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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우의 시사아메리카
2002년 시라큐스대와 북한 김책공대의 학술교류의 물꼬를 튼 주인공. 2009년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개발을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한 논문을 호주 최고의 국제정치학술지에 실어 반향을 일으켰다. 21세기 미국의 글로벌 정치외교부터 트위터 혁명을 예리하게 분석하는 대표적인 재미 정치학자. 시라큐스대 맥스웰스쿨 정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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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국제정치학의 갑과 을

글쓴이 : 한종우 날짜 : 2010-11-23 (화) 05:58:31

국제정치학을 입문하면 배우게 되는 한 분과가 국내정치와 국제정치의 연결부분이다. 한국이 그리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던 시기에 학부를 마친 필자는 한국정치가 세계정치 또는 미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사례를 발견하기 쉽지 않았다.

물론 냉전(冷戰)의 최전방에서 북한과 대립하던 시기였으나 이는 우리의 자주적인 역량에 의한 변수가 아니라 미/소 양극주의가 만들어 낸 커다란 구조 속의 대리인으로서의 피동적인 변수였을 뿐이다.

그러나 세계 제일의 패권국인 미국에서 이 분야를 연구하다 보면 너무도 흔한 사례에 치이기 마련이다. 미국의 정치, 경제, 군사, 안보, 문화 등 거의 전 분야의 미국 내 사안은 타국의 국익과 정책에 긍정적이던 부정적이던 필연적인 함수관계(函數關係)를 창출해 내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올 초부터 G-20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간의 자유무역 협정에 관한 주요 결정이 이루어 질 것이라고 우리는 모두 예견해 왔고 이 협정의 사활은 한국의 자동차와 쇠고기 시장의 개방정도에 달렸다고 귀 따갑게 들어왔는데, 진실임이 드러났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병들어 있는 자국경제에 들고 갈 선물 보따리를 하나도 챙기지 못했다. 결국, 귀국한 오바마 대통령은 11월 18일 미 하원의원들과의 면담에서 한국의 자동차와 쇠고기는 물론 노동, 투자, 금융 부분까지도 재협상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알리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필자는 2009년 쇠고기 수입재개 결정으로 야기된 국내 정치에 관한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다. ‘한국의 쇠고기 위기: 인터넷과 민주주의(Korea’s Beef crisis: the Internet and democracy, in Australian Journal of International Affairs 63(4))’ 라는 논문에서 어찌 보면 극히 경제적인 결정이 최고의 투표수 차이로 당선된 정권의 뿌리를 뒤 흔든 경우를, 2000년 총선 낙선운동에서부터 시작하여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구체화된 인터넷의 정치화의 연장선상에서 분석했다.

극히 미미한 광우병 확률을 놓고 한 쪽은 위험부담은 전무한 상황이니 국민이 선택하면 된다는 주장이고, 같은 사안에 대해 이는 주권의 포기이며 국민을 무시한 처사이다 라는 논쟁으로 우리는 여전히 양분되어 있다. 과연 이 쇠고기 위기로 인해 타격을 받은 정권이 효과적인 민주적 정치를 해나갈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화두를 제시했고, 정보화 시대에 민주정치를 근본부터 위협할 수도 있는 선동정치(煽動政治)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경고한 바 있다.

이는 미국 산 쇠고기 수입여부에 대한 국내 정치측면을 회고한 것이다. 그러나 이 쇠고기 문제가 국가간의 문제가 될 때 미국의 국내정치가 또 하나의 변수로 등장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이 쇠고기문제와 전혀 무관한 북한이라고 하는 또 하나의 변수가 등장한다. 필자는 이를 구체적인 증거로 논의해 보고자 한다.

쇠고기의 국제 경제학의 기본 구조를 파악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쇠고기를 팔고 사는 당사자간의 관계는 매우 단순하다. 갑과 을이다. 쇠고기 공급이 충분하면 사는 자가 갑이요, 팔고자 하는 이는 을이다. 전혀 복잡할 것이 없다. 우리가 평생 자유로울 수 없는 갑과 을의 관계가 여기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갑의 이익과 조건이 우선 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쇠고기가 희귀 자원일 경우 상황은 역전된다. 현재 미국의 쇠고기 산업은 활로를 찾고 있다. 왜냐하면 영국에서 광우병이 발병한 후 전 세계 쇠고기 시장이 극히 위축되었기 때문이고 미국 쇠고기도 광우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사정이 있어서다. 따라서 미국의 쇠고기 산업은 미국 정부에 엄청난 로비를 통해 각 나라에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문제는 미국의 이러한 압력이 모든 나라에 일률적으로 적용되고 있지 않다는 데에 있다. 현재 캐나다와도 교섭중이나, 완전개방을 요구하고 있지 않으며, 멕시코를 포함, 아시아의 주요 국가들과의 교섭에서도 미국은 경제적으로는 을이나 세계 패권국으로서의 갑의 위치를 일방적으로 행사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 얘기는 쇠고기 시장의 완전개방을 이들 국가들에게 요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완전개방이라 하면 미국산 쇠고기의 부위나 연령에 관계없이 30개월 이상된 늙은 소, 그리고 내장, 머리, 뼈 등 부위에 상관없이 모든 쇠고기를 받아들이라는 요구가 완전개방에 해당된다. 나프타로 연결되어있고 국경과 경제 전반을 미국에 의존하는 멕시코도 미국과의 교섭에서 이 완전개방을 거부하여 30개월 이상된 소는 수입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그런데 한국에 대해서는 이러한 완전개방 요구가 있어왔고 이번 G-20회담을 통해 자유무역협정이 타결되지 않자, 이 완전개방 요구가 재등장한 것이다. 이러한 을에서 갑으로의 전환에는 복잡한 미국의 국내정치 사정이 있다. 미국의 정치는 한마디로 국내 정치적, 경제적 집단들의 이익을 로비라고 하는 공식화된 여론수렴과 정치자금 모금 절차를 통해 정부에 압력을 행사하는 로비정치로 요약될 수 있다. 쇠고기 산업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쇠고기가 주요 생산품인 주의 상/하원 의원들의 주요 임무는 연방정부, 무역대표부등에 로비하여 자기 주의 유권자들의 요구인 쇠고기 수출을 신장(伸張)시켜야만 의석을 유지할 수 있다. 대표적인 쇠고기 생산 주, 특히 30개월 이상된 노령의 소가 많기로 유명한 주가 바로 몬타나 주이고, 이 주에서 민주당 상원의원으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이가 막스 바커스(68 Max Baucus)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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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커스 상원의원의 주임무는 지역구를 관리하는 것이고, 따라서 당연히 연방정부와 오바마 대통령에게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 그는 상원 금융위원회와 국제무역 소위원회 위원장이고 상원전체 농업 위원회 고문으로서 여당인 민주당내에서도 막강한 정치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금융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오바마의 당선은 물론 당선후 오바마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정치의제였던 건강보험개혁의 통과과정에서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여 오바마가 무시할 수 없는 정치인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여기 까지는 바커스 상원의원의 대한국 쇠고기 수입개방의 국제정치학적 측면에서 미국내의 국내정치 역학에서 발견되는 그 어떤 경우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는 그가 쇠고기 국제정치경제학의 갑과 을의 관계를 뒤집는 데에 북한 변수를 사용한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현 쇠고기 국제시장에서 미국은 을의 입장이다. 미국의 패권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미국이 주장해온 자유무역의 정신에 입각해 볼 때 여전히 을이다. 미국의 대 한국 군사동맹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여전히 을이다, 왜냐하면 일본, 대만 등 방위를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아시아의 이웃들도 쇠고기에 있어서만큼은 갑의 위치를 고수(固守)해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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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해야만 하는 몬타나 주의 수많은 목축업자들도 사실은 을의 입장을 고수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늙은 소를 수출하여 만약의 경우 광우병이라도 발생한다면 결국은 장기적 입장에서 그들의 산업의 기반이 붕괴되는 위협을 감수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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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불구하고 유독 한국에 대해서만, 국제경제의 기본원리인 갑과 을의 입장을 전도(顚倒)하려고 하는데에는 한가지 더 큰 이유가 있는 듯하다. 바로 한반도의 분단으로 인해 여전히 냉전의 흑백논리로 대치중인 한국의 상황, 그중에서도 핵 개발과 실험으로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는 북한의 존재인 것이다.

근거 없이는 위험한 주장일 수 있다. 그러나 필자는 미국의회정치를 주로 다루는 The Hill 이라고 하는 의회 전문지의 인터넷 판(The Hill.com)에서 이와 관련된 기사를 읽게 되었다. 이 신문의 Ian Swanson 기자가 2009년 4월 20일 작성한 ‘Baucus, Grassley want action on South Korea trade deal’ 이라는 기사(http://thehill.com/blogs/blog-briefing-room/news/legislation/36623-baucus-grassley-want-action-on-south-korea-trade-deal)에서 “상원 금융위원회의 리더들이 북한의 핵실험을 빌미로 논쟁중인 한국과의 무역 협정을 타결시키도록 오바마 대통령에게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Leaders of the Senate Finance Committee are using North Korea’s nuclear test to press PresidentObama to move forward with a controversial trade agreement with South Korea.)”고 보도한 것이다.

스완슨 기자는 이 간단한 내용의 기사 밑에 바커스와 그래슬리 의원 명의의 2009년 4월20일 자 공개서한을 공개했다. 그 내용은 대체적으로 점잖지만 매우 구체적이다. 한국과의 무역협정을 관철해야만 한다는 내용의 로비 서한을 두 의원은 북한의 대포동2호 장거리 미사일과 핵프로그램으로의 복귀로 인한 한반도와 동북아에서의 군사위협을 지적하며 시작하고 있다. 바로 이어 한미동맹과 이명박 대통령과의 4월 런던 정상회담과 6월 정상회담을 강조하며, 한국의 자동차 시장과 쇠고기의 완전개방문제들을 시급시 개선할 것을 요구하였다.

분명 북한의 미사일과 핵 실험 때문에 한국에 완전개방을 요구한다 라는 직접적인 인과적 문맥은 표면상 찾아 볼 수 없다. 이 민감하기 짝이 없는 두가지의 현실을 직접적으로 연결할 우둔한 정치인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의회의 소식을 전하는 미국 내 전문지의 기자가 이 두 위원의 편지가 북한의 미사일과 핵프로그램을 자유무역 협정타결과 직접적으로 연결하였고, 이 편지를 읽는 독자들이 북한의 위협을 통해 그동안 대북한 방어억지력(防禦抑止力)을 제공해 온 미국이 이번 자유무역 협정타결과정에서 그 댓가를 챙기려 하고 있다는 것을 파악하기란 어렵지 않은 일이다.

바로 북한의 미사일과 핵프로그램의 존재가 미국의 최고령 소 보유 최대 주인 몬타나 주의 쇠고기 생산자들과 세계 최대 쇠고기 수출국인 미국을, 현재 공급과잉인 전 세계 쇠고기 산업에서 미국의 일반적인 을의 위치를 갑의 위치로 둔갑(遁甲)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과 대만에도 군사 억지력을 제공하고 있는 미국이 30개월 이상된 소를 강요하지 못하는 을의 입장을 갖는 데 반해, 유독 한국에게만 이 주장을 관철(貫徹)하려고 하는 숨겨진 이유 중의 하나가 한반도의 분단상황이며 북한의 미사일 핵 개발인 것이다. 한국이 직면한 쇠고기의 국제정치경제학의 본질일 것이다.

필자가 올 여름 인터넷을 통해 지켜본 미국 상원의 농업, 식량, 임업 위원회의 청문회에서 민주당 블랑셰 링컨 위원장(아칸사 주 지역구, 미국내 최고 가축 산업)은 미국 무역 대표부의 론 커크 의장에게 콜롬비아, 파나마, 한국과 진행중인 자유무역 협정의 통과를 강하게 압박했다.

바커스 몬타나 주 상원의원은 약 1시간 반동안 진행된 이 청문회의 뒷 부분에서 격앙된 목소리로 한국은 소의 종류와 부위, 연령에 관계없이 (필자의 기억에 의하면, “all beef, all ages, all kinds”) 개방해야 하며 올 11월 한국에서 개최되는 (필자가 청문회를 지켜본 날짜는 올 8월4일이었으므로 미래형이었음) G-20회의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이를 관철시켜야 한다고 론 커크 대표부의장에게 강하게 압박했다.

캐나다 G-20에서도 이 문제가 오바마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였다고 밝힘으로서, 미국이 한국정부에 지속적인 압력을 행사해 왔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노출시킨 셈이 된 것이다. 북한에 대한 양국의 정책이 포함된 2+2 한미 양국의 외무, 국방장관 회담에 참석한 국무부 장관 클린턴도 7월21일 방한에서 한국의 자동차와 쇠고기 시장 개방을 강조했고 G-20에 대한 기대를 표명한 적이 있다.

갑과 을의 끝없는 변화 속에 살고 있는 각 개인과 회사, 집단, 그리고 세계 각국의 복잡한 현실 속에서 순수한 경제논리만의 갑과 을의 관계는 성립할 수 없다. 그래서 단순 경제학인 것이 아니라 ‘정치’경제학 인 것이다. 경제 논리를 조정해야만 하는 인간세계이기에 순수한 갑과 을의 논리만을 주장할 수도 없는 것이다. 미국의 정치인과 정부 대표들에게도 한국의 내부사정과 한국인의 경제이익을 충실히 반영한 신실하고 의리있는 무역정책을 요구할 수는 없다, 우리도 한발 양보하지 않는 것이 국내정치역학이기 때문이다.

분단으로 인한 북한의 변수는 미국과의 무역협정뿐만 아니라 주변 강국과의 다른 문제에 있어서까지 항상 변화무쌍한 변수(變數)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와 정치인, 국민들은 이 변수가 국민과 국가이익에 미칠 영향력에 대한 나름대로의 냉철한 분석과정을 통해 일관성있고 지속적인 대북정책을 입안 집행, 지지하여야 할 것이다.

   

과연 그러고 있는가? 단순한 정책결정과정의 합리성으로 담보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저 소를 키워 자식의 학비를 대야만 하는 몬타나 주의 어느 순진한 목축업자와 그들의 표로 의석을 지키고 있는 정치인들, 또 그들의 도움이 절실한 미국의 대통령, 똑같은 상황의 한국 대통령과 국민, 그리고 미국쇠고기 수입에 생계를 의존하는 경제인들간에 복잡한 갑과 을의 관계가 끝을 알 수 없는 이익극대화의 논리에 맞추어 끊임없이 모색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쇠고기 국제정치경제학의 갑과 을의 관계에 있어서 북한은 매우 영향력있는 변수가 되어버렸고, 따라서 대한민국의 운명은 점점 더 북한의 변수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려가고 있다.

‘쇠고기에서 북한으로’ 라는 참으로 엉뚱한 결론에 도달하게 되면서 분단의 비극을 되새기지 않을 수 없고 정치학에 입문하는 후학들에게도 국내정치와 국제정치를 연결하는 영역에 있어서 한국의 국가이익이 조금이라도 더 독립적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북한 변수를 보는 시각을 권유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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