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4월01일, AM 00:37:23 파리 : 4월01일, AM 07:37:23 서울 : 4월01일, PM 02:37:23   시작페이지로 설정 즐겨찾기 추가하기
 
 
 
꼬리뉴스 l 뉴욕필진 l 미국필진 l 한국필진 l 세계필진 l 사진필진 l Kor-Eng    
 
뉴욕필진
·Obi Lee's NYHOTPOINT (103)
·강우성의 오!필승코리아 (40)
·김경락의 한반도중립화 (14)
·김기화의 Shall we dance (16)
·김성아의 NY 다이어리 (16)
·김은주의 마음의 편지 (45)
·김치김의 그림이 있는 풍경 (107)
·등촌의 사랑방이야기 (173)
·로창현의 뉴욕 편지 (496)
·마라토너 에반엄마 (5)
·백영현의 아리랑별곡 (26)
·부산갈매기 뉴욕을 날다 (9)
·서영민의 재미있는인류학 (42)
·신기장의 세상사는 이야기 (17)
·신재영의 쓴소리 단소리 (13)
·안치용의 시크릿오브코리아 (38)
·앤드류 임의 뒷골목 뉴욕 (37)
·제이V.배의 코리안데이 (22)
·조성모의 Along the Road (50)
·차주범의 ‘We are America (36)
·최윤희의 미국속의 한국인 (15)
·폴김의 한민족 참역사 (406)
·한동신의 사람이 있었네 (37)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244)
·훈이네의 미국살이 (115)
·韓泰格의 架橋세상 (96)
마라토너 에반엄마
마라토너 에반엄마'는 현재 뉴욕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사랑캠프 참가와 '민들레 에세이'가 계기가 되어 아들 에반이와의 이야기를 풀게 되었습니다. 자폐와 함께 살아가는 따뜻한 이야기를 통해 많은 이해와 공감이 생겨나길 소원합니다.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은 분들!!! 언제든지 말 걸어 주세요
총 게시물 5건, 최근 0 건 안내 글쓰기
이전글  다음글  목록 수정 삭제 글쓰기

에반이에게 장애가 없었다면…

글쓴이 : 에반엄마 날짜 : 2012-02-07 (화) 07:18:16

왜 나는 코가 완전 베어나갈 정도로 으스스 추워질 때가 오면 왜 그렇게 고마운 사람들 얼굴이 둥둥 떠오를까. 날씨가 오히려 살랑살랑 친근할 때는 괜시리 누구도 미워지고 남의 사탕 하나도 더 커보이는데, 옷 장 한 구석에 밀어두었던 겨울잠바를 꺼내들 때가 오면 갑자기 손끝이 찌릿해지면서 고마움의 엔돌핀이 제 온 몸의 핏줄을 정신없이 돌아다님을 느끼게 됩니다.

고마운 사람을 세다보면 손가락 발가락 다 해도 모자랄 정도로 많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에반이에게 큰 맘 먹고 고마워할까합니다. (어제 에반이가 비오는 길에 마구 달려나가다가 쌔끈하게 미끌어져가지고 볼따구 퉁퉁 부어서 제 속 끓은 거 생각하면 별로 고맙지도 않지만 그냥 잊어주기로 했습니다. ^^)

   


저는 어떤 엄마가 되어 있을까 좀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 이번 주 에반이의 발달상태를 보기 위한 4차례의 마지막 정기검진 때문에 소아신경정신과를 갔었습니다. 상담을 하면서 자폐아를 위해 전문화된 치료와 교육법으로 꾸준히 나름의 많은 발전을 이루어낸 에반이지만, 여전히 지금과 같은 특수치료와 교육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이제는 마음 조리면서 듣기만 하는 게 아니라 엄마로서의 의견도 제법 의연하게 제시하면서 대처하는 쪼끔은 점잖아진 제 모습을 봅니다.

에반이가 중증 자폐(自斃)를 안고 있다는 것을 안 것은 2009년 12월. 그러고보니까 딱 이년 전이군요. 에반이가 자폐아의 전형적인 특징을 보이는 것에 벌써부터 불안해하던차라 병원에서 선생님이 “에반이가 중증자폐아입니다.”라고 진단을 내리는 게 새삼스럽지 않으면서도 눈물은 안 터지고 그날 하루가 오로지 끝이 보이지 않는 안개길을 걷는 마냥 몽롱하였습니다. 이제 저는 에반이를 통해서 까마득한 안개길을 헤쳐나와 주변을 한결 다르게 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에반에게 고맙습니다.

  

저는 분명 우리 아들만을 위해 사느라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없는 아줌마였을 겁니다. 반짝거리는 멋진 한국의 지하철역과는 달리 에스컬레이터 하나 없는 약간 꾀죄죄한 뉴욕의 지하철역에서는 계단 올라갈 때마다 콱콱 사람들로 메이게 됩니다.

에반이와 함께 가다가 늦어가지고 서두르고 있을 때 사람개미군단에 치이게 되면 옆에 사람 뒤에 사람 앞에 사람 다 참견하면서 꿍얼거리기를 백번할 저였을 텐데, 이제는 에반이와 같은 성인 장애인이 어쩌면 앞에서 제대로 길을 찾지 못해 헤매서 사람들이 쭉쭉 걸어올라나가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어 갑자기 마음이 한결 너그러워지며 꿍얼거리는 게 쑥 들어가버립니다. 그러면서 사람들에게 치여도 제 손을 꼭 잡고 있는 에반이가 고맙습니다. 모르는 사람들을 함부로 말하지 않고 부드럽게 보는 눈을 주어 에반이가 고맙습니다.

이 세상에 나처럼 장애가 없고 남들 생각 잘 따라가고 눈치빠른 그런 사람들만 뭉쳐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에반이가 그들처럼 되기를 바라는 아줌마였을 겁니다. 쭉쭉 빠지고 멋들어지게 보이는 사람만 있는 게 우리 사회인 줄 알았는데, 에반이를 통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은 곳에서 나지막하게 숨을 들이쉬며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들에게 서슴없이 다가가고자 하는 저를 봅니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단체뿐이 아닌 다른 봉사기관을 계속 기웃거리며 참견하는 괘씸한 버릇을 키워준 에반이가 고맙습니다. 그렇게 새로 자라나는 버릇으로 알게된 봉사기관과 그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어서 마음이 포근해지는 것을 배우게 해준 에반이가 고맙습니다. 그러한 따뜻한 사람들과 계속 어울리는 에반이를 보면서, 행복하게 자라가는 에반이를 보면서 고맙습니다.

갑자기 일년 내내 꿍 참아둔 눈물이 찔끔 나옵니다. 분명 이 눈물은 행복하여 나오는 눈물일 겁니다.

* 이 칼럼은 한국자폐인사랑협회(http://www.autismkorea.kr) 해피로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 수정 삭제 글쓰기
QR CODE

뉴스로를말한다 l 뉴스로 주인되기 l뉴스로회원약관  l광고문의 기사제보 : newsroh@gmail.com l제호 : 뉴스로 l발행인 : 盧昌賢 l편집인 : 盧昌賢
청소년보호책임자 : 閔丙玉 l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기아50133 l창간일 : 2010.06.05. l미국 : 75 Quaker Ave Cornwall NY 12518 / 전화 : 1-914-374-9793
뉴스로 세상의 창을 연다! 칼럼을 읽으면 뉴스가 보인다!
Copyright(c) 2010 www.newsroh.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