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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토너 에반엄마'는 현재 뉴욕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사랑캠프 참가와 '민들레 에세이'가 계기가 되어 아들 에반이와의 이야기를 풀게 되었습니다. 자폐와 함께 살아가는 따뜻한 이야기를 통해 많은 이해와 공감이 생겨나길 소원합니다.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은 분들!!! 언제든지 말 걸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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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함을 다르게 말하는 에반이

글쓴이 : 에반엄마 날짜 : 2012-05-01 (화) 12:23:31

‘자폐’(自斃)라는 말은 사실 그 어감이 많이 무섭습니다. 아이와 웃고 호흡하면서 그렇게 자신을 아이에게 아낌없이내어주며 아이를 키워나가는 엄마아빠님들에게 아이가 ‘자신을 닫아버린다’라는 그 말처럼 겁이 나는게 어디 있을까요.

하지만 이제 이 세상에 나와서 4년 반동안 살아오면서 자폐라는 장애에 꿋꿋하고도 끊임없는 도전장을 휘리릭 날려주는 에반이를 보면서 배운 건데요. 중증자폐를 가진 에반이는 자신을 세상에 닫아버리는 게 아니라, 세상과의 교류를 워낙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추구하다보니 세상이 그냥 흘끗 에반이를 겉으로 보기에는 자신만의 세상에 갇힌 것처럼 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에반이는 여느 아이처럼 세상에 발을 디디고 있고 세상과 이야기를 하기를 원합니다.

에반이 엄마로서의 가장 큰 숙제는 자폐라는 장애로 인해 시어머니도 모르고 며느리도 모른다는 에반판 특허의 소통방법을 끊임없이 찾아내어주고 이 세상에 조심스레 그 방법을 알려주어 에반이가 좀 더 세상 안으로 들어가 살아가는 것인 듯 합니다.

 

학교를 마친 에반이를 데리러 가면, 엄마를 보며 녀석은 눈없어지며 활짝 펼쳐지는 그 웃음을 저에게 날려줍니다. 기분좋은 그 마음을 제대로 표현할 줄 아는 아이들이면 ‘엄마~’하면서 폭 가서 안기면서 학교에 있었던 이야기를 조잘조잘 쏟아내겠지요.

하지만 우리의 에반군은 엄마한테 마구 달려오는 듯 하다가도 막상 가까이 오면 ‘확’ 커브를 틀어서 혼자 깡총깡총 뛰어줍니다. 물론 학교에서 있었던 일은 혼자 가슴속에 꾹 묻어두고 이제 열심히 주어하고 동사를 섞어 한 문장을 멋지게 만들어내는 에반이에게 학교에서의 하루를 엄마에게 쏟아내기란 참 힘이 들 것입니다. 그래서 ‘학교 재미있었어?”하는 저의 물음에 ‘네!’ 하고 무심한 듯 생뚱하게 대답해주는 걸로 저는 녀석의 하루일상을 짐작합니다.

학교에서 도란도란 손을 잡고서 이제는 버스를 탈 시간입니다. 버스를 또 좋아하는 에반이는 또 그 얼굴이 활짝 환해지면서 에반표 행복 표현 특허법 1호인 ‘폴짝폴짝 뛰어주기’를 해 보입니다. 에반이 녀석은 너무나 기분이 좋아 자신의 몸을 공중에 살짝 띄워주는 것이지만 이제 사람들이 많은 공공장소에 있어서는 엄마인 저는 따끔따끔한 주변 사람들의 눈빛에 얼굴이 막 가려워집니다.

‘원 아이가 버스에서 저렇게 뛰어도 되는 거야’ 라는 강력레이저의 눈빛이 제 얼굴에 피용피용 꽂히는 탓입니다. 하지만 저는 강력레이저에 큰 웃음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반사를 해드리면서 에반이에게 주의를 줍니다. 제 큰 웃음의 반사도 별 효력이 없으면 멋지게 목소리를 한껏 낮추어 조용히 에반이의 장애사실을 알립니다.

에반이를 유모차에 꽁꽁 앉혀서 사람들 눈 안 보는데로 숨어서도 갈 수 있는 그리 멀지 않은 길인데도 사람들과 섞여 사는 것을 배우게 해주고 싶어 꼭 버스를 타는 고집을 부리는 엄마 탓에 에반이는 이제 ‘폴짝폴짝 삼단 뛰어주기’가 일단에서 영단으로 팍 내려가주고 자리에 앉지 못해도 제법 의젓하게 엄마 손을 꼭 잡고 가만히 있으면서도 그 웃음을 놓지 않을 정도로 세상과 많이 친해졌습니다.

 


한국에서 ‘자폐’의 정석(定石)이 되어버린 ‘말아톤’ 영화를 보면 초원이 엄마가 그러잖아요. 자폐아의 엄마들은 아이를 지켜주기 위해 아이보다 하루를 더 사는 게 소망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마음이 타들어가는 것처럼 간절한 소망일 뿐 저는 에반이보다 더 오래 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 제가 에반이 곁에 있어주지 못할 때가 정말 눈 깜짝할 만한 사이에 오겠지요.

그 때가 되면 우리 에반이는 자신을 조금더 너그럽게 봐주는 세상에서 행복한 그 마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도록 에반이를 저는 계속하여 자랑스러워하며 세상에 내보여주고 또한 에반이가 세상에서 계속 섞여살아가도록 자신만의 특허표 세상과의 소통법을 조금씩 세상과 자연스럽게 풀어낼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저는 오늘도 노력합니다.

 

* 이 칼럼은 한국자폐인사랑협회(http://www.autismkorea.kr) 해피로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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