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한당과 국민의당의 현재 모습은 자해 공갈단같다. 여전히 두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제외한 대다수가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엔 혐오(嫌惡)와 의문(疑問)이 함께 담겨있다. 어처구니가 없는 한편, 저들은 도대체 뭘 믿고 저러나 싶기도 하다.
그들은 우주의 진리 한 가지를 믿고 있다. 바로 시간이다. 만약 21대 총선이 3년 뒤인 2020년이 아니라 내년 초쯤에 실시된다면 어떨까.
그들의 행태는 사뭇 다르며 심지어는 제2의 정계 개편 바람까지 휘몰아칠 가능성이 높다. 벌써부터 문재인 정권의 지지율에 쫄은 가볍기가 새털 같은 자들은 철새 도래지를 찾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jtbc 토론회 장면
자한당과 국민의당은 이렇게 믿고 있(싶)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 아무리 집권 초기에 지지율이 높아도 결국은 떨어진다. 그것은 대통령 중심제의 정석(定石)이다. 3년이면 넘치게 충분한 시간이다. 3년 뒤 총선에서의 엎어치기 한 판을 위해 우리는 계속 난장(亂場)을 치며 전진한다.
단순 무식해 보이지만 저질스러운 한국 정치판에서 제법 효과를 발휘했던 전략이다. 자한당은 또한 TK 불변의 법칙이 다음 총선에서도 재현되길 소망한다. 100세 시대를 맞아 노인들도 여전히 건강하다.
그들의 행동은 지금까지의 관성에 근거한다. 수구 우파와 리버럴 우파가 서로를 구태 또는 적폐로 규정하고 공방전을 벌이며 엮어온 한국 정치가 지겹게 반복한 시나리오다.
그런데 그들은 한 가지 중요한 변수를 망각, 아니 무시하고 있다. 현 시국은 촛불에 의해 조성된 매우 특별한 국면이다. 그럼에도 자한당과 국민의당은 촛불의 위력은 점점 반감된다고 본다. 촛불은 더 이상 한국 정치에 규정력을 발휘하는 상수가 아니라는 계산이다.
어쩌면 그들의 판단이 맞을지도 모른다. 광장의 촛불은 정권 교체에만 기여했고 사회개혁 운동으로 나아가지는 못했다. 오히려 상당수 촛불 대중은 체제 교체가 아닌 정권 교체로 충분히 만족하며 문재인 정권 지지 부대의 병사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과 더민주의 전략은 국민의 정부, 참여 정부와 유사하다. 위태로운 줄타기다. 청문회장 앞줄에서 우거지 상을 쓰고 김상조와 주진형의 뒷담화를 경청하던 한국 사회 최대 적폐인 재벌 총수들과 청와대 잔디밭에서 맥주 파티를 벌이고, 한반도 위기 돌파의 운전대를 잡겠다고 허세를 부리다 사드를 추가 배치하고, 구 정권의 적폐(積幣)를 몰아내면서(그것도 미흡한) 현 정권의 행정부와 청와대에 똬리 튼 적폐 인사들은 기어이 싸고 도는 줄타기다.
그러면서 틈틈이 문 대통령이 시민들 앞에 서프라이즈 출현을 하거나 김정숙씨가 특유의 사람 좋은 모습으로 여기저기에 출몰하는 제스처를 동반해 문빠들의 빠심을 공고히 다진다. 대통령 부부의 알흠다운 스킨쉽은 이명박근혜 정권에 치를 떨던 사람들의 정서적 만족에는 기여하지만 국민들의 삶은 1도 바꾸지 못한다.
결국은 실력이다. 그것은 정책 입안과 집행으로 증명된다. 문재인 정권이 줄타기를 통해서 소정의 성과를 낸다면 안정적인 권력 기반을 다진다. 문제는 그 실력이 의심스럽다. 줄에서 떨어질 수도 있다.
3년 뒤 문재인 정권이 중간고사 성적표를 받는 2020년 총선에서 대한민국 시민들이 직면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은 이것이다.
변함없는 적폐 세력과 좌충우돌 헤매다 공언한 개혁의 반의 반도 이루지 못한 세력이 서로가 누가 더 나쁜놈인지 게거품 물고 주장하며 선택지를 내미는 암울한 상황이다.
사태가 그 지경이 되면 어느 쪽이 폭망하건 정말 의미 없다. 설혹 더민주가 승리해도 그것이 한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와 불안한 남북 관계가 개선되는 지표일까. 절대 아니다. 최악보다 차악 신앙이 바탕을 이루는 대의 민주주의 하의 허망한 선거 결과일 뿐이다.
만약 더민주가 패하면 문재인은 그 날부터 절름발이 오리다. 그렇게 되면 문빠들이 판에 박힌 자한당, 국민의당 나쁜놈을 외치며 갖은 정성으로 실드를 쳐도 문재인이 백조가 되진 않는다. A의 불경함은 B의 청결함의 증거가 되지 못한다. B는 그 자체로 객관적인 평가 대상이다.
그때까지 진보 정당이나 대안의 정당이 약진(躍進)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노회찬은 과거 민주노동당이 제일 잘 나갔을 떼 불판을 교체해야 한다고 기염을 토했었다. 낡은 불판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가동되고 있다.
지난 추운 겨울에 촛불은 광장을 뜨겁게 달구고 503번 정권을 몰아내며 현실 정치에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지금은 각자의 집으로 돌아간 촛불 군중의 대다수가 현실 정치에 예속(隸屬)되어 진영 논리에 입각한 공방전이나 벌이는 키보드 워리어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광장에는 노무현 정권 때도, 이명박근혜 정권 때도 생존권을 확보하기 위해, 세월호 진상 규명을 위해, 사드 철회를 위해 다수의 무관심 속에 외로운 투쟁을 이어가던 사람들만 남았다. 문빠들은 문재인 정권의 안위에만 온 신경을 집중할 뿐 그 사람들과 연대하지는 않는다. 결국 그들이 문재인 정권을 몹시 애정하며 입에 담는 평등이니 평화니 민주주의니 하는 명분은 허울뿐인 레토릭이다.
한국 정치 심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