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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사회 초년생이 온몸으로 느끼는 우리 사회의 모습. 세상은 이런 곳이라는 어쩌면 잔혹하고 때로는 따뜻한 반전 이야기. 젊은 게 한 밑천! 스펙이나 취업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는 겁없는 위로를 건네기 위한 호기 가득한 글. 경제학과 출신의 학원 국어강사. 국어강사 출신의 옷가게 직원. 경제, 국어, 장사. 셋의 묘한 조합에서 찾아본 한국! 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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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돈같이 벌어야 돈같이 쓰지

글쓴이 : 최보나 날짜 : 2011-06-11 (토) 22:56:25

 

한번은 친구가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던 중 카페에서 시급(時給)을 5만원씩이나 준다길래 면접 약속을 잡고 그 곳을 물어물어 찾아갔더랬다. 그런데 카페가 있어야할 그 입구에는 붉은 글씨로 떡하니 ‘키.스.방’이라고 적혀 있더라는 것.

친구는 너무 놀라 멍하니 쳐다만보다가 어딘지 모르게 더러워진 기분으로 털레털레 집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일단 시급이나 일당이 세면 의심부터 해보고 봐야하는 건데 순진하기도 했다.

구인구직 사이트에는 이런 일자리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숙식제공’, ‘출퇴근 차량제공’, ‘출근하고 싶은 날만 출근’. 보통 이런 조건을 내건 일자리는 일당도 세다. 하루 최소 30만원. 원하는 연령대는 스무 살부터 스물다섯까지. 모집 글은 가게이름만 보지 않는다면 굉장히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에서 예의 격식 모두 차리고 그저 커피만 한잔 따라주면 모든 일이 끝나는 것처럼 보인다.

틀에 갇혀 앞만 보고 달려야했던 12년의 감옥과도 같았던 학교생활이 모두 끝나는 고3의 11월. 그때 고3들은 어찌할 바를 모른다. 12년을 꿈꿔오던 그 자유의 순간이 막상 앞에 펼쳐지면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 그럼 이제 고3이 제일 먼저 하려고 하는 것은 무엇일까. 부모님께 무릎 꿇고 싹싹 빌기? 그보다도 먼저 다음해의 수능을 준비하기? 아니, 아르바이트 자리 찾기다. 돈이 있어야 자유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제각기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시도 때도 없이 실시간 검색을 하며 이것저것 따져본다. 출퇴근 시간과 거리, 시금과 일의 종류…. 이것이 10대가 처음으로 사회와 만나게 되는 과정인 것이다.

그 과정을 통해 10대는 분명하게 배워야 할 것이 있다. ‘사회생활이란 쉽지 않은 거구나.’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가지고 있어야하는 눈치, 통밥, 아부 등등. 그것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니 천천히 알아가는 것이라고 해두자. 그럼 첫 출근 날 아이들이 하나같이 제일 처음 하는 생각은 무엇일까.

‘남의 돈 빼먹기 힘드네.’

나 역시 그랬지만 바로 그 생각이다. 돈은 쉽게 벌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래도 어떻게든 쉽게 벌어보려고 애를 쓰지만 결국엔 열심히 벌어야 잘 쓸 수 있는 것이다. 요즘 20대 여대생의 문화에서는 돈을 비교적 쉽게 벌 수 있는 아르바이트 자리들이 많다.

‘애인대행’이라는 아르바이트를 들어 본 적이 있으신지. 말 그대로 애인의 역할을 맡아 데이트를 해주고 세 시간 정도에 적게는 5만원, 많게는 10만원씩 받는 아르바이트다. 보통 패스트푸드점이나 일반적인 아르바이트를 통해 벌 수 있는 시급의 최소 세배에서 여섯 배가 훌쩍 넘는 돈을 놀면서 벌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를 한편만 봐도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가고, 술이라도 한잔 하면 시간은 금방이다.

그런데 문제는 말 그대로 데이트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데이트에서 술자리로 그리곤 자연스럽게 잠자리까지 요구받기도 한다고 한다. 실로 그런 사례들은 많으며, 애인대행을 하는 대부분의 여성들 역시 그것을 하나의 코스로 생각하고 있기도 하다. 잠자리를 요구하는 남성은 30만원까지 더 얹어주기도 하고, 이를 거절하면 ‘이런 것을 당연히 알고 나오지 않았냐’ 며 오히려 다그치기도 한다고.

직업에는 귀천(貴賤)이 없다고들 한다. 그리고 어떤 일을 선택하든지 자신의 몫이다. 하지만 너무 빠르게, 너무 쉽게 가려고 하는 젊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돈을 쉽게 벌기 시작하니 돈이 돈 같지 않다고 했던 말을 들었다. 우리나라에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학에 다니는 여대생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나보다 두 살이 많은 호스티스였다.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됐는지, 발을 뺄 생각은 없는지 세세하게 묻기는 부담스러웠기에 그저 묵묵히 가끔씩 그녀의 넋두리를 들을 뿐이었다. 대학사람들은 자신의 가방을 보며 학교 등록금을 떠올리고, 자신의 얼굴을 보며 아파트 전세비용을 이야기하기도 한다며 우스갯소리를 던지곤 했다. 그러다 언젠가 그런 이야기를 했었다.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들어. 돈을 어렵게 버는 것도 좋겠다는.” 그녀가 말하는 ‘어렵게’는 hard의 뜻이 아니라 clean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많은 돈을 벌어야만 하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사람들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원하는 방법이 아니었던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요즘 대학등록금 문제로 소란스럽다. 내 주변에도 부모님의 도움을 받지 않는, 또는 받을 수 없는 친구들이 있다. 그 친구들이 고스란히 짊어져야만 하는 그 짐이 버거워 이런 선택을 해야만 하는 순간이 오지 않았으면 한다.

10대가, 20대가 사회와 처음으로 가장 가깝게 만나게 되는 그 과정이, 그리고 그 만남이 조금 더 아름답고 깨끗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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