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지하철 내부와 지하철역, 이발소 등을 몰래 카메라에 담은 동영상(動映像)이 인터넷에 공개돼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스티브 공(Steve GOong)이라는 사진작가가 찍은 10분47초짜리 동영상은 지난 2월 13일 VIMEO라는 사이트에 처음 올려진 뒤 15일 하루에만 4만명이 볼 정도로 관심이 뜨겁습니다
‘평양 스타일-북한 이발’ 이라는 이 제목의 동영상은 스티브 공 씨가 지난해 10월 두번째로 평양을 방문, 감시원의 눈길을 피해서 찍은 것으로 평양 이발소(理髮所)에서 자신의 머리를 깎는 모습을 소개하며 평양 지하철 역과 거리 곳곳에서 만나는 시민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공 씨는 카메라에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기능을 이용, 이 동영상을 찍었으며 북한 방문 수주전부터 카메라를 목에 걸고 걸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찍는 연습을 거듭했다고 합니다.
이 동영상은 지하철 내부모습으로 시작돼 지하철에서 내릴 때는 “조심 조심” 이라고 외치는 평양시민들의 목소리가 들리며 이발소에서는 “어케 깎으시갔습니까” 하는 여성 이발사의 물음에 다소 서툰 우리 말로 “평양, 평양 스타일”이라고 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김혜선이라는 이름의 여성 이발사는 동영상 중간에 사진(사실은 비디오)이 촬영되고 있음을 어렴풋이 알고 “왜 찍나요? 왜, 왜 찍나, 왜 사진 찍나요? 왜 왜 으응응 속상해” 하는 애교스런 말도 합니다.
머리 깎는 중간중간에 노래를 배경으로 나오는 평양의 모습은 먼저 지하철역이 나오고 끝없이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볼 수 있습니다.
내려가도 내려가도 끝이 없는 에스컬레이터는 마치 거대한 동굴(洞窟)로 한없이 빨려 들어가는듯한 느낌을 줍니다.
에스컬레이터가 끝나는 곳에서 만나는 지하철역의 복도를 걸어가는 사람 중에는 한복입은 여성들이 많은 것이 색달라 보입니다.
어머니의 전화를 받는 여자 이발사의 자연스런 모습도 담겨 있고 면도를 하고 머리를 감겨주는 풍경도 우리네 이발소와 똑같습니다. 접히는 세면대는 다소 이채롭습니다.
‘진달래야 진달래 조선의 진달래’ 하는 배경음악은 너무나도 애잔합니다. 그 음악속에 차에서 찍은 듯한 평양시내의 모습들이 영화의 흑백필름처럼 지나갑니다.
김일성과 김일성이 나란히 서있는 모습아래로 펼쳐진 엄청난 화단에는 '65돐'이라는 글이 선명합니다.
그리고 1946-2010 이라는 숫자가 보이는 것으로 봐서 지난해 북한건국 65주년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뒷부분에는 관광버스, 외국인 관광객을 태운 것으로 보이는 관광버스에서 한복을 입은 안내원이 노래(아마도 중국노래인듯)를 부르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관광버스에는 TV모니터가 달려있어 마치 우리의 관광버스를 보는듯 합니다.
조금 놀라운 부분, 약간은 가슴이 찡하기도 한 부분은 맨 마지막입니다. 이 여자 이발사가 스티븐 공 씨에게 써준 쪽지가 공개됩니다.
‘2010년 10월 9일 김혜선’이라고 쓰인 쪽지에서 그녀는 ‘나의 조국에 더 자주 방문해 달라’고 적었습니다.
평양여자이발사 김혜선, 환하게 웃는 그녀의 모습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동영상을 본 느낌, 글쎄 뭐라고 할까요 ‘사람이 살고 있었네’ 라는 말이 적당하다고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