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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사회 초년생이 온몸으로 느끼는 우리 사회의 모습. 세상은 이런 곳이라는 어쩌면 잔혹하고 때로는 따뜻한 반전 이야기. 젊은 게 한 밑천! 스펙이나 취업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는 겁없는 위로를 건네기 위한 호기 가득한 글. 경제학과 출신의 학원 국어강사. 국어강사 출신의 옷가게 직원. 경제, 국어, 장사. 셋의 묘한 조합에서 찾아본 한국! 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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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그 이야기 (1) 사랑보단 호기심 뿐, 10대편

글쓴이 : 최보나 날짜 : 2011-09-08 (목) 12:44:47

얼마 전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가 학교를 다니는 중에 낙태수술을 두 번이나 한 적이 있다는 이야기. 낙태수술을 마치고도 학교에 등교했었다고.

그 이야기를 듣는 중 특별히 이렇다 한 생각이 든 것은 아니었다. 그저 ‘아, 그때 우린 너무 어렸었구나.’하는 생각. 낙태수술을 했음에도 학교는 빠지지 못하겠는 만큼 겁도 많았고, 그 사실을 부모님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제일 친한 친구에게 말하는 게 고작인 것처럼 아이 같았구나. 더군다나 여자인 자신의 몸을 어떻게 아끼고, 사랑해주어야 하는지 몰랐던 그때는 그렇게 많이 어렸었구나.

초등학교 5학년, 6학년 수업에 들어가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남녀 짝을 이뤄 앉아있을 때가 있다. (내가 근무하는 학원은 초, 중, 고 종합학원) 처음에는 지정 자리인 줄 알고 있다, 다른 아이들의 자리가 바뀌기에 물어봤다.

“너희 둘이 왜 같이 앉은 거야?”

“우리요? 사귀니까요.”

그 당돌한 대답을 들은 지 한 2주 쯤 지났나? 수업에 들어갔는데 또 둘이 짝이 바뀌어 있었다. 그래서 다시 물어보았다.

“오늘은 왜 같이 안 앉았어?”

둘은 선뜻 대답을 못하고 웃고만 있다. 주변에 앉아있던 학생들이 재잘댔다.

“쟤네 헤어졌어요. 얘는 이제 얘랑 사귀구요. 쟤는 이제 쟤랑 사귀기로 했대요.”

상황을 정리하면 이런 것이다. A와 B가 사귀다 헤어지고 A는 B의 친구 C와 만나고 B는 A의 친구 D와 만나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사이가 소원(疎遠)해지거나 어색해지는 것은 없다. 전혀. 가끔은 이상하리만치 쿨(cool)한 아이들의 자세를 본받고 싶을 때도 있다.

학원에 있으면 이런 광경은 심심찮게 목격하고 지켜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초등학생들이 그러는 것을 보면 귀엽다. 우습기도 하고. 초등학생들에게 사귄다는 의미는 단지 다른 아이들보다 문자나 전화통화를 많이 하고, 각종 기념일에 무엇인가를 주고받는 사이인 것이다.

그런데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이라면 이야기는 조금 많이 달라진다. 단순히 연락을 많이 하는 사이가 아니라, 스킨십을 해도 괜찮은 사이가 되는 것이다.

어른들부터도 바라보는 시선이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학원에서 선생님들끼리 이야기를 나눌 때만해도 그렇다.

초등학생들의 상황에서는 “애들 너무 귀엽지 않아요? 쪼끄만 것들이~”

중, 고등학생들의 상황에서는 “걔들 뭐에요? 막장이야 아주. 상담전화 한번 드려야 할 것 같아요.”

교복을 입고도 당당하게 손을 맞잡고, 허리를 감싸고 길을 걷고, 어떤 시선도 의식하지 않고 거리에서 입을 맞추고, 포옹을 하는 그 모습을 고깝게 볼 수밖에 없는 까닭은 무엇일까.

학생이라서? 어린것들이 공부는 안하고 연애질을 하니까? 그냥 우스워서?

글쎄, 나는 이런 것들은 구체적인 이유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른들이 생각할 때 아이들은 제대로 된 개념이라든지, 의식 같은 게 성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걱정’을 하는 것이다.

 

얼마 전에 내가 근무하는 건물 앞에서 작은 다툼이 있었다.

교복 입은 여학생과 사복차림의 남자였다. 둘은 커플 같았다.

처음엔 작은 실랑이가 있었다. 남자는 건물 안으로 여학생의 손을 계속해서 이끌었고, 여학생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얼굴로 쭈뼛대고 있었다. 대충 어떤 상황인지 짐작은 가던 차였다.

오래되던 둘의 실랑이 중 여학생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리곤 소리를 질렀다.

“네가 여자 아니잖아! 내가 검사받는 건데 왜 네 멋대로야! 내가 지금 얼마나 무서운데!”

그 한마디로 내가 짐작하던 것이 확실해졌다.

내가 근무하는 건물엔 산부인과가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조금은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사랑을 시작하고, 연애를 시작하게 되면 스스로 자신들이 어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곤 자신만의 방식이 아닌 어른들의 사랑을, 어른들의 연애방식을 모방하기에 급급하다. 물론 모든 케이스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드라마, 영화, 소설에서 보던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면서 조금은 성숙해진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렇게 완전하지 못한 아이들이 성(性)적으로도 호기심을 느끼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때 아무런 책임감 없이 어떠한 의식도 없이, 충동적인 감정으로만 행동하게 되는 것이 10대의 한계이자, 가장 큰 문제인 것이다.

10대는 스펀지 같다. 수용능력도 뛰어나고, 자극적인 것에 약하며, 호기심도 왕성하다. 이런 아이들이 아무런 어려움 없이 음란물에 노출이 되고, 그로인해 잘못된 인식을 갖게 되는 것. 이런 것들이 청소년 문제에 한 몫 하는 것도 틀림없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요즘 무인모텔, 룸카페 등 청소년들의 탈선 방치도 모자라, 방관(傍觀)하는 시설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혹자는 이야기한다. 이런 시설들이 생겨난 게 문제가 아니라, 그 시설을 찾아가는 청소년들이 글러먹은게 아니냐고.

나도 그런 시설들이 생겨난 것이 큰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각자의 사업수완이고 다른 면으로는 획기적인 시도라도 볼 수도 있으니까. 혹자의 말처럼 그런 시설을 문제 삼기보다 글러먹었다는 소리를 듣지 않게 청소년들의 윤리의식과 성의식을 제대로 심어 주는 것이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나의 경험으로 미루어보면 학교에서 하는 성교육보다 부모님이 직접 전해주는 한마디가 더 강한 교육효과가 있었다. 아무래도 우리 집은 딸만 넷인 딸 부잣집이기 때문에 아빠의 교육이 조금은 편파적(偏頗的)이기도 했다.

“남자는 절대 믿어서는 안 된다.”, “남자는 아주 본능적인 짐승이다.” 등등의 멘트들을 장난스럽게 툭툭 던졌었다. 하지만 이것은 남성비하 발언이 아닌 딸을 사랑하는 아빠의 당부였으리라. 그리고 또 하나의 가르침.

“모든 일은 네가 책임을 질 수 있는지 생각하고 행동해라.”

다른 어떤 말보다 이 하나의 가르침만 수용한다면 모든 것이 순조롭지 않을까싶다.

10대의 사랑에는 순수함과 진정성이 있다. 하지만 그 이면(裏面)에는 자제력과 두려움이 없는 막무가내식의 사랑방식이 존재하고 있다. 그것이 어른들이 우려하는 바로 나타나기도 한다.

나는 10대의 사랑이 잘못되었다 지적하고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과연 제대로 된 사랑을 하고 있는지가 ‘걱정’되는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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