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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우의 시사아메리카
2002년 시라큐스대와 북한 김책공대의 학술교류의 물꼬를 튼 주인공. 2009년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개발을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한 논문을 호주 최고의 국제정치학술지에 실어 반향을 일으켰다. 21세기 미국의 글로벌 정치외교부터 트위터 혁명을 예리하게 분석하는 대표적인 재미 정치학자. 시라큐스대 맥스웰스쿨 정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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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뉴라이트 '티파티 운동'의 미래

글쓴이 : 한종우 날짜 : 2010-06-07 (월) 11:27:05




정치학을 공부하고자 미국에 첫 발을 디딘 것이 1985년 여름이었다. 캘리포니아의 산 호세 지역친지 댁에 도착한 필자는 주변 지역이 궁금해서 길거리로 산책을 나섰다.


한 20여분을 걸었는데도 거리에서 한 명의 사람도 만나지 못했다. 필자에게는 하나의 조그마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서울에서는 가히 상상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공부를 시작하면서 한국의 젊은 정치학도의 눈에는 어찌 보면 건물 파괴 없이 인간만 살상하는 중성자탄의 폭격이 지나간 듯한 산 호세 주거지역의 썰렁한 사람 사는 모습만이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미국인 의식의 저변에 강하게 자리잡고 있는 “최소 국가”에 대한 신념이 주요 선거 철이나 주요 정치 쟁점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로 나타날 때 마다 그 정반대에 위치한 한국의 국가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에서 뉴라이트가 뜨고 보수정치의 한 축이 되어버린 것이 노무현 대통령 시절인데, 미국에서도 이 뉴라이트가 극성을 부리며 정치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바로 티 파티 운동 (Tea Party Movement)이다.


영국의 혹독한 세금에 반발하여 선적된 티를 불살랐던 1773년 보스턴 티 파티 운동을 근원으로 추정하나, 실제 현재 이 운동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의 소득, 학력, 그리고 이념적 스펙트럼이 1773년 당시와는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고학력, 중상 이상의 소득자들이며 보수 우익을 대표하는 현 공화당원들과도 적지 않은 면에서 다른 정책적 스펙트럼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서로 정반대의 정치적 이념을 지향하는 공화당과 민주당의 양당정치로 알려져 있다.


공화당은 세금인하와 국가의 재정지출을 억제하는 최소국가를 민주당은 저소득층과 중산층을 위한 적극적인 국가의 개입을 지향하는 거대국가를 대표하고 있다. 이 양당정치 구조에 티 파티가 틈새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의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규모 구제금융정책을 시행하면서 더욱 더 강력하게 부상한 이 티파티 운동은 미국사회와 시민들의 의식저변에 자리잡고 있는 상호 이율배반적인 국가관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정치 현상으로 보여진다.


공동체를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권력현상을 규명하는 정치학에 입문하면 첫 번째로 부딪치게 되는 거대이론 체계가 국가와 시민사회의 관계와 이를 아우르는 상위개념으로서의 사회이다. 한국인의 대부분은 임금과 신하, 부모와 자식, 선생님과 학생, 남편과 부인, 선배와 후배의 5가지 관계를 독특한 위계와 호상의 상호관계로 파악한 유교의 이념에서 아직도 자유롭지 못하다.


전두환 대통령의 제 5공화국이 1987년 6.10 민중항쟁으로 막을 내리고 노태우 대통령의 제 6 공화국이 시작되던 즈음 한 학자는 “왕조의 축에서 공화의 축으로” 라는 글을 한 신문에 기고하며 국가권력의 견제와 균형을 중요시하는 공화정의 출범을 유교에 찌든 한국사회에 알렸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가? 우리는 과연 왕조의 축에서 또는 유교의 절대적인 국가의 영향력영향부터 자유로운가? 현대화, 서양화 되어가며 희석되었다고는 하나 동양 3국 중에 가장 순결하게 유교를 간직해온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전쟁과 냉전의 대립가운데 개발독재의 시기에 인식의 틀이 형성된 필자의 가슴에 각인된 국가의 위상은 여전히 왕조적이고 크기만 했다.


보통 사람들의 인식은 물론 고등교육을 받은 지식인 층도 가히 다르지 않으리라. 그 젊은 그리고 미숙한 정치학도의 눈에 미국사회 속에 반영된 국가의 위상은 너무도 판이했다. 대체 이토록 극과 극을 달리는 그래서 이율배반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반된 미국의 국가관이 동시에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채 3백 년도 되지 않은 미국의 헌법논쟁을 통한 국가형성과정과 유럽의 구제도로부터 탈피하여 새롭게 시도한 정치실험, 그리고 여전히 서양인들의 정치의식의 한 축을 이루며 미국사회를 주도하는 보수주의 철학에 기인한다고 본다.


19세기 중반 미국을 방문했던 프랑스의 철학자겸 사회과학자 토크빌은 새롭게 국가를 시작한 미국의 각 지역에서 활발한 시민들의 자발적 사회/정치참여와 봉사 활동 (voluntary association and activity)을 접하고 놀라게 된다. 자신이 살고 있던 유럽의 봉건적 신분계급 중심의 구 사회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현상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대작 Democracy in America는 바로 이러한 새로운 정치실험이 미국적 민주주의의 핵심이라는 관점에 근거하고 있다. 지역 주민의 자발적 사회/정치 참여를 원리로 하는 미국사회에서 시민사회가 차지하는 영역은 유교적 한국사회와 상대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상인들이 세력을 확장해 가며 양반의 족보까지 매매의 대상이 되던 조선말기부터 유교관료들은 팽창하는 상인계급과 상업을 유교적 국가체계와 농업경제기반을 흔드는 악으로 간주하였다. “생산과정에 참여 없이 남들이 만들어 낸 상품의 거래를 통해 생산자보다 더 큰 이익을 거두는 상인은 우리 사회의 사악한 존재입니다”라는 조선시대 유교관리들의 상소문에 이러한 상업 천시 사상과 유교적 국가숭배 사상이 여실히 나타난다.


조선 사대부들에게는 독일의 철학자 헤겔과 같이 유교적 국가는 절대선이요 시장은 악의 축이었던 것이다. 자본주의와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축으로 하는 미국사회와 유교적 한국사회는 이래서 상대적이고 판이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니가?


한국의 기적과도 같다는 경제성장의 성과물로 대변되는 정주영 현대 회장이 대선후보로 나서자 당시 4대 일간지가 “비즈니스 맨이 정치가 웬 말이냐”라는 류의 사설을 냈다. 여기서 20세기 말에도 유교적 망령에 사로잡힌 한국사회의 상대적 국가숭배와 위축된 (시민) 사회의 위상이 여실히 드러난다.


한국전쟁 이후 서양이 2세기에 걸쳐 이룩한 경제발전을 30년 만에 따라잡은 한강의 경제기적은 국가숭배를 신화적 차원으로 끌어올리는데 충분했다. 1980년 대 이후 필자가 경험한 미국사회와 정치의 대척 점에 있는 한국사회의 현실인 것이다.

 
 
 
 
 

 

한편, 13개의 독립된 주들이 영국에 반발하며 미국의 독립과 헌법의 기초를 구상하던 18세기 말의 연방 강화론 자들 (페더럴리트스, federalist)과 각 주의 독립성을 강조했던 반대주의자들 (anti-federalist)의 정치 담론 속에서 강력한 연방국가를 주장하는 미국의 최대국가론의 기원을 찾아볼 수 있다.


물론 그 당시 현실정치세력과 정당의 연원은 지금의 민주 공화의 양당정치구도와 동일하지 않다. 그러나 해밀턴과 매디슨이 주를 이룬 연방강화론 자들의 주장은 현 미국사회에서 국가의 개입을 정당한 것으로 간주하는 정치이념과 세력들의 철학적 기반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더불어 1929년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시장원리가 좌초하며 발생한 경제공황의 위기에서 시장의 구매력 확충과 복지를 위해 팽창하기 시작한 거대국가가 보수주의적 고전 자본주의 경제이념에 기반한 미국의 최소국가관을 잠식하게 된다.


따라서 미국사회는 활발한 시민들의 정치참여로 대표되는 거대한 시민사회와 더불어 자본주의를 교정하면서 팽창하게 거대국가가 공존하는 국면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러한 최대국가관은 민주당이 최소국가관은 공화당이 대변하기에 선거철 마다 판이한 국가관과 상응하는 정책들이 난무하는 것이 미국의 정치이다. 물론 국가이익을 대표하는 민주 공화 양당의 어떤 행정부도 약소국의 입장에서 볼 때, 미국은 단순한 최대국가의 범주를 넘어 초국가적 공룡으로 보일 수도 있다.


이 양당의 틈새를 타고 등장한, 미국민 5명 중 1명 꼴로 대표되는 티 파티 운동과 그 세력의 정치적 연원은 어디에 있을까? 필자는 서양의 정치이념의 한 축을 장식하고 있는 보수주의와 18세기 다윈의 진화론으로 재무장한 사회적 진화론, 그리고 자유주의에서 그 해답을 찾고자 한다.


보수주의를 간단히 설명하면, 인류가 사회생활을 하며 구비하게 된 각종 제도 중 가장 옳은 것들이 현재 남게 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따라서 보수주의자들에게는 가장 오래된 제도들이 가장 우수한 것이라는 등식도 성립될 수 있고 그것들에서 사회를 운영하는 지혜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성립된다.


예를 들면 인간이 모여 사는 형태 중 가족이라는 단위가 가장 기초적이고, 가장 오래되었고 가장 지혜롭고 옳은 것이기에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적자생존 (Survival of the Fittest)이라는 다윈의 진화론이 이 보수주의와 결합하면서 서양 정치이념에 사회적 진화론이 탄생하게 된다.


즉 서양의 근대 정치이념과 민주주의 그리고 그 이전에 이러한 정치제도의 물적 토대를 이루어 낸 산업혁명, 서양의 기독교와 각종 사회제도들이 가장 우수한 것이고 그래서 후진 국가들의 모델이 된다고 하면 사회적 진화론의 간략한 설명이 될 것이다.


여기에 각 개인의 책임있는 판단과 행동에 근거한 개인주의 또는 자유주의가 가미될 때, 국가라고 하는 것은 인류사회 진화의 장기적 발전과정의 관점에서 볼 때 거추장스러운 필요악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서양의 보수주의적, 자유주의적 사회진화론의 관점이다.


필자는 이러한 거대한 서양 사회의 정치 이념에서 미국의 뉴 라이트, 티 파티 운동을 바라본다. 따라서 이러한 양당체제 하에서 틈새시장으로 존재하는 뉴 라이트 티 파티 운동은 지속될 것으로 보여진다.


과연 이 피 타티 운동이 11월 중간선거에서 어떤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멕시코 만의 오일누출 사고와 지지부진한 경제극복 정책으로 치명타를 맞은 오바마와 민주당을 쓰러뜨릴 태풍의 눈이 될까 아니면 때때로 뉴스 미디어를 장식하는 페일린과 함께 별 영향력 없이 부침하고 말 것인가?


득세하던 티 파티 뉴 라이트의 결정적인 아킬레스 건이 드러나고 있다. 언론을 휘몰아 대는 파괴력은 검증된 반면 선거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이 이번 보궐선거에서 드러났다. 따라서 이념적으로는 우군에 속하는 공화당 후보를 위협하는 티 파티 후보와 그 정책정강에 대한 공화당의 견제가 시작되었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이다.


일반적인 여론 영향력이 표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결론이다. 또한 오바마와 민주당에 대한 대안으로서 공화당이 또는 티 파티 운동이 과연 부시가 남긴 전쟁의 상처와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인가라는 질문에 미국민 대다수가 과연 동의할까라는 의문이 다가오는 미국의 중간선거를 관전하는 포인트가 될 것이다.


유교의 틀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한 우리 한국인들이 1980-90년대에 경험한 폭발적 시민사회의 성장과 여전히 신화적 권위를 자랑하는 한국의 국가위상을 미국과의 비교적 관점에서 반추하는 일은 비단 언론적 관점에서뿐만 아니라 정치사회학도들의 학문적 관심을 끌기에 충분해야 할 것이다.


쇠고기 파동과 촛불시위, 세종시, 4대강, 천안함 등의 와중 속에 지방 선거를 막 끝낸 우리에게 시민사회와 국가는 무엇인가를 지속적으로 반추해야 할 대목이다.


미국과 한국을 중심으로 세계 각 지역의 화두를 제기 토론하는 뉴스로 닷컴의 창간을 축하하며 한국사회에 의미 있는 담론의 국제적 장으로 연결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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