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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무게에 머리카락은 반백이 되어 가지만 마음은 언제나 청춘인 중년이 살아가는 복잡하고 요지경 같은 세상의 잡다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삶의 지혜를 찾아보는 코너입니다. 대학원에서 언론을 전공한 익명의 필자는 한국에 거주하는 평범한 샐러리맨이며, 두 아이의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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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그녀..구토유감

글쓴이 : 흰머리소년 날짜 : 2010-06-04 (금) 13:58:34
 
 

y는 삶을 즐기는 여성이다.  언제나 긍정적인 사고로 주변을 이끌고 거침없는 행동과 낙천적인 성격으로 주변을 아우르는 힘을 가졌다.  그런 그녀가 이야기 했던 하나의 일담은 전설 처럼 남아 후세의 주객들에게 길이 남을 것이다.
 

날은 바야흐로 꽃이 만개하고, 수목이 대지의 기운을 쪽쪽 빨아 들이는 5월의 어느날 이었다.
 
 
업무를 마친 사무실 직원들은 가까이 있는 태릉 숯불 갈비집으로 회식을 가기 위해 들뜬 마음으로 주변 정리를 하고 있었다.  


당시만 해도 가까이 있는 손님들을 호객 하기 위해서 작은 승합차를 보내주는 서울 주변 음식점이 많이 있었고 그날 가려는 음식점에서도 퇴근에 맞추어 봉고차를 보내 주기로 했었으니, 운전 기사는 이미 사무실 출입문을 들락 날락 거리며 직원들 채근에 바쁜 모습이다.
 

달리는 차에 몸을 맡기고, 하나 둘 들어오는 거리의 네온사인을 보고 있노라니 금새 도심을 벗어나 태릉 먹골배 과수원이 좌우에 펼쳐지는 외곽 도로를 지나고 있었다.


밤바람이 시원하게 코끝을 당기고 작은 차 안에서 사무실 직원들은 나름대로의 스트레스를 수다로 풀고 있었다.


y는 언제나 그렇듯, 그 수다의 중심에 이었고 그녀의 입담에 사무실 직원들은 박장대소를 하면서 찔끔 흐르는 눈물을 닦아 내느라 손이 바빴다. 
 

회식 장소 도착.


숯불 갈비집은 과수원 가운데 여기 저기 천막을 설치하여 장사를 하는 집이었고.천막 아래에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이미 석쇠를 달구며 갈비를 구워라 술을 마셔라 왁자지껄한 가운데 우리의 도착은 안중에도 없느 모양이다.


서너개의 평상을 붙여 자리를 만들고, 밑반찬을 안주 삼아 허기진 배를 채우며 맥주잔을 돌리는 워밍업이 시작 되었다.


별것 아닌 맥주도 빈 속에 마시니 취기가 금방 올라 왔고, 야외에 따뜻한 봄날이나 그런지 분위기에도 일부 취한듯 싶었다.
 
 
술자리엔 늘 그렇듯 엉덩이 가벼운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고, 한손에 술잔을 한손엔 술병을 들고 이리저리 돌면서 연신 부어라 마셔라 안마시면 쳐들어 간다며 호전적인 기게를 뽐내는 이도 있었다.


웬수 같은 술을 끊었다며 이리저리 도망을 다녀도 잡히면 어쩔 수 없이 마셔야 하는 것이 술이요. 나만 죽을 수 없으니 너도 같이 죽자며 매달리고 협박하는 주당들은 고양이 쥐 몰듯이 먹잇감 삶아 못먹는 친구들을 애태우게 마련이다.


y는 늘 주당의 입장에서 뭇 여성들의 부러움을 받으며 좌중을 리드 했다. 소주 폭탄주를 스스로 제작하여 확실한 마무를 할 때 까지 그녀는 말짱했고, 우리도 그런 그녀의 괴력에 감동을 받았다.


하지만 점심시간에도 삽겹살 먹으러 가자는 그녀의 특이한 삶의 방식이나 초등학교 1학년 딸에게 거짓말 시켜서 버스를 공짜로 탔다가 양심에 찔린 딸이 운전기사에게 실토를 하는 바람에 요금 내고 바로 내려야 했던것 같은 무용담은 아무것도 아닌, 충격 그 자체의 일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은 되돌아 가는 봉고차에서 벌어지고 말았으니......
 

우리는 서로들 발그레한 얼굴을 쳐다보며, 네가 한잔더 마셨네, 내가 한잔더 마셨네 하면서 인정하는 사람도 없는 소주잔 헤아리기로 농담 따먹기를 하며 기분 좋게 과수원 늘어선 1차선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순간. 열심히 수다를 늘어 놓던 y의 얼굴이 똥마련 강아지로 변하더니 입을 틀어 막고 손을 휘젓는 모양이 심상치 않게 느껴졌다. 


'올 것이 왔구나'
 

순간 y는 가공할 압력으로 솟구치는 토사물을 달리는 차창을 열고 뿜어내기 시작 했다.


봉고차 뒤로 바짝 따라오던 승용차가 갑자기 날아드는 토사물을 피하느라 급브레이크를 밟고, 뒤따라 오는 차들도 핸들을 옆으로 꺾으며 하마트면 사고가 날 뻔한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으나 봉고차 기사는 아는지 모르는지 신나게 콧노래를 부르며 운전에 바빴다.


y는 차창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돼지 멱따는 소리를 내며 거북한 속을 쏟아 내느라 연신 힘을 주고 있었고, 그녀의 등을 두드리다가 우리는 아까 그 차가 아닌 영문도 모르고 끼어든 다른 차의 운전자와 눈이 마주쳤다.
 

궁금한 모습 그 자체. 언제 쏟아질지 모를 토사물을 대비하여 멀찌감치 떨어져 깜빡이를 켜고 차창 밖으로 내민 y의 입 모양을 주시하며 위급한 상황에 대비해야만 하는데, 그는 그렇지 않았다. 
 

영문도 모르는 뒷차는 그녀가 자기에 무어라 말을 하려고 한다고 생각을 했는지 봉고차를 바짝 따라왔다. 유부녀임에도 처녀적 미모를 간직한 그녀가 괴한에게 납치되어 봉고차에 실렸고, 등 두드리는 우리는 납치범이며 도망 치려는 그녀가 차창문을 열고 소리치는 것을 납치범들이 저지 하려고 등을 때리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을 것이다.


y는 최대한 피해를 줄이려고 뒷차 운전자에게 멀리 떨어지라며 손을 휘젓는데, 그 모습은 아마도 간절히 나를 살려 달라는 애원의 손짓으로 보였을 것이다.


1차 투하에 이은 2차 토사물 투하.


달리는 차의 괴적에 맞추어 토사물은 도로를 물들였다. 시원한 바람과 섞이 토사물은 그대로 뒷차의 유리창에 철퍼덕 뿌려졌고, 분해되다 만 고기와 파전, 김치 범벅의 토사물을 맞은 뒷차는 더이상 따라오지 못하고 와이퍼질에 정신이 없었다.
 

그렇게 마셨던 것을 모두 쏟아낸 y는 속이 홀가분했는지 얼굴을 다시 차장 안으로 넣었다.

 
생각보다 깔끔한 y의 입술......


걸죽한 냄새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경험에 대한 그녀의 수다는 계속 되었다.
 

"와우~~!!  태어서나 이렇게 시원한 토악질은 처음이야."
 
"내가 먹은 것이 공중에서 날아가는 것을 보니까 완전 스릴 넘쳐"

"그 운전하는 사람 봤어, 사색이더라. 따라오지 말라니까.....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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