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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 임의 뒷골목 뉴욕
중앙대학과 동 대학원에서 연극을 전공하고 뉴욕대학 대학원에 유학, 미국의 유명 광고회사에 취직해 미국동포 소릴 들으며 산지 17년. 기자로 출발, 광고회사 카피라이터, 공연기획자, 또 구멍가게 주인으로, 그것도 모자라 연극 연출에 자유기고가로 사는 자유인. 그럼에도 불변하는 한 가지는 뼛속까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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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만으로 붕괴되는 미국

글쓴이 : 앤드류 임 날짜 : 2010-08-16 (월) 04:41:30

 

예전에 뉴욕타임즈에 실린 칼럼을 읽은 적이 있다. 칼럼의 내용은 모빌 인터넷, 즉 휴대 통신 기기로 인터넷을 사용하는 문제에 관한 것이었다.

필자는 소위 IT 전문가였고 그 논지는 이러했다. 미국의 이동 통신 인터넷에 대한 사용자들의 만족도가 그다지 좋지 못한 것은 미국의 기술력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소비자들의 요구와 기대치가 지구상의 다른 나라들 사람보다 높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회사들이 그 기대치-상대적으로 다른 나라의 사용자들 보다 높은-에 부응하는 양질의 제품과 컨텐츠를 제공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미국의 사용자들의 기대치는 지구 다른 편의 사용자들이나 개도국의 소비자들처럼 이동 통신 인터넷 자체를 신기해하고 속도가 느려도 그다지 큰 기대를 하지 않는 수준이 아니다. 따라서 미국인들의 기대치에 상응하는 수준의 서비스를 미국의 이동통신사들은 제공해야 할 것이다’

IT 기술에 대해 조금의 상식만 가져도 코웃음치다 못해 기가 막힐 언급이다. 착각도 이 정도면 그야말로 희대의 코미디 아닌가. 과연 미국의 인터넷과 이동통신 기술이 그 필자가 가볍게 보는 다른 나라들, 특히 개도국들보다 발달했다고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천만의 말씀이다. 미국의 이동통신 기술은 불과 몇 년 전만해도 한국에 비해 10년 이상 뒤쳐져 있다. 지금은 많이 추격을 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상당히 큰 격차로 뒤쳐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이동통신 기술은 지금에야 3세대 이동통신 기술이니 모빌 인터넷이니 하는 새로운 용어를 쏟아내고 있다. 그러면서 마치 미국이 과학 기술의 첨단(尖端)을 선도하는 양 떠들고 있다.

나는 기억한다. 2006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중고등학생들이 DMB 기술을 통해 월드컵 축구 경기를 자신들의 전화기로 시청하던 그 광경을 말이다. 2010년인 지금도 미국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다. 아마 누군가가 전철에 앉아 위성방송을 보고 있다면 주변에 구경꾼들이 몰릴 것이다.

기술력 자체가 떨어지는데 소비자 불만족의 이유를 기대치가 높기때문이라고 결론짓는 무뇌아적 교만(驕慢)도 코웃음을 치게 만든다. 전혀 근거 없는 추측성 글을 칼럼이랍시고 실어 놓은 뉴욕타임즈도 한심해 보일 정도다.

그 필자가 최소한 한국이나 아시아 국가들을 가보고 그 기술력을 체험해 봤는지 그리고 ‘the other side of the globe’를 운운했는지 묻고 싶다. 한국의 사용자들은 인터넷이 한 페이지에서 다른 페이지로 넘어가는데 3초 이상이 걸리면 일단 서비스나 컴퓨터의 이상 여부를 확인한다. 소비자의 기대치? 요구? 한국에서 만일 미국과 같은 느려터진 인터넷을 제공하는 회사가 있다면 장담컨대 얼마 안가 부도난다.

미국에도 케이블 인터넷이며 광통신망이 있다. 버라이존이라는 회사가 요즘 광케이블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대대적인 광고를 하고 있다. 그러나 그 서비스가 가능한 지역은 지극히 한정되어 있다. 아직 인프라조차 구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내가 하는 구멍가게가 맨하탄에 있다. 세계의 수도라는 뉴욕 그것도 가장 번화하다는 맨하탄에 말이다. 그러나 내 매장이 있는 지역에는 이 서비스가 아직 들어와 있지 않다.

 

아니 첨단의 기술이나 서비스를 논하는 일조차 하지 말자. 미국의 이동 통신은 지하철에서 당연히 안되는 걸로 인식되고 있다. 지하실도 아니고 반지하 방에만 들어가도 전화가 안터진다.

자 이제 이야기 하자. 소비자의 기대치에 대해서 말이다. 미국의 소비자들은 어느 지하철 안에서 자신의 휴대전화가 울렸다고 신기해하며 말하는 것을 종종 본다. 그들에게는 지하철에서 휴대 전화가 터지는 것 자체가 신기한 일이다. 한국과 비교하면 느려 속터지는 이동 통신 인터넷 속도를 보며 ‘되게 빠르다’며 신기해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이 IT전문가도 아니면서 어떻게 미국의 사용자들에 대해 잘 아는가 궁금해 하실 분들을 위해 말씀드리면, 내가 운영하는 구멍가게가 바로 미국의 최대 이동통신 회사의 대리점이다. 미국의 이동 통신 사용자들과 가장 원초적인 레벨에서 만나는 일이 내 직업이다.

뉴욕 타임즈의 IT 전문가는 미국 소비자들이 바라는 가장 초보적인 단계의 서비스 질에 대해 자긍심이고 나발이고 없는 잣대를 들이대 자신들의 서비스를 평가해야 할 것이다. 미국이 모든 면에서 최고라는 근거 없는 자부심을 배제하고서 말이다. 뉴욕타임즈 칼럼을 읽은 미국 사람들 중에 아시아 국가들, 특히 한국을 여행해 본 사람이라면 그 칼럼을 비웃는다.

실제로 친한 미국인 친구에게 아무 말 없이 그 기사를 보여줬더니 같은 부분, 같은 내용에서 코웃음을 쳤다. 그 친구는 이런 코멘트를 곁들였다.

“이거 쓴 사람 한번도 외국에 안나가봤음에 틀림 없다. 유럽이나 아시아에 갔더니 인터넷이며 무선 전화가 상상 못할 만큼 발달해 있고 소비자들의 수요나 기대도 더 높은 수준을 끊임 없이 갈망하더라. 내가 볼 땐 괜찮은데 늘 문제를 제기하고 끊임 없이 더 나은 서비스를 찾는다.”

 
▲사진인화가 30분 45분도 아닌 7시간 서비스다. 80년대가 아니다. 2010년 현재의 뉴욕이다

기술과 서비스가 발달해야 그에 따른 사용자들의 기대치도 따라서 높아진다는 기본적인 사실 조차 타임즈 필자는 간과했다. 기술력이 발달해야 소비자들의 사용자로서의 지식이 늘고 그래서 더 가능한 기술 수준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 그 단계를 제품들이 빨리 달성해 주기를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세상 돌아가는 것을 잘 알 것 같지만 사실은 거의 모르는 오만한 자기중심주의. 이것이 미국인의 사고다. 한국에 비해 한참 뒤져 있는 IT 산업, 삼성과 엘지에 밀리는 전자 제품 기술력, 일본에는 오래 전에 밀리고 한국에게는 이미 상당 부분을 잠식당한 자동차 시장, 이탈리아와 유럽에게 시장을 내준지 오래인 패션 산업, 미국이 모든 분야에서 세계 최고이던 시절은 이미 지났다. 아니 아예 없었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인들의 자긍심은 철 없이 하늘을 찌른다.

대학원에 유학차 처음 미국에 왔을 때 가장 귀에 거슬리는 표현이 있었다. ‘The other side of the globe’라는 말이었다. 미국인들은 자신들의 나라 그 자체를 하나의 국가가 아니라 세계의 큰 일부분으로 본다. 우리 같으면 보통 ‘다른 나라들에서는’이라고 하겠지만 미국인들은 흔히 지구의 다른 쪽, 세계의 다른 쪽이라고 표현한다. 즉 이들에게 있어 세계는 미국과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가 있다. 미 대륙이 아니라 미합중국(美合衆國) 그 자체가 유럽 대륙 전체, 아시아 대륙 전체, 아프리카 대륙 전체와 비교될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인정한다. 축복 받은 땅에 자리 잡아 천혜(天惠)의 자원과 자연을 갖고 있는 미국은 분명 여전히 세계의 초강대국이다. 그러나 자만심으로 서서히 붕괴되어 가는 미국의 모습을 나는 현장에서 지켜본다. 융성(隆盛)의 정점(頂點)에 달한 문명이 사람들의 어리석음으로 인해 멸망한 예를 우리는 많이 봐왔다. 미국의 정점은 지난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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