니다. 성목요일의 세족례, 성금요일 십자가 행령과 경배와 무덤조배, 부활성야의 긴 독서와 부활찬송(Exsultet)도 불과1년 사이에 감미로운 추억으로 회상됩니다.

 

예수님께서는 부활하셔서 빈무덤을 남기셨지만 이곳 공동묘지에서는 수많은 빈무덤을 만들고 있습니다. 장례식장과 묘지마다 예약이 쏟아지지만 관이 없어 시신들을 냉동차나 창고에 임시 보관하는 실정으로 공동묘지에서는 하관식(下棺式)을 못하고 예약된 묘지들을 조성하기 위해 수십 대 포크레인을 동원해 수많은 빈무덤을 만들고 있습니다. 공동묘지의 아름답던 파란 잔디밭은 여기저기 파헤친 흙더미로 살벌한 광경이 되었습니다.

 

브롱스 해안에 버려진 무인도 Hart Island는 코로나 희생자를 집단매장지가 되었습니다. 방호복을 입은 인부들이 긴 구덩이를 파고 수십 년 전 한국처럼 얇은 소나무 관에 담은 시신을 2열로 나란히 쌓아 매장하는 광경이 보도되었습니다. 훗날 유족들이 찾을 것을 대비해 관에는 매직 팬으로 망자의 이름을 휘갈겨 놓았습니다.

 

이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기는 합니다. 미국 전체가 아닌 뉴욕주 사망자가 매일 7~8백 명씩 증가하고 있습니다. 12일 현재 9,385명이지만 내일이면 1만 명을 넘어섭니다. 뉴욕주는 남한인구의 3분의1입니다. 만일 한국에서 사망자가 3만 명이 나온다고 한다면 모르긴 해도 나라가 뒤집어졌을 것입니다. 뉴욕이 지금 그런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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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아수라장 속에서도 새로운 희망이 움트고 있습니다. 마치 19432차 대전의 참화가 한창이던 이탈리아 북부 트렌토시가 폭격에 휩싸여 있을 때 끼아라 루빅을 중심으로 시작된 포콜라레(Focolare) ‘벽난로 운동처럼 함께 나누고 연대하는 운동이 한인사회에도 조용히 시작되고 있습니다.

 

뉴욕에서 코로나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의 40%가 감염되었다는 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병원에서는 마스크 공급이 여의치 않아 한 개로 5일 이상 사용하라는 지침이고 그나마 사비(私費)로 충당하라는 것입니다. 간호사는 한인여성들이 대거 진출하고 있는 분야입니다. 이에 동포사회 일각에서 조용히 마스크 보내기 운동을 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기부하는가하면 모 대학 동창회에서는 5천불을 선뜻 기부하는 등 코로나 일선에서 감염위험을 무릅쓰고 일하는 백의의 천사들에게 온정이 답지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인단체들은 서로간의 갈등과 불화도 있었지만 코로나와의 전쟁 앞에서는 서로 연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치 몇 명의 선의의 사람들이 77년 전 분열(分裂)과 갈등(葛藤)으로 얽힌 세상에 '서로 간 사랑과 모든 이의 일치'를 목적으로 시작한 벽난로포콜라레 운동이 지금 모든 종교를 초월한 수백만 명이 다양한 분야에서 같은 목적으로 활동하는 것처럼 이러한 희망의 바이러스가 계속 퍼져나가 더 나은 세상을 후손들에게 길이 물려주는 계기가 되기를 기도해 봅니다.

 

뉴욕의 각급 학교도 여름방학 때까지 휴교를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사실상 한 학기를 건너뛰는 셈입니다. 언제쯤 뉴욕의 성당과 교회에서 목청높이 예수 부활하셨도다, 알렐루야성가가 울려 퍼질지는 모르겠습니다. 벗님들의 기도를 청합니다. 다시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412일 예수부활 대축일에

 

뉴욕에서 장기풍 드림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빈 무덤의 배낭여행기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b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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