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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무덤(허광)’ 장기풍은 평화신문 미주지사 주간으로 15년 간 재직 후 은퇴하여 지금은 방랑여행과 글쓰기로 소일하고 있다. 미국 46개주와 캐나다 10개주 멕시코 쿠바 에콰도르 및 이탈리아 네덜란드를 배낭여행했다. 특히 원주민지역 문화와 생활상에 관심을 갖고 있다. 2014년 봄에 70일간 조국을 배낭여행했고 2017년 가을엔 45일간 울릉도와 남해안 도서를 배낭여행했다. 조국의 평화통일과 민족의 화해,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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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가 부러운 저의 立春之節입니다.”

뉴욕에서 벗님들께 보내는 마흔한 번째 편지
글쓴이 : 장기풍 날짜 : 2021-02-07 (일) 10:40:04

 

벗님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 23일은 중국, 한국에서는 입춘(立春)이며, 미국과 독일에서는 하루 전에 그라운드호그 데이를 지냈습니다. 입춘이나 그라운드호그 데이나 봄을 맞이하는 절기로 기념하는 민속적 의미는 같습니다. 모두 농경사회의 유산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중국에서는 입춘이 되면 동풍이 불고, 얼음이 풀리며, 동면(冬眠)하던 벌레들이 깨어난다고 전해집니다.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는 독일 이민자들의 민속으로 전해진 그라운드호그 데이에 핸들러라 불리는 마을 원로가 동면 중이던 그라운드호그(두더쥐 일종)를 굴에서 끄집어내 단상에 올려놓습니다. 이때 그라운드호그가 자기 그림자를 보면 겨울이 6주 이상 더 지속되고 날씨가 흐려 그림자를 보지 못하면 반대로 봄이 일찍 온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펜실베니아 그라운드호그는 겨울이 6주간 더 지속되고 뉴욕 그라운드호그는 봄이 일찍 올 것으로 예고했습니다. 독일의 전통적인 민속행사로 결과는 믿거나 말거나입니다. 그러나 올해는 이날 펜실베니아나, 뉴욕, 뉴저지 등 동북부 일대가 봄 대신 몇 년 내 최악의 폭설로 뒤덮었습니다. 제가 사는 지역도 이틀에 걸쳐 50센티가 넘는 대설이 내렸습니다. 다행히 지난번과 달리 이웃들의 도움으로 제설작업 고생은 덜했지만 마을과 길에는 허리까지 차는 눈 더미가 보행과 교통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25년 전 살던 캐나다 겨울의 전형적인 풍경을 다시 보는 듯했습니다.

 



폭설과 함께 코로나도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미 전체 확진자는 2,730만 명에 사망은 47만 명에 달합니다. 캘리포니아가 340만 확진자로 가장 심각하며 텍사스 250, 플로리다 175, 뉴욕 150만 명입니다. 미 전역에 안전지대가 없습니다. 제가 사는 인구 250만 롱아일랜드도 28만 명 확진에 사망은 5,600명이 넘습니다. 그런데다 며칠째 백신부족과 폭설로 백신접종이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요즘 바이든 대통령과 각 주지사와 지자체장들은 온통 백신확보에 매달리는 실정입니다. 설상가상 전국에서 변형바이러스가 계속 나타나고 있어 방역당국이 애를 태우고 있습니다. 다행히 전임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 대통령이 적극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서는 것은 희망적입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회는 여전히 트럼프의 의회폭동 선동사태 뒷수습으로 바쁩니다. 곧 상원에서는 하원에서 송부한 트럼프 탄핵문건을 처리할 계획이지만 트럼프 측 탄핵 변호인들은 대부분 변론할 것이 없다며 사퇴했습니다. 또 조지아주 출신 연방하원 마조리 그린 의원이 QAnon 음모론 신봉자로 밝혀져 하원 교육위원회 등 모든 상임위원회에서 축출되었습니다. 초선인 그녀는 공개적으로 펠로시 하원의장을 쏘아죽이겠다고 발언하고 권총까지 사무실에 반입해 사람들을 경악하게 했습니다. 트럼프의 황당한 행동과 추종자들의 음모론이 미국 민주주의 근간(根幹)을 뒤흔들고 있는 것입니다.

 

며칠 전 저에게도 바이든과 펠로시 하원의장 등은 이미 트럼프에 체포되어 전자발찌를 차고 있는 신세로 곧 형무소에 옮길 계획이라는 황당한 한국발 유투브 영상이 전달되었습니다. 이를 받은 분들과 상의해 FBI에 신고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자료를 수집 중입니다. 이런 가짜정보와 음모론은 선량한 사람들을 현혹시켜 사회에서 조현병자(調絃病者)로 취급당하게 할 뿐 아니라 사회질서와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받게 하는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조리 그린 의원도 스스로는 국가를 사랑하는 애국자라고 확신하고 있을 것입니다. 16일 미 의사당 공격도 이러한 음모론을 신봉하는 애국자들을 대상으로 한 트럼프 선동에 의한 폭동입니다.

 

폭설로 뒤덮인 해변은 언제나 아름답습니다. 이날은 가까운 해상에 길이 2~30미터 쯤 되는 용도를 알 수 없는 배 한척이 침몰되어 조타실(操舵室)만 물위에 보입니다. 잠수부들이 배에 밧줄을 감아 인양하려는 듯 침몰선 주위에서 작업 중입니다. 당사자들에게는 재난이지만 멀리서 구경하는 사람들에게는 흔한 풍경 중 하나로 보일 뿐입니다. 이와 함께 해변 숲속 작은 나무들은 가지마다 백설의 꽃으로 환한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모래밭은 여전히 갈매기들이 장악하고 있고 어느 정도 제설이 끝난 주차장에는 비둘기 떼와 갈매기들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지난 가을부터 캐나다에서 무리지어 내려온 캐나다 거위들은 해변가와 도로 중앙분리대의 바람에 눈이 휩쓸려 조금 드러난 잔디에 모여 땅을 헤집고 있습니다. 영어로 구스(goose)라고 하는 오리과에 속하는 캐나다 거위들은 연한 풀을 뜯어먹는 초식동물이라 겨울철에는 남쪽으로 내려왔다가 봄에는 다시 북쪽으로 날아가는 철새입니다. 그러나 이번 같은 폭설에는 날짐승도 먹이를 찾느라 고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캐나다 기러기는 동네 공원에도 많아 평소 흥미 있게 관찰했습니다. 이들도 일부일처로 봄에 새끼들이 멀리 비행할 수 없으면 암컷과 수컷이 새끼들과 이곳에 남아 키우면서 동료들이 올 때까지 여름을 지냅니다. 새벽에 산책하면 수많은 거위들이 잔디밭에서 잠을 자는 가운데 사방에 커다란 거위들이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경계하는 모습을 봅니다, 차도를 건널 때도 앞뒤에서 부모가 보호하면서 작은 새끼들을 무사히 건너편으로 데리고 갑니다. 자동차들도 이들이 지나갈 때까지 서두르지 않습니다. 늘 보는 광경이지만 항상 새롭게 느껴집니다. 해변의 캐나다 거위들도 갈매기나 오리 떼와 섞이지 않고 잔디와 물이 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무리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들도 4월경에는 하늘높이 V자를 그리며 고향으로 날아가게 될 것입니다. 수명이 4~50년이고 지능도 뛰어난 날짐승이라고 합니다. 이들의 질서 있는 단체생활과 새끼를 키우는 모습을 보면 날짐승에게 배워야 할 것도 많다고 느껴집니다. 저도 올해로 이민생활 33년입니다. 예수님의 지상생활과 같은 햇수로 결혼생활 45년의 4분의3을 해외에서 떠돈 셈입니다. 이제는 지친 몸을 이끌고 조국으로 날아가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을 보내고 싶은 마음도 생깁니다. 고향으로 날아갈 철새가 부러운 저의 立春之節입니다.

 

그리운 벗님여러분, 또 소식 전하겠습니다. 찾아 뵐 수 없어 이렇게 편지로 대신하는 것입니다. 다시 얼굴을 대할 때까지 부디 안녕히 계십시오.

 

202126

 

뉴욕에서 장기풍 드림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빈무덤의 배낭여행기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b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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