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가게에서 일을 하면서 느끼지만 이거 은근 3D 업종이다.
딱 잘라 말해 더럽고 치사해서 못해먹겠다는 소리다.
아무리 손님이 왕이라지만 해도 해도 너무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우리는 다시는 오지 않았으면 좋겠는 그런 손님을 ‘진상’이라고 부른다.
진상 베스트 3중 1호.
보통의 로드샵(Road shop)에서는 상의류는 피팅(fitting room)이 불가하다. 그러다보니 옷을 구입해 집에서 입어봤을 때 생각과 다른 핏이 나와 속이 상할 수 있다. 그럴 땐 교환을 하러간다. 그런데 아예 일삼고 의무적으로 교환을 오는 진상들이 있다.
‘저 손님은 꼭 교환하러 오니 필히 입어보게 하고 팔아야겠다’고 마음먹은 손님이 몇 있다. 그래서 구입할 때 입어보면 안 되는 옷도 조심히 살짝만 입어보고 가져가라고 권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몇 벌을 입어보곤 마음에 쏙 든다며 이건 교환 절대 안 해도 되겠다고 만족해하며 구입한다. 그리고 그 다음날 개시도 하기 전에 아침 댓바람부터 어색한 얼굴로 들어온다.
"우리 남편이 나한테 안 어울린대~"
한국여자들 언제부터 그렇게 남편 말을 잘들은 것인가 이쯤에 궁금해진다.
정말 힘들게 사갔으면서 무조건 교환 오는 여자들 진짜 나중엔 감당 안 된다.
진상 베스트 3중 2호.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뉘앙스가 약간은 다르지만 진상 4호를 정의하기에 딱 좋은 말이 아닐까 싶다.
백화점에서는 한없이 교양 있고, 통 큰 쿨한 사모님.
로드샵에서는 경우 없고, 억센 아줌마.
어떤 상황인지 다들 아시리라. 백화점에서는 공만 대여섯 개씩 붙는 옷도 시원스럽게 턱턱 구입하면서, 로드샵에서는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물건 깎으려고 하는 사람들 정말 많다. 물론 로드샵과 백화점이 다른 점은 가격 흥정이 가능하다는 점이겠지만 너무 터무니없는 가격흥정은 김만 빠진다. 게다가 요즘은 거의 정찰제(正札制)를 행하는 로드샵이 많다. 가격 흥정대신 적립카드를 만들어주거나 쿠폰을 주는 가게도 많다. 그런 가게에서는 흥정이 통하지 않아 물건 다 골라놓고 기분 나쁘다고 그냥 나가버리는 손님도 허다하다.
예전엔 4만 9천 원짜리 남방 두개를 살 테니 5만원에 달라는 손님도 있었다. 9만 8천원인데 그걸 5만원에 달라고? 이 상황에서는 거짓말이 아니라 정말 원가이하다. 기가 막혀서 웃었더니 당신도 옷가게 해봐서 다 안다면서 그냥 5만원에 달랬다. 꼭 이런 분들은 옷가게 해봐서 안다는 레퍼토리를 가지고 계신다. 아니, 아실만한 분들이 왜 그러실까. 더 무섭다.
진상 베스트 3중 3호.
아무리 직업엔 귀천이 없는 세상이라지만 아직도 나름의 귀천을 정의하고 계신 분들은 어쩔 수 없다.
옷가게에서 일을 하는 여자에겐 과연 어떤 대접이 어울릴까. 손님들에게 가끔 천한 대접을 받아도 그러려니.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내가 처음 학원 강사를 하며 옷가게 직원의 일을 병행하려 할 때 가장 먼저 걱정했던 점이었다. 과연 내가 선생님 대접을 받다가 남의 수발(?)이나 드는 옷가게 직원의 역할을 자존심 세우지 않고 잘 할 수 있을지. 글쎄 성격 탓인지 체념이 빨랐는지 모르겠지만 그 위치에 있을 때는 각각의 역할에 충실해 그런 상황은 없었다.
같은 반말도 그 사람이 어떤 마음인지에 따라 들리는 느낌이 다르다. 반말을 하는 사람이 친근하게 아무런 생각 없이 던지는 말이면 듣는 나도 아무런 생각 없다. 하지만 반말을 하는 사람이 무의식중에라도 나는 여기 있는 이 여자보다 훨씬 우월하다는 생각이 있이 하는 반말은 첫마디만 들어도 느낌이 온다. 입어본 옷을 나에게 툭툭 던지는 여자들도 있고, 내가 마치 자기 아랫것이라도 되는 양 행동하는 여자들도 있다.
한번은 이런 적이 있었다. 말끝마다 "~냐?"로 끝나고, 나를 부를 때는 "야." 이렇게 부르던 손님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손님이 그렇게 진상을 부리고 있을 적에 마침 나와 같은 학원에 근무하시던 선생님이 가게에 들르셨다.
"어머, 선생님. 이번에 애들 국어 점수 많이 올랐던데요?"
"네, 이번에 좀 잘 나왔더라구요."
"원장님이 굉장히 뿌듯해 하시던데, 선생님 그럼 다음 수업 때 봬요~!"
그 선생님이 간 뒤에 이 손님, 잠깐 내 눈치를 살피더니 슬쩍 툭 물어봤다.
"왜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거야?"
나도 그 손님 다루는 덴 도가 튼지라 능글능글하게 대답했다.
"언니, 여기서 언니 옷 입혀주는 저도 알고 보면 선생님이에요~~ 중고등학생들 국어 가르쳐요."
"어머, 그래? 선생님이었구나. 근데 왜 이런 거 하고 있어?"
"이런 게 뭐 어때서요? 재밌어 보이고, 하고 싶으니까 다 해보려고 이것저것 다 하는 중이에요. 직업에 귀천(貴賤)이 어디 있어요. 요즘 세상에."
그 다음부터 이 손님, 나에게 "야" 에서 "저기.. 아가씨"로 수줍게 호칭이 바뀌더니 자기 아들 진로상담을 시작했다.
‘진상’에 대해 얘기하라면 정말이지 밤을 새도 부족하지만 최대한 간추려 보았다.
옷가게에서 일을 하면서 느낀다.
‘성질 정말 더러워지거나, 인내하고 또 인내하여 수행자가 되거나.’
상식이하의 행동과 기본 매너에 어긋나는 행동들은 당장에 조금의 이득이 될지는 모르나, 곧 제 얼굴에 침 뱉기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을 구매자들이 꼭 좀!! 알아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