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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 임의 뒷골목 뉴욕
중앙대학과 동 대학원에서 연극을 전공하고 뉴욕대학 대학원에 유학, 미국의 유명 광고회사에 취직해 미국동포 소릴 들으며 산지 17년. 기자로 출발, 광고회사 카피라이터, 공연기획자, 또 구멍가게 주인으로, 그것도 모자라 연극 연출에 자유기고가로 사는 자유인. 그럼에도 불변하는 한 가지는 뼛속까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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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고마워 잊지않을께

철학자 강아지 렉스(下)
글쓴이 : 앤드류임 날짜 : 2019-08-27 (화) 08:35:08

 

렉스와 아빠.jpg


한번은 이런 적이 있었어. 디디가 아파서 병원에 갔어. 그런데 그때는 입원은 안하고 수혈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어. 디디 몸에서 피가 자꾸 없어지는 증상, 혈우병이라고 하더라. 잘 모르지 뭔지? 아빠도 잘 몰라. 아뭏든 디디가 치료 받는 동안 우리가 나가 있어야 했거든. 디디만 남겨두고 너랑 로비에서 기다리는데 디디가 비명을 지르고 아파하는 소리가 들렸어. 그랬더니 네가 아빠 잡고 있던 줄을 뿌리치고 병실 쪽으로 달려가서 문 아래 틈으로 들어가려고 했어. 병실이 여러개라 이 문 저문을 왔다갔다 하면서 너무 너무 절실하게 들어가려고 하는 거야. 아빠 너 그러는 거 보면서 눈물이 나더라. 고맙고 대견해서.

 

렉스야 근데 그런 사나이였던 네가 딱하나 용납 못하는 게 있었어. ㅎㅎㅎㅎ 너랑 디디를 같이 쓰다듬어 주면 괜찮은데 디디를 들어올려 안아주려고만 하면 네가 얼마나 싫어하는지 ㅎㅎㅎ 맹렬하게 짖었지. 그래서 아빠가 너랑 디디를 꼭 번갈아 안아주게 된 거야. 사나이 렉스가 샘이 많았던 거지. 아빠가 소파에 앉으면 렉스 네가 먼저 펄쩍 뛰어 올라와서 디디가 올라오려고 하면 엉덩이로 막고 아빠 무릎을 다 차지했지. 너 알지 네가 그런 거? ㅎㅎㅎ


20160929_013356.jpg


 

훈련 받은 얘기 안할 수 없지. 디디랑 너랑 둘다 얼마나 똑똑했는지...배변은 뭐 어릴 때 이미 마스터했어. 한번 가르쳐주니까 금방 배웠지. 위위패드 깔아주고 한번 가르쳐주니까 둘 다 금방 화장실이 어딘지 알게 됐지.

 

앉아 엎드려 정도는 한번에 배웠어. 아빠랑 산책할 때 옆에서 걷기는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하더라. 그리고 기다리는 훈련은 정말 신기할 정도로 처음부터 알아 듣고 하더라. 좋아라는 간식을 코 앞에 내려놓고 앉아 엎드려 한 다음에 기다려~하면 안 먹고 기다렸지. 너무 먹고 싶어서 입맛을 다시면서도... 그러다가 먹어 그러면 일초도 안 걸려서 꿀꺽ㅎㅎㅎ. 디디랑 너 나란히 놓고 그런 훈련할 때는 너무 재밌고 신기했어. 렉스야 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거 아니야. 못하는 애들이 더 많아. 너희 둘이 아빠 말 잘들으면 간식을 주긴 했지만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어. 너랑 디디가 특별했던 거야. 다행히 너희 둘이 나랑 그런 훈련 하는 걸 같이 즐겨줘서 우린 그걸 놀이로 할 수 있었던 거야. 네가 간식 먹고 싶을 때 어떻게 했는지 알어? 시키지도 않았는데 앉았다 엎드렸다 했지. 이거 빨리 하고 간식 먹자고.

 

아빤 아침에 알람 소리가 세번 울리도록 늘 맞춰놨지. 렉스야 무슨 말 하려는지 너 이미 알지? ㅎㅎㅎㅎ 첫번째 알람이 울리면 네가 침대로 올라왔지. 두번째 울리면 얼굴 앞으로 다가왔고 세번째 울리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깨우기 시작했지. 넌 며칠만에 아빠가 알람이 세번 울리면 일어난다는 걸 배운 거야. 그래서 매일 아침 아빠를 그렇게 깨운거지. 깨울 때도 막 짖거나 뛰면서 요란하게 깨운 게 아니야. 앞발로 아빠를 톡톡톡 치면서 일어날 시간이야~ 해줬지. 네가 그렇게 귀엽게 깨워주는 바람에 늘 기분 좋게 잠에서 깨어날 수 있었지. 어느날 아침에는 이런 적이 있었어. 두번째 알람에 이미 잠이 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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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네가 어떻게 하는지 보고 싶어지더라. 그래서 실눈을 뜨고 자는 척 너를 보고 있었어. 두번째 알람이 울리면 네가 어떻게 하는지 그때 알게 된거야. 첫번째 알람에서 네가 침대로 뛰어올라 오면 ㅎㅎㅎ네가 그렇게 가벼운 아이가 아니어서 침대가 살짝 꿀렁거려 그럼 잠이 깨기 시작하는 거고...그런데 두번째 알람에서는 네가 가까이 오는 게 느껴져. 네 숨이 얼굴에 느껴지니까. 그래서 가까이 와서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보고 싶어진 거야. ㅎㅎㅎ지금도 생각하면 웃음이 나와. 네가 내 눈을 들여다 보더라. 눈을 떴나 안떴나 보느라고. 그날 아침 내가 실눈 뜨고 너 몰래 보고 있을 때 네가 어땠는지 알어? 고개를 갸웃갸웃하면서 이상하다 하고 있었어. 깨어난 것 같기도 아닌 거 같기도 했는 모양이지. 웃음을 못 참고 일어나서 너랑 허그하고 뽀뽀하며 아침을 시작했던 기억...너도 기억하니?

 

렉스 너는 무엇보다 참 순했어. 그리고 놀라울 정도로 참을성이 많았어. 지금 와서는 너의 그 참을성이 아빠를 너무 너무 마음 아프게 하지만넌 아플 때도 아프다고 안했어. 나이가 들고 너에게도 건강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지.. 관절염이 생겨서 걷는 게 불편해졌지. 그래서 의사에게 처방 받아 글루코사민 주사를 집에서 놔주기 시작했지. 처음에는 주사바늘을 너에게 찔러야 하는데 아빠 손이 덜덜 떨리더라. 네가 아파할까봐. 그리고 네 몸에 바늘을 꽂는 일은 정말 너무 못하겠더라. 의사에게 철저하게 배우고 주사를 놓아주기 시작했는데 바늘이 네 몸에 들어갈 때 살짝 움찔하면서도 단 한번 아프다는 소리를 안내는 거야. 얼굴을 아빠 품에 꼭 파묻고 아픈데 참는 게 확연히 느껴져. 아빠가 처음에는 주사 놓아주다가 네가 너무 가엾어서 울었잖니. 주사 놓은 자리 마사지 해주면서

 

나이가 더 들어 네가 기운이 많이 없어지고 예전처럼 활발하지 못하게 됐어. 염증들이 생겨 항생제도 많이 먹게 됐고. 그래도 오래 그리고 너 답게 잘 견뎌줬지. 아빠가 기도했어.

 

언젠가 우리 아이들을 데려가야 하신다는 거 알아요. 그렇지만 제게 보내주신 저 사랑스런 피조물들, 제 옆에서 늘 위로를 준, 주님께서 제게 보내주신 저 사랑스런 아이들이 주님께서 정하신 그날까지 아프지 않게 그래서 평화롭게 그 날을 맞이하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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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그 기도를 들어주셨네.

 

네가 기다려 준거 알아. 집에 들어가자 마자 아빠 힘겹게 바라보다가 품에 안아주니 너 깊은 숨 두번 내쉬고 하늘로 떠나갔지. 평화롭게의사 선생님도 그러시잖아. ‘렉스가 기다려줬네요. 아이들이 그래요 기다려 줍니다. 마지막으로 보고 가고 싶어서우리 순둥이 렉스, 처음 우리에게 올 때부터 순둥이였던 렉스... 인내심이 많아 기다려~ 잘했던 렉스... 렉스 답게 떠났네...

 

렉스야 고마워 지난 15년 우리 렉스 때문에 아주 많이 행복했고 늘 위로를 얻었어. 똑똑해서 한번만 말해주면 금방 알아들었던 우리 렉스. 착하디 착했던, 늘 한결 같던 내 강아지널 아는 누군가는 널 철학자 강아지라 불렀던 기억이 나. 늘 무언가 조용히 사색하는 거 같다고. 넌 정말 그랬어.

 

내가 아는 피조물 중에 가장 의리 있고 남자 다웠지. 널 보며 내가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고 또 배웠는지 몰라. 너와 날 아는 사람들은 내가 널 많이 사랑해줬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난 알아 너에게서 내가 훨씬 더 많이 사랑 받았다는 걸. 고맙다 렉스야. 사랑해주고 사랑을 가르쳐 줘서... 정말 많이 고마워. 이젠 아프지도 않고 신나는 일만 잔뜩 있는 곳에서 마음껏 뛰어 놀아. 나중에 우리 다시 만나면 그땐 더 행복하게 같이 시간 많이 보내자. 너 좋아하는 뽀뽀, 아빠 손 핥아주기, 디디보다 먼저 뛰어와 안기기, 잔디밭 산책하기, 좋아하는 닭가슴살 먹기, 소파에서 아빠 배 베고 낮잠자기, 훈련놀이, 아빠 코 핥아주기, 리쉬 물고 와서 얼른 나가자고 보채기 그리고 우리가 하던 서로 눈 맞추며 웃기... 너무 짧은 시간이어서 아쉬워했던 모든 행복 실컷 실컷 누리자. 그땐 아빠가 일하지 않아도 되고 하루 종일 너랑 놀아줄 수 있을 거야.

 

사랑해 렉스야. 네가 내 곁에 있어준 15년의 시간 영원히 잊지 않을게. 아주 아주 많이 고마웠어.

 

(아참 렉스야 아빠 페이스북에 이 편지 올렸어. 이 세상에서는 그렇게 못했지만 이제 너 있는 곳에서는 뭐든 가능하니까 네가 보고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해서...네가 볼 수 없어도 괜찮아. 나중에 아빠가 얘기해주지 뭐. 잘 쉬고 있어. 너 잘하는 기다려~하면서....)

 

 

 

만화 주인공 같은 표정20140304_233205.jpg

"아빠 사랑해요~"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앤드류임의 뒷골목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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