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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던 판에 끼얹은 찬물

글쓴이 : 최경자 날짜 : 2013-05-15 (수) 21:48:33

 

어제 만난 적이 오늘의 친구가 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모든 경기가 그렇지만 스포츠세계에서 만난 선수와 친해져 돈독한 친구가 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부모 역시 마찬가지였다.

 

상연이의 첫 날 시합은 긴장 속에서도 순탄하게 펼쳐졌다. 상연이가 큰 경기에서 꽤 강한 듯 보여지기까지 했다. 첫날 오전에 1승, 오후에 1승, 도합 2승의 휘파람을 불었다.

 

둘째 날, 오전 시합에서 랭킹 1위인 선수와 붙어서 어렵지만 Draw(무승부)를 했다. 강적을 상대로 선전한 것이다. 이어 4라운드 오후 경기가 막 시작 될 즈음이였다.

 


 

그때만 해도, 2~3등을 달리고 있었다. 나이가 한 살 적기때문에 충분한 가능성이 있었다.

경기 시작전, 선수들은 착석(着席)을 하고 부모와 코치들이 선수들에게 격려와 사랑을 더 심어주고 기념사진 촬영도 할 수 있는 5분 정도의 시간이 주어진다.

 

그 짧은 순간에 생각지도 않았던 중국선수 엄마의 망언에 상연이가 상처를 받았다. 친하다고 생각해서 같이 룸메이트를 했던 중국인 친구, 제니(Jenny)가 아들, 상연이에게 해서는 안될 실언을 한 것이다.

 

상연이와 4라운드를 겨룰 상대편 선수에게 귀속말로, “쟤(상연이)는 우리 아들한테 4번이나 진 적이 있어…. 걱정하지마, 너 이길수 있어” 하면서 “Good luck!!!(행운을 빈다)” 하고, 상연이한테는 한다는 말이 “상대편 타리커는 내가 아는데 Strong 하다”고 한 것이다. 힘을 실어주기는 커녕, 힘을 빠지게 하는 말만 하고 간 것이다. 사실, 4번 진 것도 7번 해서 3번 이기고 4번 진 것인데 말이다.

 


▲ 부모들은 경기전에 자녀들에게 간단한 격려하는 시간을 갖는다

 

제니의 말은 이런 중요한 경기에서 절대 선수들에게는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뻔히 보는 앞에서 상대 아이를 격려하고 자신에겐 기 죽이는 말에 흔들린 상연이는 승리가 확실했던 경기를 패하고 나와 버렸다.

 

상연이가 속이 많이 상했든지 첫 마디가 “엄마, 제니 나쁜 사람이야” 라는 것이다. 그제서야 경기 직전 있었던 일을 알게 되었다. 사진을 찍고 있던 나는, 그런 말들이 오고 갔다는 사실은 꿈에도 몰랐다. 아무리 사소한 말이더라도 어린아이들에게 마음의 상처가 될 수 있는 가시같은 말들인 것이다.

 

골프나 체스는 심적으로 많은 영향을 준다. 장년부와는 또 다르다. 초등학생 선수들에게는 위로와 격려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상연이에게 한 말은 아주 무식에 가까운 행동인 것이다. 그래도 친하다고 생각해서 룸메이트까지 한 사이였다. 중국에서 영어 선생이었다는 그 엄마남편과 중국샵을 운영하고 있다.

 

그녀의 아들 챵구리는 상연이보다 2살 아래로 이번에 U10에 출전했다. 지난번 UCT 대회에서 상연이에게 캔을 던져 머리가 찢어지고 피범벅이 되게 했던 개구장이 아이였다.

 


 

상연이 입장에서는 믿었던 룸메이트에 대한 신뢰(信賴)가 완전히 깨졌고 심리적으로 흔들린 탓에 위축(萎縮)된 마음을 벗어나기가 어려웠다. 우승이 확실시 되던 분위기에서 실수를 하면서 경기를 놓치고 말았다. 잘해 보겠다는 마음의 다짐이 더 평정심을 잃게 했고 이 영향은 계속된 실수로 이어졌다.

 

상연이로부터 경기 직전 있었던 일을 알게 된 나는 엄청 화가 났다. 모두가 경기중이라 조심해야 할 것 같아 그 날은 말할 기회가 없었다. 단지, 이따가 이야기 좀 하자고만 했지만 다음 날에야, 아이들이 경기에 들어 간 뒤 둘이서 하게 되었던 것이다.

 

제니의 변명인즉, “상연이가 상대선수에게 한 말을 들을 줄 몰랐다는 것이다. 작게 귀속말로 했다면서, 그리고 상연이한테는 “Good luck(행운을 빈다)” 인사를 깜빡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같이 경기했던 타리켜는 7년전부터 아는 친구의 아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했다는 것이다.

 

어이없는 답변에 기가 찼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풀어 가야 하나.., 한 숨 돌린 다음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제니, 이 대회는 굉장히 중요하고 큰 시합이야. 그런 말은 절대 해서는 안되는 말이다. 우리는 그래도 친하다고 했던 룸메이트 아니냐.,.그런 말은 상연이에게 상처가 될 수 있어. 체스도 골프처럼 마음이 굉장히 중요하다. 네가 처음이라서 그렇다고 했는데.. 지금 상연이한테 실수를 했지만., 다음에 또 다른 아이한테 두번 다시 그런 실수 하지 마라. 어제, 너 기억나냐? 나는 U10 네 아이들의 부모와 앉아 있을때, 아무에게도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너에게 따로 가서 “Good luck” 하지 않았냐.. 그렇게 마음을 전해야 한다..,“

 

제니는 “미안하다”고 말하고 상연이에게도 사과하겠다고 한다. 그러더니 엉뚱한 말로 변명하려고 했다. 상연이와 자기 아들이 체스를 두다가., 상연이가 판을 엎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문에 자기 아들이 손을 다칠뻔했다고 한다.

 

“제니, 그때 너는 어디에 있었냐?”고 물으니 윗층에 있었다고 한다.

 

“그 사건을 보았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잘못을 지적하고 가르쳐 줬어야 하는거 아니냐? 지난번에, UCT에 1차 선발전 했을 때.., 네 아들이 상연이에게 캔을 던져서 머리가 찢어져 피투성이가 되었을때 상연이가 말을 하지 않아서 몰랐다가., 자초지종(自初至終)을 듣고 네 아들를 불러서 혼을 냈어. 다른 사람이 옆에 있었지만 불러서 혼을 냈어.,네 아들을 혼낸 이유는 그래야 상연이나 다른 아이들에게 두번 다시 그런 행동을 하지 않기 때문이야. 그것이 사랑이고., 부모요, 선생이다. 너는 선생이지만 나는 선생이 아니다. 그런데 누가 선생이냐. 뒤로 가서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본인에게 직접 혼을 내고 왜 잘못되었다는 것을 지적해줘야 하는 것이 교육이고 사랑이야.”

 


▲ 요하네스버그 공항에서 상연이

 

상연이는 사과는 받았지만 잃어 버린 자신감을 추스리는 것은 쉽지가 않았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기분전환이었다. 오후 스케쥴을 앞두고 다른 곳에 가서 기분 전환을 시켜주었다. 그덕인지 다음 경기는 Draw(무승부)의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기울어 버린 자신감은 또 다른 경기를 주춤하게 하였고 무승부와 패를 거듭하고 말았다.

 

그 모습을 지켜 보다, 아들에게 그렇게 화를 냈던 것이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 상연이가 잠꼬대로 나에게 귀속말을 한 것이다. 과연 그것은 상연이의 잘못이였는가..??!!

 

어른들의 무책임한 행동에 상연이가 마음을 다치고 시합 분위기를 망가뜨렸는데 상연이 탓을 할 수 없었다. 사실 자신감이 얼마나 중요한가..,지난해 12월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UCT 국가대표선발 1차전에서 상연이는 랭킹이 25위임에도 전국 2등의 쾌거를 거두었다. 한번도 패하지 않고 draw(무승부)만 있었던 훌륭한 게임을 치룬 것이다.

 

엄마와 내내 함께 했고 집에도 왔다갔다하면서 최적의 환경속에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한 덕분이었다. 격려와 최상의 컨디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 주는 좋은 예였다.

 


 ▲ 그래도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어보이는 상연이

 

모든 시합이 다 그렇듯이 초장에 모든 기선 제압을 잡아야 한다. 경기에 임하기 전에, 상대편에게 강하다는 심리적 불안감을 줌으로써 집중력과 판단력을 흐리게 한다. 무리수를 두게 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초장에 어른들이 실수를 한 것이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그런 행동은 대회에서 분명한 규정 위반이었다. 코치에게 공식적인 불평을 하게 되면 그런 말을 한 당사자가 얼마나 불이익을 받는지 알게 되었다. 애들 기분과 시합의 중요성 때문에 차마, 말을 할 수가 없었고 대신에 이같은 잘못된 언행을 두번 다시 하지 말라고 경고했던 것이다. 얼마나 중요한 대회인지., 얼마나 중요한 심리전인지 제니는 이번 기회를 통해서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녀의 변명도 이해는 한다. 처음 대회라, 미처 생각을 못했다는 것이다. 상대편 그 아이가 7년전부터 안다는 사실 하나로 룸메이트라는 사실을 망각(妄覺)하고 그런 행동을 한 것이다. 중국에서 영어 교사였다는 사람이 그런 에티켓을 모르는 것일까???!!!!

 

<下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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